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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속 바이낸스, 고팍스 인수 발표 놓고 막판 '저울질'?
레온 풍 대표 체제로 변화에 고팍스 내부 술렁
사실상 인수 마무리…바이낸스 지배구조 공개 여부 주목
2023-03-05 09:00:00 2023-03-06 17:31:26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발표 시점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고팍스에서는 창업자인 이준행 전 대표가 등기이사에 빠지고 신임 대표이사로 레온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선임되면서 큰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특히 고팍스 주요 이사회 구성원이 대거 빠지는 등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진행되면서 고팍스 내부는 연일 술렁이고 있습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대표. (사진=뉴시스)
 
지난달 2일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고팍스 대표이사로 바이낸스 아태 지역을 총괄하고 있는 레온 풍 신임 대표를 선임했습니다. 바이낸스 한국 사업을 담당해 온 스티브영김 이사와 바이낸스 산업회복기금 이사인 지유자오 이사도 사내이사로 직책을 변경하는 등 고팍스 이사회 과반이 바이낸스 측 인물로 구성되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진행됐습니다.  
 
업계에선 그간의 동향을 볼 때 바이낸스가 사실상 인수를 마무리 지은 것 다름없다고 봤습니다. 최근 바이낸스는 이준행 대표가 가진 고팍스의 40% 안팎의 지분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상적으로 인수합병(M&A)거래에서 주식매매대금 지급이 된 이후부터 대표 이사 변경이 가능한데요. 대표이사 변경 건은 사실상 주식 인수를 이미 완료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이낸스와 고팍스 측에서는 이 전 대표 등이 사내이사에 빠진 것에 대해 실질적인 경영 활동에는 참여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양측의 공통된 답변은 인수를 기정사실화 했을 경우 금융당국의 시선, 업계의 반응 등 당장 벌어질 혼란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기존 고팍스가 전북은행과 체결한 실명계좌 계약 건입니다. 고팍스는 지난해 2월 전북은행과 실명확인 계좌 제공 계약을 체결한 이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원화마켓을 운영해왔습니다. 1차적으로는 전북은행이 바이낸스 인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인수 건이 추진돼는데, 대표 변경 등의 절차가 진행된 점을 감안할 때 일단은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전북은행과는 내년 8월까지 2년 단위 계약을 체결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다음 수순은 금융정보분석원(FIU)가 변경신고 수리를 해줘야합니다. FIU가 변경신고 수리를 하게 되면 인수는 기정사실화되는 셈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실명계좌 획득과 관련한 키를 쥔 은행과 FIU를 바이낸스가 얼마나 잘 설득을 할 수 있을지가 변수입니다. 불법 자금 세탁 등 위험 요소를 불식시켜야하는데 그간 바이낸스는 소재지부터 수익 및 지배구조, 재무 정보 등이 모두 베일에 가려져있어 우려가 높기 때문입니다.  
 
인수 발표 타이밍을 놓고 바이낸스가 복잡한 셈법을 진행하는 사이 고팍스 직원들은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최근 고팍스는 일부 개발인력들이 대거 퇴사했는데요, 일각에선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자사 인력으로 대대적 물갈이를 하고 있다고도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팍스 측은 "지난해 전년 대비 두배 규모로 개발 인력을 뽑았는데, 수익이 나지 않고 고파이 이슈도 있다보니 일부 개발자들이 이직 등 이유로 퇴사한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인력이 빠진 것이 아니다"라고 구조조정설을 일축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팍스 시스템을 버리고 바이낸스로 전부 바꾸려다보니 효율성 측면에서 바이낸스 중심 인력으로 재편하려는 것 같다"면서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했으니 고팍스의 최종 실소유자의 지분 비율을 은행이나 FIU에 공개해야할텐데 어떻게 설득할지 주목된다"면서 말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대표가 바뀐데다 지분도 넘겼고, 닥사 내부에서도 외국인 대표가 새로 오고 있는 분위기"라며 "여러 정황상 이 전 대표는 실질적으로 경영에 빠져있다"고 전했습니다. 인수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아 이 전 대표가 경영에 참여한다고 얘기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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