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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고팍스 인수 목전…득실 놓고 부담 커진 전북은행
실명계좌 발급 은행 전북은행, 금융당국 규제 여파 고심
바이낸스 인수 허용, 수익성 측면에선 시너지 효과 커
2023-03-14 09:28:20 2023-03-14 18:11:01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를 목전에 둔 가운데 결정의 실질적 키를 쥔 전북은행이 득과 실을 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서울 중구 그랜드앰버서더호텔에서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의 CEO 장펑자오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지난 6일 오후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등기상 대표자 및 임원, 사업유형,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등이 바뀔 경우 변경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요. 앞서 고팍스는 이달 초 등기상 대표 이사를 창업자인 이준행 대표에서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로 변경했습니다. 신규 사내이사도 바이낸스 측 인사로 대거 변경하며 인수를 앞두고 한국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해왔습니다.
 
특금법상 대표자, 임원 변경에 따라 30일 이내 FIU에 신고해야 하는 변경신고서 제출 의무는 있지만 주주에 대한 변경 신고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금융당국 측은 "실명계정 은행을 살펴볼 수는 있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고팍스에 실명계정을 발급한 은행인 전북은행이 추후 금융당국에 불법자금세탁방지 등 실명계좌 안전성을 점검받을 수 있기에 업계에선 전북은행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낸스는 그간 지배구조 및 재무 정보 등이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어 자금세탁방지에 민감한 FIU의 규제를 피해나갈 수 있을 지도 관심사입니다.
 
전북은행 전경. (사진=전북은행)
 
 
게다가 전북은행은 페이코인과도 실명계좌 발급을 놓고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금융당국의 눈총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현재 업비트와 빗썸은 페이코인에 대해 3월31일까지 유의종목 지정 기간을 연장한 바 있습니다. 약 두달여간 유의종목 기간이 연장된 배경으로 은행 실명계좌 발급 건을 놓고 긍정적 시그널을 준 영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페이코인은 1분기 내로 은행 실명계좌 발급을 완료해야 사실상 상폐를 피해갈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부정적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두 회사 모두 전북은행에게 신규 수익원을 마련할 수 있는 든든한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특히 글로벌 1위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가 성사될 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두나무의 강력한 경쟁자로 올라서게 됩니다. 바이낸스는 국내 거래소 업비트와 다르게 가상자산을 이용한 파생상품까지 판매하고 있는데요. 국내에선 가상자산 파생상품이 금지돼있지만 국내가 아닌 외부로 서비스를 연계한다면 바이낸스를 이용하려는 국내 이용자들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아케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바이낸스는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량과 탈중앙화 선물 거래소 거래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바이낸스는 전반적인 코인 시장 위축 속에서도 꾸준히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북은행 입장에서 실리를 따지자면 바이낸스 인수를 허용하는 게 좋다"면서 "파생상품을 진행하면 더욱 유동량이 늘어나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입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금융당국이 파생상품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인데 그걸 무릅쓰고도 실리를 챙길지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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