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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지 갈아타기)급매는 어디 가고 어느새 집주인 마음대로
시범아파트, 신통기획 타고 재건축 향해 직진
사업속도 빨라 거래 가능 물건 웬만큼 다 나왔다
2023-02-23 06:00:00 2023-02-23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금융인들이 살고 싶은 동네, 여의도입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라면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한 근처 아파트들은 내 집 마련 우선순위에 있을 겁니다. 1970년대에 지어 너무 낡았지만 곧 재건축한다잖아요?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여의도 재건축 후보들 중에서도 선두권에 있는 단지입니다. 단지가 크고 동간 거리도 넓어서 한눈에 봐도 사업성이 좋아 보입니다. 게다가 신통기획(신속통합기획) 대상 단지로 지정돼 사업 추진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시범아파트는 1971년생입니다. 사람 나이로 쉰살이 넘었어요. 주민들도 그만큼 오랜 기간 재건축을 준비했습니다. 2017년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재건축이 확정된 뒤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사로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여의도 통개발 계획으로 사업 추진이 계속 보류됐죠. 
 
결국 작년 한 해 주민들과 전문가, 지자체 등이 수십 차례 모여 토론과 조정을 거친 끝에 신통기획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신통기획은 민간이 개발을 주도하되 공공의 지원을 받아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제도죠. 일반적인 재건축 사업은 정비구역 지정에만 5년 넘게 걸리는데 시범아파트는 2년으로 확 줄일 수 있게 됐어요. 인센티브도 받습니다. 
 
그 결과 400% 용적률을 적용받아 최고 65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을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재건축 아파트가 되겠군요. 현재 1584세대는 2500세대 규모로 불어납니다. 또 문화, 전시, 상업, 업무 등 다양한 기능도 도입합니다. 그때가 되면 여의도의 풍경은 확 달라지겠죠.
 
여의도 시범아파트 상가와 단지의 모습. 1971년에 준공해 매우 노후화된 건물입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서울시 신통기획안에 따른 시범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자료=내손안에서울)
 
16억 거래 뒤 매물 잠겨…호가도 불확실
 
그래서 시범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뜨겁습니다. 특히 올해 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작년 시세에서 급락한 실거래가 등재되는 바람에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해요. 
 
시범아파트 1584세대는 60.9㎡ 216세대, 79.2㎡ 672세대, 118.1㎡ 360세대, 156.9㎡ 336세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공급면적과 전용면적이 같다는 사실이에요. 즉 60㎡형은 전용면적도 60㎡입니다. 요즘 짓는 아파트는 25평형의 전용면적을 59㎡로 맞추는데 여긴 18평형(60㎡)이 요즘 25평형과 집 크기가 같다는 말이죠. 부부가 자녀와 함께 살아도 괜찮은 크기입니다. 24평형(79.2㎡)의 경우에도 요즘 30평대(전용면적 84㎡) 집과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넓이 차이만 없는 게 아니라 가격도 차이가 없다는 것이죠. 서울의 한복판 여의도의 재건축 후보인데 당연한 얘깁니다.
 
현재 시범아파트에서 주로 거래되는 평형은 세대수가 가장 많은 79㎡형입니다. 요즘 25평보다 실평수가 큰데 방이 2개, 화장실은 1개밖에 없어 거실도 방도 넓게 느껴지는 사이즈입니다. 
 
이 평형의 실거래가가 화근이었습니다. 1월에 15억원, 16억원 거래가 나온 데 이어 2월에 16억2700만원 거래가 기록됐거든요. 
 
79㎡형은 작년에 실거래가 아예 없었습니다. 2021년 10월에 최고가 기록이 나왔는데 당시 20억1000만원이었습니다. 유일한 20억원대 거래였죠. 16억원은 2020년 여름 가격입니다. 그러니까 과거 3년 정도의 자료를 비교해보면 무리한 가격은 아닌 셈인데, 최근 1년 넘게 거래가 없다가 갑자기 20% 이상 하락한 가격이 찍히는 바람에 시장이 술렁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저가 매물 세 건이 거래된 뒤로는 비슷한 가격대의 매물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입니다. 15억, 16억 거래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은 많았다는데 그 가격에 맞출 수 있는 물건을 구할 수 없는 것이죠. 
 
