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방송계…'전방위 압박' 정점에 선 방통위
MBC 사장 내정됐지만, TV조선 재승인 심사 불씨
방통위원장 바뀌면 물갈이…학계 "임기 보장해야"
2023-02-23 06:00:00 2023-02-23 06:00:00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방송계가 또 다시 정치 논리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여권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버티기에 들어간 데 이어 최근 방송문화진흥회는 MBC 신임 사장에 안형준 MBC 기획조정본부 소속 부장을 내정했는데요. 다만 이들 모두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방통위 사정을 먼저 들여다 보면, 말 그대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TV조선 재승인 심사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방통위 국장과 과장에 이어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교수까지 구속된 상황인데요.
 
검찰의 칼끝이 향하고 있는 곳은 바로 한 위원장입니다. 검찰은 지난 16일 한 위원장의 자택과 사무실까지 압수수색에 나섰으며 현재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위원장의 구속 기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럴 경우 올해 7월까지 임기인 한 위원장이 방통위원장 자리에서 중도에 물러날 가능성도 큽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을 두고 "기소만으로도 방통위원장 자격을 상실한 걸로 볼 수 있다"면서 "다음 달이면 큰 가닥들이 잡히지 않겠냐"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9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정부와 여권, 검찰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는 것을 두고, 업계에선 방통위를 잡고 방송계를 장악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맡고 있죠. 당장 오는 4월 TV조선 재승인 심사가 예정돼 있습니다. 앞서 방통위는 2020년 TV조선에 대해 재승인 조건 11가지와 권고 사항 8가지를 지키도록 하고 올해 4월까지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요.
 
TV조선 재승인 심사 일정이 다가오자 방통위원들 간 기싸움도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지난 15일 방통위 제3차위원회회의에서 2022년도 TV조선의 재승인 조건 이행 여부 결과를 두고 방통위원 간 평가가 엇갈렸는데요. 더 나아가 정치적 성향이 다른 방통위원간 날선 신경전도 벌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 위원장이 중도 사퇴할 경우 차기 방통위원장을 윤석열정부에서 임명하고 주도권 또한 여권으로 가져올 수 있게 됩니다.
 
일단락됐던 MBC 사장 선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데요. 방통위가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 임명권을 쥐고 있는데 한 위원장이 중도 사퇴할 경우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진을 교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TV조선 재승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지난 16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방통위를 두고 학계에서는 방통위원장의 임기를 확실하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방통위원장의)임기를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이 경우 필요하다면 상임위원 임기를 나눠서라도 (방통위원장의 경우는 임기를 보장)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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