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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Pick!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여성 노동자들이 화재 사고로 숨진 여성들을 추모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시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는데요, 오늘(8일) Pick은 115주년을 맞이한 세계 여성의 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어떻게 시작됐나
1908년 미국 뉴욕 한 피복회사의 열악한 작업장에서 146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불에 타 죽는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분노한 여성노동자 1만 5000명이 그해 3월 8일 뉴욕 한복판에 모여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때 시위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Bread for all, and roses, too)를 달라’고 외쳤는데요, 여기서 빵은 남성과 비교해 저임금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뜻합니다. 당시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가장 지저분하고 궂은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남성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았고,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도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이날 시위는 1910년 의류노동자연합이라는 조직을 탄생시켰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
-연혁
1908년 초 미국 뉴욕 여성노동자 146명 화재로 사망
1908년 03월08일 여성노동자 2만여명 뉴욕시위
1909년 2월 맨 마지막 주 일요일 여성의날 기념
1910년 클라라 제트킨 '여성의 날' 국제 기념일 제안
1911년 03월19일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 첫 세계 여성의 날' 행사
1917년 03월08일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 대규모 파업
1922년 일부 국가 들 3월8일 날짜 맞춰 '여성의 날' 기념
1975년 UN, '세계 여성의 해' 선포
1975년 멕시코시티에서 첫 세계여성회의 개최
1977년 UN총회, '여성의 날' 국제기념일로 지정
이날의 대규모 행진을 발화점으로, 미국에선 이듬해부터 2월의 마지막 일요일을 여성의 날로 기념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의 날을 국제 기념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은 독일 여권운동가 클라라 제트킨이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여성 노동자 국제 콘퍼런스에서 최초 제안했습니다. 그 자리에 17개국에서 온 100명의 여성이 있었고 만장일치로 찬성했었죠. 1911년 3월 19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스위스 등에서 참정권, 일할 권리, 차별 철폐 등을 외치는 첫 번째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개최됐습니다. 그러던 중 1917년 3월 8일 굶주림과 추위에 지친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평화’를 내세우며 대규모 파업을 벌였고, 이 사건으로 니콜라스 2세는 폐위되고 여성들은 참정권을 얻어냈습니다. 이후 1922년부터 3월 8일 날짜에 맞춰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관행을 정착시켰습니다. 유엔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선포하고 1977년에서야 유엔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여성의 날'을 국제적 기념일로 지정했습니다. 공식적인 첫 세계여성회의는 1975년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됐습니다.
-보라색: 세계 여성의 날 공식 웹사이트는 보라색, 초록색 그리고 흰색이 여성의 날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보라색은 정의와 존엄을, 녹색은 희망을, 흰색은 순결을 상징하는데 이 색들은 1908년 영국의 여성사회정치연합(WSUP)에서 유래됐습니다.
-세계 남성의 날: 세계 남성의 날도 있는데요, 11월 19일입니다. 남성들이 이 세계와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에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기념하는 날로 1990년대에 시작된 이날은 유엔이 지정한 공식 기념일은 아니지만, 영국을 포함해 약 80개국에서 기념하고 있습니다.
한국, 여성의 날은?