그리고 지금은 17억원대 호가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중개업소에서는 요즘 시세가 17억~18억원이라고 소개를 하지만 기자가 방문한 날엔 주변 중개업소에 전화를 돌렸는데도 17억원대 매물도 한 건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17억원대에 내놓았던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서 그렇다는군요. 집주인들이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가격을 올렸다 내렸다 또 매물을 거둬들이는 일도 흔해서 중개업소 매물 목록에 호가 얼마짜리 매물이 있다고 해도 실제 거래가 가능한지는 확인해야 한답니다. 그래서 중개업소에서는 집을 사겠다는 사람의 상황과 자금력, 매입 의지를 확인한 후에 18억원대를 부른 집주인에게 가격조정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연말, 연초 매수자 우위였던 시장 분위기가 최근 들어 빠르게 변하면서 가격조정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시범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빨라 이르면 3년 정도 후에 주민들의 이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거래 막바지라는 것이죠. 집을 팔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팔았고, 이제는 재건축 아파트를 받길 원하는 사람만 남았으니 앞으로 나올 수 있는 매물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아파트단지 뒤쪽으로 63빌딩이 보입니다. 여의도성모병원과도 가깝죠. (사진=김창경 기자)
 
시범아파트는 주차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화단 등을 이용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여의도 소재 아파트들 중에서 주차 사정은 양호한 편입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아파트 곳곳에 재건축 사업을 축하하는 대형 건설사들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수평이동 가능한데…핵심은 분담금 
 
그렇다면 지금의 호가는 적당한 가격일까요? 일단 재건축 단지니까 대지지분이 중요합니다. 
 
18평형(60.9㎡)의 대지지분은 10.89평, 24평(79.2㎡)은 14.1평, 36평(118.1㎡)이 21.1평, 48평(156.9㎡)은 28평입니다. 평균 18.91평이에요. 여의도 재건축 후보 중 대지지분이 가장 큰 단지는 아니지만 준수한 편에 속합니다. 
 
시공할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에게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난 1년 사이 건축비가 많이 오른 탓에 조건은 나빠졌습니다. 현재 보유한 집과 비슷한 평형을 받는 정도라면 괜찮은데 24평 보유자도 30평대를 갖고 싶을 테니 추가분담금이 얼마로 책정될지가 관건입니다. 미래에 전용면적이 59㎡로 줄어들 25평 아파트를 지금 18억원 정도에 매수한다고 생각하면 주저할 사람이 제법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여의도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아파트를 매입하면 실거주해야 합니다. 전월세 세입자를 들일 수 없어요. 
 
오는 4월에 규제가 풀리기를 기대하고는 있는데, 만약 세를 놓을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아파트 연식이 너무 오래돼 전세가가 낮습니다. 올해 실거래된 18평형 전세가가 2억원이었어요. 전세를 끼고 매입한들 레버리지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물론 생활권이 여의도와는 거리가 먼 투자자의 경우엔 규제가 풀리는 것이 도움이 되겠죠. 
 
대지지분을 생각한다면 근처에 있는 삼부아파트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여의나루역 초역세권 아파트이면서 중대형 위주로 이뤄진 단지가 아니어서 비슷한 가격대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삼부아파트의 27평형(전용면적 77.69㎡)은 대지지분이 15.1평으로 시범아파트 24평형보다 약간 더 큰데 시세는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하철역 가깝고 대지지분도 큰데 시범아파트 시세와 비슷한 이유는 재건축 진행 속도 차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삼부아파트도 신통기획으로 재건축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올해 안에는 마스터플랜이 확정될 경우 이곳 시세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통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삼부아파트. 여의나루역, 여의도고등학교와 가깝습니다. (사진=김창경 기자)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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