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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위반 의혹' 주담대 반대매매 속출…감독당국 뒷짐만
기업이 공시해야 확인 가능…당국은 사후조치
국일제지, 담보대출 미공시…고발 조치도 가능
수성샐바시온, 공시 누락…거래소는 "조치 불가"
2023-03-22 06:00:00 2023-03-22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 코스닥 상장기업 대주주들이 주식담보대출을 받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일제지와 수성샐바시온 등에서 투자자들 알지 못했던 담보대출 반대매매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자본시장법상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은 담보설정내역을 공시해야 합니다. 주식담보 대출 미공시는 지분보고 위반에 해당돼 고발 조치를 당할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다만 공시를 감독해야할 기관들은 제도의 ‘공백’을 인지하면서도 마땅한 감독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국일제지·수성샐바시온, 미공시 주담대 반대매매
 
22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 관련 기관에 따르면 국일제지(078130)수성샐바시온(084180) 등은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을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두 기업은 올해 2~3월 담보대출의 담보권이 실행되면서 반대매매가 이뤄졌죠. 다만 지분공시에선 담보대출 내역이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공시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주주의 담보대출 사실 누락은 최대주주지분 보고 공시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고의성과 위반 비율, 사회적 물의 여부 등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고발, 과징금, 주의 등의 조치를 취하게된다”고 밝혔습니다.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은 담보권 실행 시 최대주주 변경 여부에 따라 거래소와 금감원이 나눠서 공시를 감독하는데요. △거래소는 ‘최대주주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대출 계약’ △금감원은 최대주주 변경과 무관한 대출에 대해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감독합니다.
 
결국 최대주주 변경 여부와 관계없이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경우 담보대출 사항을 공시해야 하죠. 다만 올해 반대매매가 실행된 국일제지와 수성샐바시온의 경우 담보대출과 관련한 어떤 공시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투자자들은 반대매매가 나오고 나서야 담보대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국일제지의 경우 최대주주인 최우식 대표가 보유한 주식 2194만8265주가 지난 6일부터 13일 동안 모두 반대매매로 처분됐는데요. 이는 국일제지 발행주식총수(1억2761만7473주)의 17.20%에 달하는 물량으로 작년 말 기준 최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 수(4100만주)의 절반을 넘어섭니다. 모든 담보대출이 하나의 금융기관과 이뤄졌다면 최대주주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대출 계약 공시가 있었어야 하죠.
 
거래소에 따르면 국일제지는 여러 금융기관을 통해 나눠서 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최대주주 변동 여부에 따라 공시의무가 있다”면서 “담보권을 여러 금융사가 나눠서 가져갔고, 담보권이 실행되더라도 최대주주가 변경되지 않을 때는 공시의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최 대표의 주담대 여부가 금감원 공시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주주의 주담대는 지분공시를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대주주는 담보대출이 있으면 지분공시를 통해 ‘보유주식등에 관한 계약’ 사항을 공시해야 하죠. 공시에는 담보주식 수와 대출 규모, 담보유지비율 등을 공개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간 최 대표의 지분공시 내역에는 주식담보대출에 대한 사항이 없습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상장법인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거나 보유한 자의 지분이 1% 이상 변동된 경우 변동된 날부터 5일 이내에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토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의 주식담보 대출 미공시는 최대주주 지분보고 위반으로 계도성 행정조치를 받거나 검찰에 통보될 수 있는 사안이죠.
 
이와 관련해 거래소는 책임을 금감원으로 넘겼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변경되지 않는 주식담보대출은 지분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거래소 관할이 아니다”라며 “국일제지의 경우 담보물량이 모두 처분되더라도 최대주주가 변경되지 않는 사항이고 대량보유보고 관련된 사항은 금감원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거래소 “기업이 공시하지 않으면 확인할 방법 없어”
 
지분공시제도의 공백은 수성샐바시온의 사례에서 더욱 명확하게 확인됩니다. 수성샐바시온은 지난달 15일 상상인증권 창구를 통해 300만1698주가 순매도됐습니다. 해당 물량은 수성샐바시온의 전 최대주주였던 유니베스트가 보유했던 물량으로 파악됩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달 15일 수성샐바시온의 주식처분담보권 507만주가량을 확보했고 같은 날 기한이익 상실로 300만주를 매도했습니다.
 
작년 말 기준 수성샐바시온의 주식 500만주 이상을 보유한 곳은 최대주주인 샐바시온투자조합이 유일합니다. 다만 샐바시온투자조합이 보유한 주식 대부분은 한국예탁결제원에 의무보유 조치됐죠. 결국 셀바시온투자조조합은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앞서 수성샐바시온은 작년 12월13일 샐바시온투자조합을 대상으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 최대주주가 ‘유니베스트→샐바시온투자조합’으로 변경됐는데요. 담보권 507만주가 실행됐다는 것은 이전 최대주주인 유니베스트가 상상인저축은행을 통해 담보대출을 받았다는 말이 됩니다.
 
다만 유니베스트는 지난해 3월 주식담보대출 계약이 종료된 이후 재계약 체결 공시를 한 적이 없습니다. 지분공시에서도 담보대출 내역을 확인할 수 없죠. 이미 담보권이 실행된 만큼 당시 공시가 누락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거래소 측은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수성샐바시온의 최대주주 변경이 12월13일인데 담보권 실행은 2월15일”이라며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담보권이 실행됐기 때문에 최대주주 변경 전에 계약이 체결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만약 최대주주 변경 전에 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거래소가 사전에 인지했었다면 문제 삼을 수 있었겠지만, 기업이 당시 공시하지 않았다면 현재로선 이를 확인할 방법도 규정상의 권한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량보유보고에서 담보대출 내용을 공시의 경우 담당직원의 실수 등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주주의 반대매매는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더욱 강화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사진=각사 제공)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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