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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하나은행·카카오뱅크 타깃 방문 왜?
고금리 신용대출로 예대금리차 다시 벌어져
당국 "가산금리 낮추면 인하 여력 더 생겨"
2023-02-28 08:00:00 2023-02-28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 현장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금융권의 고통분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금융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출금리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은행권이 앞다퉈 가계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담보가 잡힌 대출 위주입니다.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은 등급별로 금리 차가 크고 금리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이복현 원장이 방문한 하나은행과 카카오뱅크(323410)의 경우 공교롭게도 신용대출과 마이터스통장 영업이 가장 공격적인 곳입니다.
 
하나은행 신용대출 가산금리 최고
 
27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중 지난달 일반신용대출 가산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하나은행(4.48%)입니다. 이어 KB국민(3.63%), 신한은행(3.45%), 농협은행(3.37%), 우리은행(3.13%) 순이었습니다.
 
가산금리란 은행이 대출을 해주면서 가지는 위험성과 업무원가·목표이익률 등을 반영해 부가하는 일종의 마진인데요. 은행은 대출상품의 원가라고 할 수 있는 자금조달금리에 이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금리를 정합니다.
 
은행권의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예대금리차)도 더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가 전월보다 벌어진 데도 신용대출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대비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 취급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혁신의 상징인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이자장사'로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마이너스 대출 금리가 시중은행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기 때문입니다. 혁신 서비스로 낮은 비용과 다양한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겠다는 당초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입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개사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금리는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6%대입니다. 지난해 10%에 육박한 것에 비해서는 많이 내렸지만, 여전히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보면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평균금리(8.36%)에 달해 시중은행보다 더 높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은행의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금액 비율은 전체 1금융권 중 가장 저조한 상황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흑자를 낸 18개 은행 가운데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 비율이 가장 낮은 은행은 카카오뱅크(0.15%)였고 케이뱅크(0.31%)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비난여론 모면용 안돼"
 
대통령까지 나서서 은행권 이자 장사가 과도하다고 지적하면서 은행들은 즉각 금리 인하에 동참했습니다.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는 올 초만 해도 5~8%대에 달했는데 이달 들어 4~6%대에 안착했습니다.
 
다만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금융당국이 가산금리 등 과도한 이자 부담을 줄이라고 압박한 것은 이번만이 아닌데요.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일시적으로 내렸다가 다시 비슷한 수준으로 올리는 행위를 반복했습니다.
 
물론 무조건 은행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지난 정권때부터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는 규제가 강하게 진행됐는데, 은행들도 그에 맞춰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문턱을 더 높였습니다. 특히 지난해 기준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는 상황이라 가산금리가 더 올라가는 구조였습니다.
 
단순히 대출금리 인하 압박 보다는 금리 산정 체계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산금리 산정 방식과 근거를 금융소비자에게 더 공개하고,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방식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을 보면 우대금리를 낮추고 있다. 이번만 모면하자는 식이다"며 "대출금리가 과도하게 올라가는 것들에 대해 시장에서 감시할 수 있도록, 비교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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