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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용현·한동훈에 천공 탄원서 전달…묵살됐다"
전직 정법시대 간부 등 '천공 문란한 사생활 및 위법 자료' 탄원서 작성
"김용현에겐 문자로 탄원서 보내…한동훈 장관, 윤 대통령 측에도 전달"
천공, 대외적 조명 이전부터 잇단 경고음'…대통령실, 천공에 경고조차 없어
2023-04-12 06:00:00 2023-04-12 13:04:29


[뉴스토마토 탐사보도부 유연석·최병호·배덕훈·신태현 기자]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에게 무속인 천공의 실체를 알리는 내용의 탄원서가 일찍이 전달됐지만 묵살됐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전부터 천공에 대한 경고음이 울렸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해당 주장이 사실일 경우 '천공을 전혀 모른다'는 김용현 처장의 해명은 거짓이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천공의 국정개입 의혹을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동시에 "김용현 처장과 천공은 일면식도 없다"는 주장만 반복했습니다. 김 처장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들 통해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실은 천공이 대통령 부부에 대한 영향력을 사칭하고 다녀도 아무런 경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해당 의혹을 제기한 본지 기자들을 형사 고발했습니다. 
 
전직 정법시대 간부 등 '천공 문란한 사생활과 위법 자료' 탄원서 작성
 
<뉴스토마토>는 최근 전직 정법시대 간부 A씨, 천공의 측근으로 활동했던 B씨, 10여년 전 천공과 만난 뒤 줄곧 그 실체를 추적한 C씨와 D씨 등을 계속해서 접촉했습니다. 이들은 수년에 걸쳐 천공의 사생활과 위법 행위 등에 관한 자료를 치밀하게 모았습니다.
 
1월29일 강원도 고성군에서 열린 정법시대 강연회에서 천공이 강연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수집한 자료는 △천공이 정법시대 신도들의 회비를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내역 △천공이 경남 함양군 일대 땅을 차명계좌로 산 정황과 구입한 땅의 주소지 △천공 관련 단체들 조직도 △천공이 여신도들과 문란한 성관계를 맺고 혼외자를 뒀다는 의혹 △천공이 윤 대통령 내외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혹세무민 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요약됩니다. 천공이 횡령한 신도들의 회비는 수십억원, 비자금은 수백억대에 달한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A씨는 취재팀과 만나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시 천공을 자주 만나 용채를 줬고, 당선된 후로도 천공과 통화하는 등 소통을 이어갔다"면서 "천공은 신도들이 낸 공금을 횡령하고 유용해 100억대 자금을 확보했는데 돈 문제가 엉망진창이고, 천공과 신경애는 '부부 사기꾼'이며 그 조직은 범죄집단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A씨 등 4명은 "천공이 윤 대통령 내외와의 관계를 팔아 혹세무민 한다. 천공을 경계하고, 후일 윤 대통령과 천공의 관계가 '제2의 국정농단'으로 번지기 전에 천공을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30쪽 분량의 탄원서를 작성했습니다. 이들은 탄원서를 김용현 경호처장과 한동훈 장관, 윤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고도 했습니다. 김 처장에게는 탄원서 내용을 문자 메시지로 적어 보냈습니다. 한 장관에게는 비서실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도 측근 인사를 통해 탄원서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전직 정법시대 간부 A씨, 천공의 측근으로 활동한 B씨, 10여년 전 천공과 만난 뒤 그가 거짓 무속인이라는 걸 깨닫고 줄곧 그 실체를 추적한 C씨, D씨 등은 각자 직간접적으로 천공과 인연을 맺은 경력을 활용해 수년에 걸쳐 천공의 사생활과 위법 행위 등에 대한 자료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로 30쪽 분량의 탄원서를 만들었습니다. 탄원서 제목은 <정법시대 이천공 문란한 사생활 및 위법 자료>입니다. 이 탄원서는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석열 대통령 측근 인사들에게 전달됐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용현에겐 문자로 탄원서 보내…한동훈 장관·윤 대통령 측에도 전달"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탄원서를 받은 사람은 한 장관입니다. C씨는 2021년 3월6일~7일 사이 충북 진천으로 갔습니다. 당시 법무연수원에 좌천돼 있던 한 장관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이때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사퇴한 날(3월4일)로부터 2~3일 뒤이기도 합니다. 윤 대통령과 천공과의 관계가 본격 조명된 것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판한 2021년 10월부터였습니다. C씨는 그보다도 훨씬 이른 시기에 '친윤(친윤석열)' 인사에게 '천공을 조심해야 한다'라고 경고한 셈입니다.
 
