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직접 피를 구해야하는 실정으로 우리나라도 명백한 피 부족 국가입니다. 혈액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수혈을 못하는 상황이 늘고 있고 피가 없어 일반 수혈 환자의 수술 일정은 계속 미뤄지고만 있습니다. 18일(목) 토마토Pick에서는 헌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혈액 부족국가…헌혈에 관심을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로 헌혈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 3년간 이어진 코로나 펜데믹으로 더욱 심각한 사항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면 수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어 혈액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신종 감염병 등으로 혈액 공급 부족 문제에 봉착해 있습니다. 대한적십자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2022년 헌혈 실적은 264만건으로 2019년 대비 5% 감소, 동기간 수혈용 혈액 공급 실적도 4% 줄었습니다. 문제는 헌혈 인구는 줄어드는 데 반해 수혈이 필요한 고령층은 급증하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이후에 전국의 헌액 보유량이 3일 미만으로 자주 떨어지면서 위험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0년전에 비하면 절반수준으로 이제는 혈액절벽국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혈액수급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단체헌혈(군인, 학생 등이 참여하는 헌혈)도 뚝 끊기고 10대의 헌혈건수가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고령층의 헌혈실적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줄어드는 젊은층의 헌혈건수를 감당하기에는 무리입니다. 2003년 이전까지 연간 헌혈자수가 250여만명이 될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지만, 2003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 2008년 이후부터 2015년까지 다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는 감소와 증가를 반복하다가 코로나 영향으로 감소했습니다.
우리나라 헌혈률은?
지난해 국내 헌혈자는 전체 264만9007명으로 전체 국민 수 대비 헌혈건수를 나타내는 헌혈률은 5.15%로 집계됐습니다. 헌혈가능인구 대비 헌혈률 역시 지난 2018년 7.31%, 2019년 7.08%에서 2020년에는 6.63%로 뚝 떨어졌습니다. 지난해는 3.41%에 불과합니다. 이는 헌혈이 가능함에도 하지 않은 사람이 늘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헌혈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합니다. 2018년 5.6%, 2019년 5.4%, 2020년과 2021년은 5.0%, 2022년은 5.15%였습니다. 지난 2022년 헌혈자의 날을 맞이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대만이 7.68%, 독일 7.67%, 호주 6.22%에 이어 세계 10대국 중 4번째로 높은 헌혈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참고로 네널란드(4.22%, 일본(3.99%), 싱가포르(3.12%), 영국과 캐나다는 3% 미만입니다.
혈액보유량은?
5월들어 헌혈이 늘어나면서 17일 현재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보유량(적혈구제제)은 4.8일분으로 그나마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혈액 일일 보유량이란 의료기관에 공급할 수 있는 혈액량 등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AB형이 3.4일분으로 가장 적었고, B형이 6.8일분으로 그나마 여유가 있는 상태입니다. 0형이 4.1일분, A형 4.5일분이 남아있습니다. 또 농축혈소판은 적정 보유량이 2일분인데 적정수준에 있지만 헌혈 인구는 줄어드는데 반해 수혈이 필요한 고령층은 급증하고 있어 향후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10~20대 헌혈자에 대한 의존도가 67% 수준으로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보다 적극적인 헌혈 참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실제 우리나라 혈액 재고 평균 보유일 수는 지난 2017년 5.4일분이었지만 2018년 4.5일분, 2019년 4.3일 분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5일분 이상 비축해둬야 혈액 수급이 원활 수 있지만 최근 일 단위로는 3일분 밑으로 떨어지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의료기관은 혈액 재고가 3일분 미만이 되면 의료기관의 필수적인 기능 수행에 차질이 발생하며 일부 출혈을 동반하는 시술은 연기가 불가피합니다.
-혈액수급위기단계: 대한적십자사는 원할한 혈액수급을 위한 혈액적정보유량을 ‘5일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혈액정보보유량은 1일 평균 혈액소요예상량이 기준이며 1일 미만은 ‘심각’, 2일분 미만은 ‘경계’, 3일분 미만은 ‘주의’, 5일분 미만은 ‘관심’ 단게로 분류됩니다. 이에 따라 혈액재고량이 3일분 미만이면 수술과 출혈을 동반하는 시술은 연기됩니다.
헌혈의 종류
헌혈에는 크게 전혈 헌혈과 성분 헌혈이 있습니다. 전혈 헌혈은 2달에 1번, 성분 헌혈은 1년에 최대 24번으로 횟수가 제한됩니다.
-전혈 헌혈: 전체 헌혈 중 약 70%를 차지하는 일반적인 헌혈로서, 백혈구를 제외한 혈액을 뜻합니다. 혈액의 모든 성분을 한 번에 320∼400mL 채혈하는 것으로, 보통 헌혈의집 등에서 피를 뽑는 헌혈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렇게 모아진 혈액은 대부분 수술에 쓰이는데 보관 기간이 35일로 짧아 수입이 불가능합니다. 전혈 헌혈은 적혈구, 백혈구, 혈장, 혈소판이 포함된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것으로 헌혈을 하고 나면 8주간 일체의 헌혈이 불가능합니다.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전혈이 그대로 환자에게 수혈되지는 않으며, 보통 보관과 활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혈액원에서 성분별로 분리한 후 혈액제제 형태로 가공합니다.
