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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하이브 AI 프로젝트 ‘미드낫’…K팝 성장 새 활로 될까
K팝의 저변 세계로 확대되나…"저작권 이슈 자유로운 AI 창작의 가능성"
2023-05-16 19:00:00 2023-05-16 19: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국내 대형 가요기획사 하이브가 AI 프로젝트 ‘미드낫’을 선보이면서 K팝 성장의 새 활로가 될지 주목됩니다.
 
‘미드낫’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발굴한 17년 차 가수 이현(40)의 음악에 AI 기술을 접목한 프로젝트. 깔끔한 발라드 가수로 활동해온 그는 콧수염을 기르고 장발 스타일과 트렌디한 비트가 섞인 신스 웨이브 음악 스타일로 전환했습니다. 전자음악 DJ 겸 프로듀서 히치하이커(최진우), 하이브의 음악 솔루션 개발 업체 '하이브 아이엠(IM)'의 도움으로 완벽 변신한 겁니다.
 
미드낫의 신곡 '마스커레이드'은 기술력이 두드러집니다. 아티스트가 가창한 발음을 다양한 언어권에 맞게 교정하고 청취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올해 초 하이브가 인수한 인공지능(AI) 오디오 기업 '수퍼톤'의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을 활용해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6개 언어로 동시 발매됐습니다. 전 세계 80억 인구의 절반이 사용하는 6개 언어를 시작으로 K팝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을 활용해 여성 보이스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현의 보이스 창법을 그대로 살리되 여성 버전으로 전환한 게 특징입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발굴한 17년 차 가수 이현(40)의 음악에 AI 기술을 접목한 프로젝트 ‘미드낫’. 사진=하이브
 
이번 프로젝트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달 빌보드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하이브의 다음 핵심 전략"이라고 언급하며 나온 프로젝트라 공개 직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우선 이번 프로젝트가 주는 시사점은 K팝의 저변이 영미권을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AI 기술로 물리적 제약과 언어와 성별의 장벽이 사라지면서 더욱 다양한 창작물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하이브 측은 이번 미드낫의 반응과 성과를 분석하고 추후 다른 소속 가수를 대상으로도 AI 기술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오는 2025년 활동 재개가 예상되는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세븐틴, 르세라핌 같은 인기 K팝 그룹을 비롯해 장기적으로는 최근 하이브가 인수한 미국 힙합·팝 레이블의 아티스트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음악업계에선 나옵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AI 기술 자체가 새롭다는 느낌은 받질 못했다”며 "다만, 특정 기업이 자사의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해 저작권 이슈에서 자유로운 AI 창작의 가능성을 열었고, AI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데서는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라고 봤습니다.
 
또 김도헌 평론가는 “앞으로 AI 기술이 단순히 사람을 대체한다는 것만으로는 재미가 없을 것”이라며 “AI 목소리를 딴 누군가가 코러스를 넣는 식의 인간과 협업을 어떻게 하느냐가 점차 중요해질 것 같다. ‘샘플링’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고도 봤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발굴한 17년 차 가수 이현(40)의 음악에 AI 기술을 접목한 프로젝트 ‘미드낫’. 사진=하이브
 
대중음악계에선 일찍부터 가요계에 AI 기술을 접목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 왔습니다. 지난해 90년대를 풍미했던 힙합 듀오 ‘듀스’의 고(故) 김성재(1972~1995)는 27년 만에 아바타로 환생해 가족들과 만났습니다. 오래된 영상 자료의 화질과 잡음 등 기술적 문제를 잡은 생전 데이터에 AI 기술을 활용해 구현해낸 겁니다. 최근에는 AI로 90년대 인기 가수였던 고(故) 서지원(1976~1996)의 목소리를 AI로 복원해 음반까지 제작됐습니다. 음반사 옴니뮤직은 음성 파일을 기반으로 약 1년 6개월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했다고 합니다. 
 
음반사 외에도 AI를 활용한 시도는 음악업계 다양한 분야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니뮤직은 AI 스타트업 ‘주스’와 협업해 홈쇼핑 프로그램 시그널송까지도 제작했습니다. AI가 만든 음원은 현재로서는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해 공익적 목적 등을 위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도헌 평론가는 “공익적 목적의 AI 음악들의 문제와 직접 저작권을 지닌 K팝 기획사들이 AI 시장에 뛰어드는 흐름은 구별해서 봐야한다. 저작권과 인격권 문제 다 해결하면서 어떻게 독특한 형태로 만들어갈 것이냐가 AI 음악 시장의 창작 숙제가 될 것”이라 봤습니다.
 
지난 3월 "K팝이 위기"이며 "지표 둔화가 명확하다"고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진단 후 하이브가 AI 쪽으로 발걸음을 크게 옮긴 만큼, K팝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지 국내외 음악업계의 이목이 쏠립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발굴한 17년 차 가수 이현(40)의 음악에 AI 기술을 접목한 프로젝트 ‘미드낫’. 사진=하이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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