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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익스트림 페스티벌’ 김재화 “무미건조한 사람 연기해 보고 싶다”
“날 생각하고 쓴 작품이란 설명 ‘깜짝’ 놀랐다…너무 재미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해결하는 배역… 즐기면서 촬영 했다”
2023-06-15 07:00:34 2023-06-15 20:39:2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 배우입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활용한 배역에 거의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이 배우에겐 좀 과장되고 액션과 리액션이 큰 배역이 대부분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배우들, 다시 말해 이 배우처럼 과장된 연기를 하고 코믹한 이미지를 그려내는 배우들.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들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극과 극으로 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걸 대입하면 딱 들어 맞을 듯합니다. 과장되고 웃기고 또 코믹한 이미지의 배우들. 사실 이 배우들, 정말 현실적이고 리얼한 연기의 달인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배우 김재화에 대한 오해가 정말 안타까울 때가 많았습니다. 얼굴 근육을 과도하게 움직이며 그 표정에서 나오는 과장된 연기로 매 작품에서 이른바 감초 캐릭터를 도 맡아 오던 그의 연기 베이스가 사실 무대극에서 이어져 왔단 것을 알면 일면 수긍이 되는 지점입니다. 결과적으로 데뷔 이후 그가 연기해 온 과장된 캐릭터들의 베이스 자체를 해부하고 뜯어 보면 그 밑바닥에서 무대극 자체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걸 극단적으로 끌어 내 확장시킨 작품이 공교롭게도 김재화의 데뷔 첫 장편 영화 주연작 익스트림 페스티벌입니다. 이 영화에서 김재화는 연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김재화가 보이지 않습니다. 포스터 한 가운데를 장식한 인물. 당연히 김재화 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김재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지역 페스티벌을 어떻게 해서든 마무리하려 고군분투하는 혜수란 인물만 보입니다. 참고로 이 영화, 감독이 김재화를 염두하고 썼습니다. 그래서 김재화가 출연했지만 김재화는 없습니다.
 
배우 김재화.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여러 작품에서 항상 과한모습으로 등장해 온 김재화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김재화는 정 반대의 모습이었습니다. 조용하다 못해 섬세하고 섬세하다 못해 굉장히 감성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김재화의 내면을 먼저 봤던 듯싶었습니다. 아니 내면이 아닌 배우 김재화의 진심을 먼저 봤던 듯싶었습니다.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연출을 맡은 김홍기 감독이 김재화를 염두하고 쓴 시나리오였습니다.
 
다른 드라마 촬영 중이었어요.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는데 날 생각하고 쓴 작품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놀랐고 기뻤죠. 그러니 더 궁금했죠. 일단 제목이 너무 강렬했어요. 지금 제목인 익스트림 페스티벌도 세지만 원제는 더 강했어요(웃음). 원래 제목이 2회 연산군영화제였어요. 하하하. 받아 본 시나리오를 한 장 한 장 읽는데, 너무 웃겼어요. 제가 연극학과 출신이라 그 연극쟁이들의 뭘 건드린 대사들이 진짜 많았어요. 단박에 하겠다고 결정했죠.”
 
사실 김재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에 등장하고 자신이 연기한 혜수란 캐릭터.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김재화는 익스트림 페스티벌을 연출한 김홍기 감독의 단편 중성화에서 혜수를 한 번 연기했었습니다. 그때의 기억과 경험이 김 감독을 강하게 자극했었던 듯싶었습니다. ‘중성화속 주인공 혜수와 그의 상대역인 상민. 그 캐릭터를 고스란히 가져와 세계관을 확장해 익스트림 페스티벌을 만들었답니다. 그러니 혜수가 낯선 인물은 아니었답니다.
 
배우 김재화.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감독님이 중성화속 두 인물이 아까워 확장시켰다고 하셨는데 저도 동의했어요. 거기서부터 혜수에게 다시 접근했죠. 혜수는 책임져야 할 게 너무 많은 사람이었어요. 남자친구는 못미덥지, 해결해야 할 일은 많은데 해결은 안되지. 그런 힘든 모습이 우리 인생과 뭐가 다른가 싶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이 작품 끝나고 저도 실제로 좀 쉬었어요. 혜수가 마지막에 나 이제 제대로 해보고 싶어라고 하는 말, 실제 저한테 필요했던 것 같았어요. 그래서 더 공감이 많이 됐었죠.”
 
