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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멀티버스 차원 끌어 올린 ‘플래시’
마블 전매특허 ‘멀티버스’, DC가 그려낸 개념적 ‘멀티버스’ 존재감↑
호러 연출 작법 투영시킨 연출력, ‘히어로 장르’와 결합된 ‘정합성’
2023-06-14 07:00:38 2023-06-14 15:45:2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6년 3월 국내 개봉한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DC확장유니버스 시작으로 불린 이 영화, 제목처럼 배트맨과 슈퍼맨 대결이 그려진 DC히어로 무비 시작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시작되고 초반쯤 이었습니다. ‘배트맨’으로 활동하는 브루스 웨인이 ‘슈퍼맨’ 클라크 켄트의 숙적 렉스 루터의 자료를 살펴보던 중. 갑자기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나타난 한 인물. “브루스 당신이 옳았어”라고 경고와 함께 힌트를 주는 그 사람. 붉은색 마스크를 쓴 캐릭터이면서 얼굴에는 거뭇한 수염이 난 인물. DC코믹스 세계관 속 가장 빠르게 달리는 히어로 ‘플래시’였습니다. 국내에선 4050세대에게 미드의 주인공 정도로만 알려진 캐릭터였습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초반에 이렇게 등장한 바 있는 ‘플래시’ 배리 앨런. DC코믹스 세계관에서 존재하는 그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실제 이론 물리학에선 빛보다 빠른 속도가 되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 슬립’이 가능하다고 정의합니다. 문제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초반에 이렇게 등장한 배리 앨런과 중반 이후 정식으로 등장하는 배리 앨런, 놀랍게도 다른 인물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 그 해답이 바로 14일 개봉하는 DC확장유니버스 마지막 솔로 무비 ‘플래시’에 담겨 있습니다. 참고로 ‘플래시’는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세계관을 만들어 낸 제임스 건 감독이 DC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DC확장 유니버스’에서 ‘DC유니버스’로 세계관이 재정립되기 전 선보이는 마지막 영화입니다.
 
영화 '플래시'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앞서 언급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초반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등장한 수염이 거뭇한 얼굴이 ‘플래시’ 배리 앨런과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앳된 얼굴의 배리 앨런. 다시 설명하지만 두 사람은 다른 배리 앨런입니다. 그리고 각각 ‘플래시’로서의 능력은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개념을 설명하려면 딱 하나, 이미 우리에겐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를 통해 익숙해진 ‘멀티버스’를 가져오면 됩니다. 참고로 코믹스 세계관에서 ‘멀티버스’는 마블보다 DC가 먼저 사용한 개념입니다. 결과적으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속 초반에 등장한 거뭇한 수염의 ‘배리 앨런’이 어떻게 시공간을 뚫고 나왔을까. 그걸 설명하는 게 바로 이번 솔로 단독 무비 ‘플래시’입니다.
 
영화 '플래시'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플래시’ 속 세계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세계가 진행된 이후 세계관으로 추정됩니다. 배리는 여전히 ‘배트맨’ 브루스 웨인(밴 애플렉)과 소통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소심하고 수줍음 많은 ‘배리’로 살아가면서도 ‘저스티스 리그’ 멤버로서의 히어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빛 보다 빠른 속도로 도심을 가로질러 달리며 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과 소심한 청년의 양면성을 유지하며 존재합니다.
 
영화 '플래시'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그런 배리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한 사람. 바로 죽은 어머니입니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까지 더해지면서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청년 배리 앨런이 됐습니다. 하루 아침에 부모 모두를 잃고 홀로 지내온 배리는 우연한 사고로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능력을 얻게 됐지만 여전히 소심한 청년일 뿐입니다. 그래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속 메타 휴먼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자신을 찾아와 ‘저스티스 리그’ 합류를 권하는 브루스 웨인에게 “친구가 필요해요”라며 일말의 고민도 없이 승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영화 '플래시'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플래시’ 속 배리 앨런, 저스티스 리그를 통해 세상을 구한 영웅이었지만 여전히 그는 가면을 벗고 있을 때에는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배리 앨런입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주도적으로 뭔가를 실행하려 합니다. 우연히 스스로가 시간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단 걸 알게 됩니다. 빨리 달리다 못해 너무 빨리 달렸습니다. 순간적으로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다른 차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중립지대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영화 '플래시'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배리 앨런은 즉각 브루스 웨인에게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알리면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어머니의 죽음을 막겠다는 의지를 전합니다. 하지만 시간의 굴레가 깨질 경우 발생할 도미노 현상의 위험을 경고하는 브루스 웨인입니다. 물론 배리 앨런은 브루스 웨인의 경고를 무시하고 어머니가 죽던 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날 그곳에서 배리는 어머니의 죽음을 막아냅니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그 세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신과 만났습니다. 브루스 웨인의 경고가 현실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만난 또 다른 자신. 과거의 자신이 아니었습니다. 이른바 다른 차원, 즉 다른 세계의 자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세계는 바로 슈퍼맨의 숙적 조드 장군이 지구를 침공하기 바로 직전의 세계.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배리 앨런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 세계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 확신한 ‘슈퍼맨’ 클라크 켄트를 찾아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 세계에 ‘슈퍼맨’은 없습니다. 대신 브루스 웨인은 존재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알고 있던 브루스 웨인이 아닌 다른 브루스 웨인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 전 현실의 브루스 웨인이 경고한 위험이 이런 것이었습니다. 이쪽 세계관의 배리 앨런 그리고 저쪽 세계관의 배리 앨런. 두 명의 배리 엘런은 우리가 알고 있던 브루스 웨인이 아닌 다른 브루스 웨인 그리고 슈퍼맨이 아닌 슈퍼걸과 함께 힘을 합쳐 조드 장군의 침공을 막아내야 합니다. 
 
