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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미분양 속출 지방 '브릿지론' 부실 우려 대두
지방 미분양 규모 많아…브릿지론 부실 리스크 부각
중소형 증권사, 브릿지론 익스포져 비중 높아
자본적정성 우려…증권사 "유동성 확보, 충당금, 리스크 관리 강화"
2023-04-14 06:00:00 2023-04-14 0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짙어졌습니다. 현재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서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다만 지방 현장에서 미분양이 속출하며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브릿지론(고금리 단기대출)' 부담이 커지는 형국입니다.
 
(사진=한국신용평가)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분양 공포가 부동산 시장을 엄습하고 있습니다. 대구와 울산 등을 포함한 광역시와 충남, 경북, 제주, 충북, 대전, 전북, 강원 등 지방 미분양 규모가 많은 가운데 경기, 부산, 인천의 미분양 규모도 누적되며 전국적인 분양 경기가 저하하고 있습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1월말 기준 미분양주택은 7.5만호로 2022년 하반기 이후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최근 10년래 최대 규모라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분양 주택수가 많은 지역은 대구, 충남, 경북, 경기 등인데요. 김현 한국기업평가 평가2실 책임연구원은 "수요가 높은 수도권인 경기를 제외한 대구, 충남, 경북 지역을 위험지역으로 선정했다"면서 "충남에서는 천안·아산·홍성, 경북에서는 포항·경주 등의 미분양 주택수가 높다"고 전했습니다. 
 
지방 미분양 여파로 증권사가 마주한 위험은 바로 브릿지론의 부실화 여부입니다.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브릿지론의 기한이익상실(EOD) 사례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까지의 부동산 PF 익스포져의 만기도래 금액 약 14조원 중 브릿지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58.4%입니다. 한신평은 "브릿지론의 경우 만기가 단기간 내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리스크"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몇년간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브릿지론 익스포져 규모는 크게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중소형 증권사의 평균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익스포져 양적 부담은 19.3%로 나타났습니다. 평균치보다 높은 브릿지론 익스포져 부담을 기록한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51.2%), BNK투자증권(37.2%), 다올투자증권(030210)(37.2%), 교보증권(030610)(26.4%), 현대차증권(001500)(24.8%), 한화투자증권(003530)(24.4%), DB금융투자(016610)(20.0%), 유진투자증권(001200)(19.7%) 등 8개사였습니다.
 
브릿지론 부담이 큰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부실이 발생했을 때 자본적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신평은 브릿지론 부실 광역화로 EOD가 지역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가정해 증권사의 자본적정성을 살펴봤습니다. 이때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의 저하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는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71.0%p), 다올투자증권(-40.9%p), 현대차증권(-37.9%p), 한화투자증권(-24.5%) 등 4개사로 집계됐습니다.
 
이중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에 대해 한신평은 신용도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3월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매각하며 2125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태국법인 지분에 대한 매각도 추진 중입니다. 또한 위험 익스포져 규모 축소를 통해 재무안정성을 개선할 계획인데요. 한신평은 "개선 효과 대비 부동산 PF 부실화 수준이 더욱 크거나 속도가 빠를 경우 신용도 하방 압력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신평은 이어 하이투자증권에 대해서도 "짧은 기간 내 고위험 익스포져를 급격하게 확대해온 영향으로 부실화 수준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실화 영향으로 사업 및 재무안정성 저하가 일어날 경우 계열의 추가 재무적 지원이 없다면 신용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양사는 자본적정성 우려와 관련해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다올 인베스트먼트 매각으로 자금을 추가 확보했고 유동성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PF 사업장 별로 상황을 파악해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사업장에 대한 충당금도 많이 쌓았다"며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해 유동성을 확대했다. 일부 리스크는 발생할 수 있지만 시스템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 역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자본적정성은 금감원이 요구하는 비율을 다 충족하는 상황이다"라며 "지난해 충당금을 1200억원 가량 쌓으며 적극적으로 충당금 적립에 나섰고 올해 초에는 리스크관리본부 안에 사후관리실을 새로 만들어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의 경과 사항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중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한신평의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 자료가 7개월 전이기 때문에 현재 비중이 많이 떨어진 증권사도 있습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극적으로 브릿지론을 회수하고 있으며 올해 2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은 17.5%로 낮아졌다"며 "현재는 신규 브릿지론을 거의 취급하지 않으며 기존에 취급했던 브릿지론도 만기 연장을 진행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브릿지론이란 본PF 전환 전 각종 인허가 취득 단계에서 일시적인 금융을 제공하거나 토지 잔금 납입 단계의 토지잔금 대출을 일컫습니다. 최근에는 사업 극초기 단계의 토지매매 계약금 대출까지 취급하기도 합니다.
(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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