C씨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둘 때 '산에 가서 한 석달 공부를 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하는데, 그 이야기를 딱 듣는 순간 '천공한테 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 "그걸 막으려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직후 바로 진천으로 가서 한 장관(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만나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당시만 해도 한 장관이 윤 대통령과 천공의 관계를 알게 되면 윤 대통령으로부터 천공을 떼어놓을 사람, 즉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다"며 "한 장관에게 준 탄원서엔 '천공은 간통 등 이런저런 위법행위를 했다. 국가를 전복하려고 계획한 사람이다'는 내용을 적었다"고 했습니다. 다만 "한 장관을 만나진 못했고 탄원서도 직접 전달하지는 못했다"며 "비서가 와서 받아갔다"고 전했습니다.
 
D씨는 "한 장관에게 탄원서를 주고 이틀 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로, 친분이 매우 두텁다는 모 변호사를 만났다"며 "윤 대통령한테 빨리 탄원서를 주고 '천공을 조심해야 한다'고 꼭 일러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D씨는 "나중에 그 변호사를 다시 만나서 '탄원서를 윤 대통령에게 줬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윤 대통령의 모든 법률 문제를 관리하는 친구에게 넘겼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2022년 6월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용현 경호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C씨와 D씨는 2022년 3월9일 윤 대통령이 20대 대선에서 당선된 뒤엔 김용현 경호처장과도 접촉했습니다. C씨는 "김 처장은 몇몇 장성으로부터 소개를 받아 20대 대선 전부터 안면이 있었고 몇 번 식사를 한 적도 있다"며 "김 처장한테는 '천공이 대통령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해라. 천공은 위험한 사람이고,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나라가 잘못된다'는 내용의 문자를 6~7차례 정도 보냈다"고 했습니다. D씨는 "김 처장은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이전태스크포스(TF) 팀장을 했는데, 이때만 해도 천공에 관한 문자를 보내면 '감사합니다'라고 짧은 답장을 보냈다"면서 "윤 대통령이 취임한 후 경호처장이 된 이후로는 답장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A씨와 D씨는 각각의 인맥과 경로를 통해 탄원서를 윤 대통령의 다른 측근들에게도 전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정치권 인사는 아니지만 윤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는 분께도 탄원서를 보내드렸다"고 했습니다. D씨는 "윤 대통령의 여동생과 제일 친한 사람한테 가서도 '천공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잇단 '천공 경고'에도 묵살…"김건희 '천공은 우리가 도움 받는 분'"
 
하지만 천공에 대한 연이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요지부동이었던 모양입니다. 천공을 조심하고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경고가 수차례 전달됐지만 번번히 묵살됐습니다. 여기엔 김건희 여사의 뒷배가 작용했다는 주장도 이어졌습니다. A씨는 "대통령 측 인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MBC '스트레이트'에서 천공을 지적하는 방송을 했는데 윤 대통령이 이걸 보고 '천공 조사해야지'라고 했었다"며 "그런데 김 여사가 '천공은 우리가 도움을 많이 받은 분인데…'라며 윤 대통령을 말렸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김 처장과 한 장관에게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반론요청서를 보냈습니다. 경호처는 반론요청서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는 "답변을 보내지 않기로 정리했다"면서 "'답변이 없다'로 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유연석·최병호·배덕훈·신태현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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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을 보여주는 뉴스토마토 탐사보도부 유연석·최병호·배덕훈·신태현 기자 격하게 응원합니다. 힘내라 기자들. 흥해라 뉴스토마토. 시민들이 응원합니다! 뉴스토마토 댓글쓰기 어렵지만, 응원하는 많은 시민들이 있다고 알리고싶어서 남깁니다.

2023-04-16 11:32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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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기자를 응원합니다. 댓글쓰려면 로그인 하라해서 댓글을 안썼는데 많은 시민이 고맙다고 응원한다고 알려주고 싶어서 회원가입했습니다. 노영희변호사를 애정하고 뉴스인사이다를 듣는 영친이 입니다. 뉴스인사이다를 통해 최병호·박주용·신태현·한동인 기자가 고발당한걸 알게됐는데, 탐사보도부 유연석·최병호·배덕훈·신태현 기자가 또 천공의혹을 기사로 썼다해서 응원글 남깁니다. 천공, 김건희 의혹을 보도하면 고발로 대응하는 때에 또 천공의혹을 기사로 써서 걱정되요.

2023-04-16 11:23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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