영화 '플래시'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플래시’ 연출을 맡은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은 호러 영화를 주로 만들어 온 연출자입니다. ‘그것’ 시리즈와 ‘마마’ ‘엄마’를 연출한 그의 호러 작법은 묘할 정도로 ‘플래시’의 멀티버스 세계관을 유지하는 긴장 및 공포의 텐션에 딱 들어 맞아 보입니다. 사실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은 히어로 영화 장르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연출자 입니다. 그가 전문성을 갖고 있던 호러 장르는 공포감 즉 긴장을 극대화 시키는 장르적 특성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감정을 극대화 시키는 과정에 전문성을 띤 연출자였던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은 히어로 장르인 ‘플래시’에겐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덧붙이자면 장르적 극대치가 스펙터클로 발현되는 히어로 무비의 특성과 공포의 텐션이 최대치로 드러나야 하는 호러 장르의 연관성은 기묘할 정도로 완벽한 정합성을 띤 이종 장르임을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이 증명한 셈입니다. 이미 마블이 선보인 원조 스파이더맨 3부작을 연출한 샘 레이미 감독과 DC의 또 다른 수작 ‘아쿠아맨’을 연출한 제임스 완 감독이 호러 연출로 이름값을 날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영화 '플래시'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무엇보다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은 ‘플래시’의 세계관을 통해 드러나게 된 DC유니버스 최초의 멀티버스를 마블의 멀티버스와는 다른 개념으로 풀어낸 것만으로도 DC히어로 무비의 차원을 다른 지점으로 끌어간 공을 인정 받아야 할 듯합니다. 멀티버스의 기능적 측면에 집중한 마블과 달리 DC는 멀티버스 자체가 갖는 개별 세계관에 더 집중했습니다. 온전히 그리고 완벽하게 독립된 차원으로서 시공간 흐름을 주도적으로 구성해 냈습니다. 이런 지점은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예상 밖의 인물을 통해 멀티버스의 다중성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영화 '플래시'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플래시’의 빼어남 가운데 절반이 앞서 언급한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의 연출력에 있다면 나머지 절반은 배우들입니다. 주인공 배리 앨런을 연기한 에즈라 밀러는 캐릭터 해석이 아닌 ‘배리 앨런’ 그 자체로 보입니다. DC코믹스 원작 속 ‘배리 앨런’ 묘사가 이번에 개봉하는 ‘플래시’의 에즈라 밀러가 연기한 ‘배리 앨런’을 보고 쓰여진 것이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특히 같은 차원에서 만나게 된 각기 다른 두 명의 배리 앨런이 등장하는 장면에서의 에즈라 밀러 연기를 보고 있으면 DC와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이 할리우드의 ‘트러블메이커’로 등극한 그를 버리지 못한 이유를 체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 '플래시'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플래시’를 통해 무려 34년만에 배트맨으로 복귀한 마이클 키튼의 중후함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입니다. ‘플래시’ 속 ‘배트맨’이자 실제 원조 ‘배트맨’의 첫 발을 내딛게 한 마이클 키튼의 존재감을 통해 역대 영화 속 배트맨을 연기한 배우들의 현실이 실제 멀티버스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슈퍼맨을 대신해 ‘플래시’에 등장한 ‘슈퍼걸’ 사샤 카예의 발굴은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 최고 업적 중 하나임에 분명합니다.
 
작년 DC스튜디오 CEO로 영입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연출자 제임스 건 감독은 이미 ‘플래시’에 대해 “내가 본 최고의 슈퍼 히어로 영화 중 하나”라고 극찬한 바 있습니다.
 
영화 '플래시'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확실하게 그리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 건의 발언, 온전히 믿어도 될 듯합니다. 그리고 이제 히어로 무비는 DC로부터 시작됩니다. 이건 분명한 팩트입니다. ‘플래시’가 그걸 보장합니다. 6월 14일 개봉.
 
P.S 쿠키영상은 하나입니다. 쿠키 영상 등장 캐릭터보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예상 밖 인물의 존재감이 더 놀라울 정도입니다. 힌트는 멀티버스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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