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구름 사이 살짝 고개를 내밀던 햇볕은 사람들을 초록의 식물처럼 푸르게 빛내고, 바람에 하늘거리는 벌룬들은 완연한 초봄 기운을 연신 뿌려대는 듯 했습니다. 드넓은 잔디 위 파스텔톤 돗자리를 편 솔로, 연인, 친구, 가족들은 눕거나 와인을 홀짝였고, 봄 풍경을 빼닮은 음악들은 그런 이들의 귓가에 쉼 없이 깊은 잔향을 울렸습니다. 지난 3년 간 팬데믹 시기를 딛고 새롭게 피어난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3(이하 뷰민라)’는 그렇게 모인 3만 명의 가슴에 봄을 심고, 어느 해보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뷰민라’는 국내 공연기획사 민트페이퍼의 주최로 매년 봄 시즌에 맞춰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입니다. 2010년부터 시작해 팬데믹으로 취소된 2020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열려왔습니다. 13회째 맞은 올해 행사는 13~14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진행됐습니다.
13회째 맞은 올해 '뷰티풀민트라이프2023' 행사는 13~14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진행됐다. 사진=민트페이퍼
뷰민라의 강점이라면 명확한 페스티벌의 정체성입니다. ‘민트’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상큼함을 콘셉트로 봄날의 피크닉 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콘셉트가 명확한 만큼 라인업에도 ‘봄을 닮은’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합니다. 올해 역시 은은하고 멜랑꼴리한 음악들이 야외무대든, 실내공연장이든, 곳곳의 축제부스든 스며들며 봄의 정취로 물들였습니다.
올해 행사는 규모가 가장 컸던 메인무대 민트브릿지(88잔디마당)를 필두로 러빙포레스트가든(88호수수변무대), 민트스퀘어(KSPO돔) 총 세 개의 공간에서 진행됐습니다. 잔디에 돗자리를 펼치고 누워 공연을 감상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스탠딩존에서 아티스트들과 음악적 교감을 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부스에서 파는 음식이나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축제 자체를 여유있게 즐기려는 관객들도 많았습니다.
13회째 맞은 올해 '뷰티풀 민트 라이프'의 서예 교실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관객들 모습. 사진=민트페이퍼
장기적으로 대중음악축제가 하나의 행사로 자리잡고 브랜드를 강건하게 하려면, '어떤 라인업인지'보다는 '어떤 문화가 있는지'로 승부해야합니다. 뷰민라는 올해도 여전히 그 뿌리를 이어갔습니다. 메인 무대 주변과 서브 무대들에서는 음악 외적인 엔터테인먼트 요소들로 꾸며졌습니다. 최근 영화관에서 상영중인 '스즈메의 문단속'을 뷰민라 스타일로 바꾼 포토월에는 긴 행렬이 늘어섰습니다. KSPO돔에서 진행되는 아티스트와 팬들의 교감 행사는 이제 축제의 시그니처입니다. OX퀴즈대회인 ‘민트똘똘이선발대회’, ‘서예교실’, 나상현씨밴드 멤버가 참여한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 솔루션스 박한솔과 권오경이 참여한 코디 대결 ‘뷰민라 LOOK’ 같은 부대 행사들은 관객들이 모여 웃고 즐기는 뷰민라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13회째 맞은 올해 '뷰티풀 민트 라이프'. OX퀴즈 행사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사진=민트페이퍼
뷰민라는 국내에서 열리는 대중음악 페스티벌 가운데 매년 첫 순서로 열려 그 해의 업계의 방향키 역할을 합니다. 팬데믹 시기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진행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신속 항원 키트를 처음으로 도입하고 88잔디마당 근처 체조경기장을 방역 센터로 활용하면서 '감염 시대의 공연 문화'를 정립하는 데 힘써왔습니다. 뷰민라 주최 측 민트페이퍼는 음악과 여행을 결합한 시도의 ‘해브 어 나이스 트립’(올해는 7월 15~16일), 뷰민라의 가을 버전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올해는 10월 21~22일) 같은 기획으로 국내 대중음악 축제 문화를 이끌어오고 있습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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