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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범죄도시3’ 이준혁, 서슬퍼런 악의 불쾌함 그리다
“주성철, 완벽하게 사회화 된 악…여전히 마석도 향해 칼 갈고 있을 것”
“주성철 ‘자신감’, 그것 만큼은 매력적 포인트…나와는 많이 다른 부분”
2023-06-16 07:00:37 2023-06-16 15:03:3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범죄도시3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사실 해당 배우들보다는 그들을 픽업하는 마동석의 선택이 보통이 아니란 것을 먼저 인정하고 가야 할 듯합니다. 1편에서윤계상을 선택했습니다. 2편에선 신드롬을 일으키기 전의 손석구에게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3편에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준혁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마동석이 기획했고 제작을 하며 주연을 맡은범죄도시시리즈.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괴물형사마석도입니다. 하지만 3편까지 이어진 현재의 유명세를 놓고 볼 때 이 시리즈의 흥행 성공 포인트 첫 번째는 무조건 빌런의 존재감입니다. 1편의 조선족 조폭장첸을 연기한 윤계상, 2편에서 사이코패스 납치 살인마강해상을 연기한 손석구. 모두가 이유 불문하고 일말의 동정심조차 느끼지 못할 악인이었습니다. 3편은 더합니다. 도대체장첸’ ‘강해상을 능가할 악인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존재합니다. 있습니다. 신종 마약 범죄자주성철를 연기한 이준혁입니다. 이준혁이 만들어 낸 주성철. 그의 서슬퍼런은 앞선 장첸과 강해상의과는 질적으로 틀립니다. 앞선 두 캐릭터의은 계산을 하지 않는 이유 불문의 악이었다면, 주성철의은 치밀하게 계산하고 또 그 계산을 통해 세밀하게 계획을 세우는악 중의 악입니다. 그런악 중의 악을 이준혁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고 상상해 본 적도 없는 모습으로 그려냈습니다. ‘범죄도시3’ 속 이준혁, 그는 온전히 그리고 완벽하게주성철로만 존재한 채 기분 나쁠 정도의 서슬 퍼런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일단 가장 큰 차이점이었습니다. ‘범죄도시시리즈는 이유를 불문하고 악을 뿜어내는 악인들을 때려 잡는 괴물 형사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는 순간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그게 바로범죄도시란 시리즈의 정체성이었습니다. 1편과 2편 모두 그랬습니다. 그 공식에 충실히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3편은 그 정체성 자체를 스스로 부정했습니다. ‘부정이란 부정적 단어가 사용되지만 완성된 결과물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절대 아닙니다. 이 시리즈의 정체성 가운데 중심 축을 차지하는 빌런, 그 빌런의 핵심이 1편과 2편 대비 완벽하게 달라졌습니다. ‘에 대한 약간의 이유가 투여됐습니다.
 
“주성철은 마약반 형사잖아요. 그게 앞선 빌런들과 당연히 틀린 점인데. 일반적인 악인들이 사회화되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주성철은 사회화가 된 악인이에요. 그게 진짜 무섭고 틀린 점 같아요. 일단 주성철은 단 한 번도 인생에 실패가 없던 사람이라 생각했죠. 그런 그에게 엄청난 마약이 생겼고, 평생을 먹고 살 돈을 손에 쥘 수 있는 거래를 앞두고 있고. 뭐 하나 걸림이 없이 나아가던 사람이 그 최고의 전성기에 마석도란 걸림돌을 만난 거죠. 이건 제 생각인데, 사실 주성철은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진짜 최후의 카드를 안 쓴 범죄자라 확신합니다. 마석도에게 패배해 감옥에 갔지만너 두고 보자라고 칼을 갈고 있을 거에요.”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이준혁의 설명대로라면 정말 일반적인 악의 색깔이 아닌 듯합니다. 그리고범죄도시3’에서 보여 준 이준혁이 만들어 낸주성철이란 인물. 현실에선 만나고 싶지 않은, 1초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분 나쁜 서늘함과 불쾌함으로 가득 찬 인물이 됐습니다. 아무리 연기라고 하지만 이런 인물을 몇 달간 스스로가 유지하면서 촬영에 임하는 과정. 결코 쉽지 않고 또 굉장히 고달프고 힘든 작업 이었을 듯 합니다. 일단 외형적으로 20kg에 가까운 체중을 불렸습니다.
 