익숙했고 공감이 되는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작품을 이끌어 가야 하니 고민을 안할 수도 없었습니다. 배우가 작품을 임하는 태도부터 낯익은 캐릭터였고, 한 번 만나봤던 캐릭터였지만 분명 이번 작품은 다른 작품이란 생각으로 선을 긋고 출발했답니다. 일단 그 전까진 각각의 작품에서 강렬하고 센 이미지와 임팩트만 남기면 됐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 자체를 이끌어 가야 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작품 속 역할과 해야 할 일과는 전혀 달랐죠. 제가 연기한 혜수는 기본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많은 인물들을 만나고 또 그들과의 관계를 맺고. 사건이 터지면 일일이 해결하려 들고, 또 해결해야 하고. 한 번도 안 해봤던 경험이라 사실 매 순간순간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진짜 너무 즐기면서 작업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큰 역할을 제가 작품에서 담당 했더라고요. 포스터를 보면 그 중압감이 확 와요. 정 중앙에 제 얼굴이 가장 크게 나와서(웃음).”
 
배우 김재화.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김재화에게 연기력을 문제 삼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습니다. 아니 넌센스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더 궁금했습니다. 그 동안 주연에 대한 욕심이 없었는지,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연기를 시작했던 동료들이 멋진 주인공으로 작품을 소화할 때 김재화는 감초란 이름으로 임팩트를 선사했지만 그 이상을 더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 등. 그런 욕심이 없었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이 더 뜻 깊은 경험이었을 듯싶었다.
 
배우는 선택을 해줘야 하는 직업 이잖아요.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저도 모르게 계속 기다려 왔나 봐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주연이란 배역의 무게감을 이길 수 있는 배우만이 그걸 하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도 있어요. 주연이란 말, 지금도 얼굴이 뜨거워 질 정도로 부끄러운 생각도 들고 무게감도 느껴지고. 그래서 이번 영화가 너무 감사해요. 제 첫 주연작?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주연작이라 생각해요.”
 
그는 앞선 질문에서 독립영화이기에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고 겸손해 했습니다. 그래서 배우로서의 욕심과 그리고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단순한 욕심의 크기를 물어 봤습니다. 김재화란 배우에게 작품의 사이즈, 즉 제작비 규모가 크던 작던. 그런 지점은 출연 이유와 선택의 기준점이 아닌지. 물론 김재화는 절대 아니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배우 김재화.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전 그런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웃음). 10년 전에 미술을 하는 사촌이 인사동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는데 제가 거기서 퍼포먼스 연기를 한 적도 있어요. 예전에 세계일주를 할 때 영국 에든버러 한복판에서 분장하고 사람들 끌어 모아 공연도 하고 그랬었죠. 지금도 사실 여건만 되면 그런 걸 너무 하고 싶어요. 제가 재미있고 즐거운 건 작품이 아니라 연기 그 자체에요. 제겐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최고의 재미였어요(웃음)”
 
김재화는 작품을 할 때마다 롤 모델을 만난답니다. 풀어 설명하자면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매번 배우고 또 배우면서 끝이 없는 연기의 세계에서 살아갈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게 가르침을 주는 동료들. 그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쁨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경험과 롤 모델 그리고 연기의 발전을 통해 김재화는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면서 자신이 해보고 싶은 연기의 모델과 도전해 보고 싶은 연기의 색깔을 전했습니다.
 
배우 김재화.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너무 많은 동료들, 특히 연극 무대에서 함께 했었던 대선배님들을 통해 또 한 번 많은 걸 배웠어요. 선배님들의 대사 한 마디에 힘이 느껴지고 감정이 다가왔어요. ‘난 언제쯤 저렇게 될까란 부러움이 너무 컸죠. 그저 주어지고 맡겨지는 역에 최선을 다하자는 게 저 김재화인데, 진짜 해보고 싶은 역은 표정을 짓지 않아도 되는 역을 좀 해보고 싶어요. 무미건조한 사람 같은. 지금까지 대부분 제게 오는 배역이 뭘 많이 표현하고 드러내야 하는 배역들이었어요. 한 번쯤은 언젠가 제가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배역을 만날 수 있겠죠. 기다리고 있습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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