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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쿠팡 실적 증가에도 주가 하락 '왜?'
매출성장 둔화·인건비 부담 고질적…캐시카우 필요
“유료멤버십 기반해 점유율 높인다”
2023-05-12 15:49:41 2023-05-12 17:50:58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과 이익 모두 증가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3분기 연속 흑자에도 시장의 반응이 시원찮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매출 성장폭이 크지 않은 점과 이익이 증가하기 어려운 구조를 지적합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이 지난 9일(현지시각) 1분기 실적을 공시했습니다. 매출액은 58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분기별 매출 성장세가 둔화돼 투자자들의 우려를 낳았으나, 이번엔 다시 증가폭이 커졌습니다. 달러 기준으로 작년 1분기보다 13%, 직전 분기에 비해서는 8% 넘게 성장했으니까요. 
 
영업이익도 분기 기준 최초로 1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작년 3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흑자입니다. 이제 적자 우려는 버려도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쿠팡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활성고객이 1901만명으로 전년 동기 1811만명에서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인당 매출도 8% 늘었다는군요.
 
주요 부문에 걸쳐 좋은 성적을 낸 것으로 발표되자 국내 언론은 “이마트를 넘어섰다”며 긍적적인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실적 증가 환호에도 주가 하락
 
그런데 정작 시장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실적 발표일을 포함해 사흘 연속 주가가 하락한 것입니다. 하락률이 8%에 이릅니다. 이를 실적 호재가 선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도 있겠지만 국내 반응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주가도 4월25일부터 쌓았던 상승분을 반납한 상태입니다. 
 
쿠팡은 2021년 3월11일 미국 증시에 상장한 직후부터 내리막길만 걸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상장 당일 반짝 오르며 장중 69달러를 찍은 것이 마지막이었죠. 그 뒤로 지난해 5월9일 9.35달러 최저가 기록을 세울 때까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후 반등해 10월에 잠깐 2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다시 하락, 반년 넘게 10달러대에서 오가는 중입니다.
 
지난 3월 13달러 부근까지 밀렸다가 이만큼 올라온 것도 실적 덕분일 텐데, 매 분기 더 나은 실적을 거두는 데도 20달러 회복은 아직 멀어 보입니다. 
 
이같은 온도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상과 기대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시장의 컨센서스 즉 예상을 넘어선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내용상 기대를 충족시켰다거나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흑자전환 당시에도 뒷말이 무성했습니다.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매출총이익도 함께 늘었지만 비용이 문제였습니다. 작년 결산 기준으로 매출총이익이 6조1393억원인데 이중 상당액이 인건비 등으로 들어가니 영업이익이 크게 남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지난해 쿠팡의 인건비는 4조9598억원에 달했습니다. 2021년 4조7237억원에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인건비 절감을 위한 노력의 부작용은 올해 노동자들의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운반 및 임차료는 6211억원에서 1조2526억원으로 2배나 증가했습니다. 
 
이를 전부 포함한 영업일반관리비가 6조395억원입니다. 매출이익률 24%는 준수한 수준임에도 비용 부담이 큽니다. 이번 1분기 일관관리비는 13억1315만달러를 쓴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대규모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와 리스도 많아 갚아야 하는 이자 등 금융비용이 2000억원에 달하는 것도 고민입니다. 
 
이처럼 고비용 구조에서 매출 증가폭이 지지부진하니 주가도 한 단계 올라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와우멤버십이 해결사?
 
다만 발표된 실적을 원화로 환산해 보면 매출 부진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달러 기준으로 공시되는 지난해 분기 매출 성장은 지지부진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원달러환율이 요동쳤던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환율이 1200원에서 1300원으로 오르면 1200원이었던 매출이 1300원으로 늘어도 똑같이 1달러 매출로 기록되기도 합니다. 
 
작년 하반기가 그랬습니다. 국내에서는 매출이 증가했는데도 달러 기준으론 소폭 증가에 그쳤던 것입니다. 미국 현지 투자자들이 성에 차지 않을 만합니다. 반대로 올해 1분기엔 환율이 하락한 영향으로 달러 기준 매출은 성장폭이 컸지만 원화 매출은 소폭 증가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환율의 영향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비용과 캐시카우에 달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쿠팡도 아마존의 데이터센터 AWS처럼 캐시카우를 확보하거나 풀필먼트로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쿠팡도 신사업을 합니다.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 배달앱 쿠팡이츠, 결제시스템 쿠팡페이를 비롯해 해외에도 진출했습니다. 아직은 돈을 까먹기만 하는 사업들인데 지난해 이들이 낸 손실이 크게 줄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대규모 투자 끝에 풀필먼트에서 큰 이익을 내거나, 천덕꾸러기 신사업들이 백조로 변신하기 전에는 지금처럼 매출만 보고 투자하는 수밖에 없는데, 경쟁이 치열해 매출성장률이 높게 나올지 의문입니다. 그래도 투자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유형자산 취득액이 1조235억원에 달했습니다. 이익은 나지 않는데 투자만 계속되는 걸 지켜보며 “미국에 상장해서 애국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쿠팡의 1분기 실적에 대한 증권사의 평가는 좋습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가 상대적으로 비수기임에도 이익이 증가했고 △온라인시장의 성장 둔화에도 차별화된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지속적인 활성고객 증가 △일부 사업부의 공격적인 점유율 확대 전략에도 수익성이 견고해졌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또한 남 연구원은 쿠팡이 쇼핑커머스 생태계에 머물지 않고 지배력을 높이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데 주목했습니다. 또 와우멤버십(유료서비스)의 안착으로 바이어마켓 록인(Lock In) 효과에 역량을 쏟을 수 있는 단계로 전환한 것이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도 실적 발표에서 “와우 유료회원의 쿠팡이츠 할인 등 멤버십 혜택을 늘리겠다”며 “와우멤버십을 지구상 최고의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 혜택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쿠팡의 현재 시가총액은 291억달러, 약 38조8000억원입니다. 몸값에 비해 버는 돈이나 자산가치는 크지 않습니다. IBK투자증권은 중립의견을 유지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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