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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도 당정 일체…윤 대통령 일방통행에 '정국 급랭'
당정, '윤심' 따라 양곡관리법 대응 논의
한덕수, 대국민담화 갖고 법안 부당성 호소
2023-03-29 17:00:00 2023-03-29 18:33:48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29일 야권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의 당정이 법안 거부권마저 대동단결해 '당정 일체' 된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민생 1호 법안'이기도 한 양곡법 개정안은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1호 거부권이 될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 법안 내용을 수정한 개정안을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여야 대치가 극한으로 치달으며 정국 경색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통령 거부권 의중에총리 이례적 대국민담화
 
당정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 관련 의견 수렴과 함께 향후 처리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정부의 매입 비용 부담 증가와 농업 경쟁력 저하 등 부작용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는데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당정협의 등 다양한 경로의 의견수렴을 통해 충분히 숙고한 뒤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날 당정협의회 개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뒷받침하는 사전정지 작업으로 해석되는데요. 특히 당정협의에 이어 곧바로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 통과에 따른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한 총리는 "이런 법은 농민을 위해서도, 농업발전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당정협의를 한 결과, 법안의 폐해를 국민들께 알리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법안의 부당성을 직접 호소했습니다. 당정협의와 함께 한 총리가 담화에서 나서면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달 4일 양곡법 거부권 행사'국회 무력화' 논란
 
정치권에서는 법안 거부권마저 당정 간 한목소리를 내자 역시나 '윤심의 당정'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심의 전당대회'였던 3·8 전당대회로 탄생한 김기현호가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실정입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이 당정협의를 하라는 말에 무섭게 약속이나 한 듯 곧바로 추경호 부총리가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고 했다"고 꼬집으면서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과의 협치나 사회적 논의는 염두에 없고, 내키지 않는 법안에는 툭하면 거부권 타령이었다. 이미 윤심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국민은 거부권 행사로 가는 짜고 치는 고스톱 한판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내달 4일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현실화될 경우 윤 대통령 취임 후 법안 1호 거부권 행사가 되는데요. 대통령이 국회 입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 2016년 5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약 7년 만입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국은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야권은 이미 재발의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만일 민주당이 대통령이 거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재의 표결에 나서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개정안 재발의를 준비하겠다는 게 야권의 입장입니다. 재발의 시 정국 경색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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