한국에서도 1985년부터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 여성대회’를 시작했는데요, 2018년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으로 3월 8일을 법정기념일인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됐습니다. 앞서 한국에서도 1920년 나혜덕, 박인덕 등이 세계여성의 날 기념 행사를 처음 개최한 바 있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맥이 끊어졌습니다. 지난 1975년 3월 5일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해를 맞아 정부 주도로 서울 드라마센터에서 여성의 해 선포식을 가진 것이 한국 현대사에 있어 첫 여성의 날 기념행사입니다. 이후 1985년 3월 8일, 여성평우회 등 14개 여성단체가 처음 개최했고, 1987년부터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주관으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한국여성대회
매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즈음에 열려온 한국여성대회는 올해로 38회째를 맞이했습니다. 한국여성대회는 매년 중요한 '여성의제'를 제시하면서 매년 3월 8일을 전후해 전국에서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하고 기념식과 여성축제, 거리행진, 여성문화제 등의 행사를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1994년과 1998년에는 고용안정과 사회적 평등, 1999년에는 고용안정과 조직확대, 2000년에는 여성노동자 조직확대와 비정규직 여성 권리확보 등을 주제로 전국 또는 한국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했고 고 노회찬 전 의원이 매년 여성의 날마다 주변 여성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관련기사
올해, 3년만에 개최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개최됐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4일 서울광장에서 2023년 ‘제38회 한국여성대회를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 퇴행의 시대를 넘는 거센 연대의 파도‘라는 주제로 개최했는데요. 이날 서울, 울산, 제주, 대전, 포항, 부산, 광주전남, 전북, 경기, 대구경북, 경남 등지에서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관련기사
-올해의 성평등 걸림돌: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매년 우리 사회의 성평등 실현에 방해가 된 곳을 선정하고 발표하고 있는데 올해의 성평등 걸림돌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처벌받았음에도 사과와 반성없이 여전히 괴롭힘을 지속하고 있는 동남원새마을금고 △‘전화 안받았다면 스토킹 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인천지법 형사9 단독 재판부 △성차별적인 노동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의지가 없는 서울교통공사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은폐·축소하고 조직문화 개선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포스코 △권성동 국회의원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성소수자’, ‘성평등’, ‘재생산’ 표현 삭제한 교육부 △유산유도제 도입 책무 방기해 여성 건강권 외면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입니다.
-올해의 성평등 디딤돌: 성평등 걸림돌’과 반대인 ‘성평등 디딤돌’도 발표됐습니다. △미군 기지촌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 대법원 판결을 끌어낸 122인 원고와 대리인단, 캐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을 확장한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록CC분회,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변호인단, 청주페미니스트네트워크 ‘걔네’ 등이 선정됐습니다.
'여권통문'을 아시나요?
세계여성의 날 제정을 촉발한 계기가 된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보다 10년이나 앞서서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이 있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1898년 9월 1일, 한성 북촌에서 이 소사와 김 소사의 이름으로 여권통문이 발표됐습니다. 300여명의 여성이 연대해 쓴 국내 최초 여성인권선언문인데요 여성도 정치에 참여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하며, 가사노동은 여성의 운명이 아니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소사는 양민의 아내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여권통문은 "신체와 수족, 이목에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남성에게 벌어주는 것만 먹고 평생을 심규에 처해 그 절제만 다하리오"라는 문구와 함께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었습니다. 이들은 여성의 교육권과 직업권, 참정권을 주장했고 닷새 뒤 제국신문을 시작으로 황성신문과 독립신문 등에 게재되면서 여성운동의 태동을 알렸고 선언에만 그치지 않고 국내 최초의 여성단체인 '찬양회'를 설립하고 지원금을 내서 최초의 민간사립 여학교인 '순성여학교'를 설립하면서 교육권도 실천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이자 본격적인 여성운동의 시작인 ‘여권통문'이 발표된 날인 9월 1일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하면서, 양성평등주간으로 기념해 오고 있습니다.☞관련기사
여성 인권 “아직 멀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지금, 현재도 여성의 차별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2022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한국의 젠더 격차 지수는 146개국 중 99위, 2021년 기준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1.1%로 27년 연속 OECD 국가 중 1위,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9%로, OECD 국가 38개국 중 34위, 최하위권입니다. '세계여성의 날' 기준으로 할 때 공식적인 여성인권 운동의 역사는 115년. 그러나 이 뿐이겠습니까. 어찌보면 인류가 성별의 차를 인식하면서부터 여성의 인권은 침해당하기 시작했겠지요. 그러나 아직 중동·아시아 일부 국가의 여성인권은 100년 전과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흔히 아름다운 여성을 장미꽃으로 비교합니다. 하지만 여성을 그냥 꽃으로 보기 전에, 여성인권사에 있어 그 장미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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