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윤여정이 아시아에선 두 번째, 국내에선 첫 번째로 오스카(아카데미) 트로피를 수상한 바 있습니다. 아시아 배우들의 위상이 달라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올해 아카데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습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대표적인 중화권 여배우 양쯔충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에올)는 총 10개 부문 11개 후보에 올라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등 총 7개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올해 아카데미 최다 수상작입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속 양쯔충. 사진=워터홀컴퍼니(주)
올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아카데미 석권은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4관왕 그리고 다음 해 ‘미나리’의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일궈 놓은 아시아 영화에 대한 인식 변화가 큰 몫을 했단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미국 이민 1세 에벌린(양쯔충)이 다중 우주를 넘나들게 되며 벌어지는 얘기를 담았습니다.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이 겪는 현실적 고충과 세대 갈등 등을 요즘 SF장르의 히트 아이템 ‘다중 우주’를 소재로 신선하게 풀어 냈단 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을 연기한 양쯔충은 무대에 올라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수상하며 아시아계 배우 최초 오스카 주연상 트로피를 받게 된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는 “내 어머니께, 세계의 어머니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 그분들이 바로 영웅이기 때문이다”고 전했습니다
남우주연상은 예상대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연출 ‘더 웨일’의 주연 배우 브렌든 프레이저가 수상했습니다. 그는 영화에서 특수분장을 통해 272㎏의 몸집을 가진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한 남자를 연기했습니다. 그는 ‘미이라’ 시리즈로 할리우드 최고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이후 촬영 중 부상과 재활 그리고 할리우드 고위 간부들로부터 받은 성추행 피해 여기에 이혼 등이 겹치면서 배우 생활이 사실상 멈춘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더 웨일’을 통해 화려하게 복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남녀조연상은 모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키 호이 콴 그리고 제이미 리 커티스가 받았습니다.
‘기생충’이 수상한 바 있는 국제장편영화상은 넷플릭스의 ‘서부전선 이상없다’가 차지했습니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촬영상과 미술상, 음악상까지 거머쥐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다음으로 많은 트로피를 수상한 작품이 됐습니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이니셰린의 밴시’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얘기를 담은 ‘파벨만스’, 전설적인 록큰롤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그린 ‘엘비스’는 무관에 그쳤습니다.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자) 명단
△작품상=‘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여우주연상=양자경(‘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남우주연상=브렌든 프레이저(‘더 웨일’)
△여우조연상=제이미 리 커티스(‘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남우조연상=키 호이 콴(‘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감독상=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편집상=‘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각본상=‘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각색상=‘위민 토킹’
△촬영상=‘서부 전선 이상 없다’
△분장상=‘더 웨일’
△의상상=‘블랙 팬서:와칸다 포에버’
△음악상=‘서부 전선 이상 없다’
△미술상=‘서부 전선 이상 없다’
△음향상=‘탑건: 매버릭’
△주제가상=‘RRR’
△시각효과상=‘아바타: 물의 길’
△국제 장편 영화상=‘서부 전선 이상 없다(독일)’
△단편 영화상=‘언 아이리시 굿바이’
△단편 다큐멘터리상=‘아기 코끼리와 노부부’
△장편 다큐멘터리상=‘나발니’
△단편 애니메이션상=‘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장편 애니메이션상=‘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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