“정말 체중을 늘리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그렇게 몸을 키우고 나니 주변 사람들의 리액션이 다르더라고요. 자기보다 작았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보다 훨씬 커서 등장하면? 얘 뭐지?’ 하는 그런 느낌이요. 그런 느낌을 자꾸 받으니 의외로 짜릿하더라고요(웃음). 나중에 영화를 보면서는 오히려더 찌울 걸 그랬나싶은 생각도 들 정도였어요. 지금은 다음 작품 때문에 12kg 정도 빠졌는데, 좀 아까워요(웃음). 그거 찌우느라 들인 돈이 얼마인데. 하하하.”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넌센스 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빌런, 즉 악역을 하는 배우들. 일반적으로 너무 착하다 못해 상대에게 말조차 잘 걸지 못하는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이 많았습니다. 이준혁도 비슷했습니다. ‘범죄도시3’에서 이준혁이 만들어 낸 주성철은 섬뜩함 그 자체였지만 실제로 만난 이준혁은 수줍음도 많고 상대에 대한 배려도 너무 심할 정도로 많은 인물 같았습니다. MBTI INFP라고 합니다. 그래서 극중 액션을 만들어 낼 때 너무 힘이 들어죽을 맛이었다고 웃었습니다.
 
“주성철의 극중 액션이 좀 어려웠던 점이 미리을 짜서 맞춰 놓은 듯한 액션이 아닌 즉흥적인 느낌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보시면 주성철의 액션은 대부분 롱테이크로 가는 장면이 많아요. 그걸 만들어 가는 데 너무 힘들었어요. 몸이 힘든 게 아니라 심적으로 너무 불편한게, 처음 합을 맞출 때 액션팀들이밟아’ ‘때려하는데 그게 말처럼 되지를 않더라고요(웃음). 그거 의외로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그래도 나중에는 신뢰가 생기면서 잘 만들었는데 거기까지 가는 데 너무 힘들었어요.”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마동석과 함께 액션을 경험한 배우들에겐 기자들이 꼭 무조건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마동석의 힘에 대한 궁금증 입니다. 과거 마동석과 함께이웃사람에서 액션을 소화한 김성균은지구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 바로 마동석이다라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이런 김성균의 경험담에 이준혁 역시 맞장구를 치며 크게 웃었습니다. 이준혁의 웃음, 당연하고 또 인정한다는 수긍의 의미였습니다. 물론 마동석의 기가 막힌 액션 능력도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마 선배님은 액션에 대해서 만큼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세계적인 실력자이세요. 액션을 잘 하시는 걸 넘어서 앵글 안에서 뭘 어떻게 해야 진짜처럼 보이고 또 효과적으로 표현이 되는지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다 알고 계세요. 사실 마선배와의 액션은 굉장히 안전해요. 근데 오히려 극중백사장으로 나온 배우와의 액션은 좀 위험한 장면이 많았어요. 백 사장과의 액션 장면에서 다들 조금씩 긁히고 다치고 그랬거든요. 마 선배와의 액션이 안전한 건, 잘못해서 마 선배의 펀치를 진짜로 맞으면 정말 죽어요(웃음). 그러니 안전하게 찍을 수 밖에 없어요. 하하하.”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이준혁은 의외로주성철을 악인의 개념 안에서 바라보지는 않았습니다. 분명주성철은 나쁜놈이고 악인입니다. 하지만 그런주성철에게서도 배우 이준혁이 느낀 매력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일말의 동정도 느낄 수 없고, 느껴서도 안되는 인물이지만 그런 주성철을 좋아하고 또 매력적으로 느껴보려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내고 발견한 주성철의 매력 포인트. 이것이랍니다.
 
“그 자신감, 하나만큼은 정말 멋진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악행이나 악을 위한 선택만 하지 않았다면 진짜 대단한 인물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조선시대라면 장군감이었죠. 제가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지 못해서 그런지 그런 점은 솔직히 부럽긴 했어요. ‘내가 주성철인데라는 그 자신감만큼은. 결과적으로 나쁜 짓을 했으니 벌을 받았지만 그 확실한 신념만큼 멋진 인물인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정말 극단적인 나르시스트적인 면도 있고요(웃음). 자기를 너무 좋아하잖아요. 하하하. 전 닭살 돋아서 그렇게 못할 텐데. 하하하.”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이준혁은 인터뷰 당일 의외의 물건을 선물이라고 내밀었습니다. 동화책 한 권이었습니다. 제목은안녕, 팝콘’. 이 동화책의 원작, 이준혁이었습니다. ‘범죄도시3’의 무시무시한 빌런을 연기한 배우가 동화책을 건내왔습니다. 그리고 그 동화책의 원작자에 이름을 넣었습니다.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너무 궁금했습니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으로 가장 적당할 듯싶었습니다.
 
“책까지 낼 의도는 없었는데, 무지개 다리를 건넌 우리 강아지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어서 게임을 만들었는데 그게 동화책으로 이어졌어요. 제 사비를 들여 게임을 만들었는데, ‘우리 강아지도 저 게임 속 강아지처럼 좋은 곳에 갔겠지?’란 리뷰를 읽고 너무 울었어요. ‘내 작은 감정이 누군가에게 통했구나란 마음에 너무 가슴이 뜨거워졌었죠. 그 마음이 동화책 발간까지 이어진 거 같아요. ‘안녕 팝콘은 정말 따뜻한 동화책이에요. 그리고범죄도시3’는 정말 재미있고 통쾌합니다. 둘다 즐겁게 즐겨주세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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