-성분 헌혈: 필요한 성분만을 여과해 채혈하는 방법으로, 전체 헌혈 중 약 25%~30%를 차지합니다. 우선 피를 뽑은 뒤 혈장이나 혈소판 같은 성분만 걸러서 모으고 나머지는 다시 헌혈자의 몸에 넣어주는 것으로, 피의 붉은색을 구성하는 적혈구가 빠져 있기 때문에 붉은색이 아니라 노란색을 띱니다. 의약품 제조에 쓰는 혈장은 약 1년간 냉동 보관할 수 있고, 수입도 가능합니다. 혈소판성분헌혈, 혈장성분헌혈, 혈소판혈장성분헌혈로 구분되며 성분 채혈기를 이용해 필요한 성분만 채혈합니다. 성분헌혈은 약 30~40분, 혈소판, 혈소판혈장 성분헌혈은 약 1시간~1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일정 성분만 채집하기 때문에 회복되는 속도도 빨라서 성분 헌혈은 2주 간격으로 할 수 있습니다.
헌혈은 위험하다?
헌혈은 위험한 것이 아닙니다. 헌혈을 하면 몸속 피가 빠져나가 건강이 나빠질까봐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 몸은 체중의 7~8%에 해당하는 양의 혈액을 보유하고 있어 혈액의 15%는 비상 상황을 대비한 여분이기에 헌혈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인간의 신체는 체내 외 변화에 대한 조절 능력이 뛰어나 헌혈 후 1~2일 정도면 혈관 내외의 혈액순환이 회복됩니다. 또 헌혈 중 사용하는 바늘을 비롯한 팩은 무균처리로 되어있고 쓰는 즉시 폐기하기 때문에 헌혈로 인해 에이즈 등 다른 질병에 감염될 위험은 전혀 없습니다. 실제 헌혈의집에서 헌혈할 때 간호사들이 들고오는 바늘, 팩 등의 물품은 헌혈자가 보는 앞에서 밀봉처리된 비닐봉지를 뜯어 사용합니다. 또한 헌혈을 하기 전에, 확실히 헌혈해도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혈압과 혈색소 수치를 확인하여 안전하다고 판단이 되는 경우에만 진행합니다.
헌혈의 날이 13일인 이유
헌혈은 1년 365일이 모두 중요하고, 모두 필요한 날이지만, 특히 매월 13일은 헌혈의 날로 지정되어 있답니다. 헌혈은 바로 혈액인 피를 기부하는 것입니다. 피는 영어로 Blood라 고 하죠. 자신의 피를 기부하고자 타인을 위해 헌혈하는 사람은 Blood Donor라고 한답니다. 헌혈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인 Blood의 첫 글자인 B는 숫자 1과 숫자 3을 붙인 모양을 연상시키는데요. 따라서 13을 붙여서 쓰면 Blood의 첫 글자인 B가 되어 매월 13일은 헌혈의 날로 지정됐습니다.
혈액관리시스템
-혈액정보관리시스템(BIMS): 대한적십자사는 헌혈자분들의 소중한 혈액이 가장 안전한 상태로 의료기관에 전달되도록 하기위해 2003년 전국의 모든 혈액관리업무를 인터넷을 통해 관리할 수 있는 혈액정보관리시스템(Blood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 BIMS)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BIMS는 헌혈자가 헌혈의집에서 경험하게되는 문진, 채혈 등의 간호를 담당하는 간호시스템, 채혈된 혈액에 최고의 안전성을 부여하기 위해 진행되는 각종 검사과정을 관리하는 검사시스템, 안전성이 확보된 혈액을 의료기관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공급시스템, 헌혈차량이 직접 찾아가서 채혈할 때 사용되는 모바일시스템 등 혈액관리업무의 각 단계를 맡고 있는 모든 시스템이 모여서 구성된 통합관리시스템입니다. BIMS 구축으로 그동안 각 혈액원별로 개별적으로 관리하였던 정보를 전사적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혈액정보공유시스템(BISS): 혈액정보공유시스템(Blood Information Sharing System ; BISS)은 넓은 의미에서보면 BIMS를 구성하는 다양한 시스템 중 하나로 대한적십자사 외의 기관에서 혈액관리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1999년에 개정된 혈액관리법은 모든 의료기관이 헌혈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만약 각 의료기관이 별도로 혈액 정보를 관리하고 이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면 혈액의 안전성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요. 이에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2005년에 국고의 지원을 받아 BISS를 구축, 대한적십자사와 헌혈사업을 하는 타기관 간의 정보 공유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
헌혈 건수 감소로 의료기관 혈액 부족 문제 반복되자 의사 승인이 있을 경우 70세 이상도 헌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헌혈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승인이 있는 경우에는 70세 이상인 경우에도 헌혈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또 우리나라 역시 인공혈액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2030년 중반에는 수혈 가능한 인공혈액 실용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인공혈액 개발 전까지는 자발적 헌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만큼 헌혈자 예우와 헌혈편의성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과 장기대책이 필요합니다. 헌혈은 사람을 살리는 실천입니다. 인간의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으며, 이를 대체할 물질도 아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수혈용 혈액은 보존기간, 위생관리상의 문제로 수입이 불가능해 헌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헌혈을 통한 수혈만이 혈액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