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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임시완에게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배우에게 악역은 축복, 하지만 마음의 짐… 출연료 기부로 극복”
“극중 악역, 나쁜 짓 아닌 놀이라 생각…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
2023-02-23 07:00:16 2023-02-23 07:00:16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 배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연기가 나올 수 있는지 말이죠. 참고로 이 배우, 아니 이 가수라고 하는 게 더 맞을 듯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소름 끼치는 연기에 대한 반사적 반응이 나온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선 이 배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이돌 출신입니다. 아이돌 출신이라 하면 연기력 논란은 당연히 거론되고 또 따라와야 하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이 배우, 단 한 번도 이 논란에 휩싸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배우, 굉장히 유약한 이미지입니다. 그래서 이 배우가 악역을 연기한다는 것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림 자체가 그려지지 않았다는 게 더 맞아 떨어질 설명입니다. 일단 이 배우의 악역이 상상되지 않았던 것, 너무 유약한 모습에서 악의가 나올 수 있을까 의심이 됐습니다. 둘째, 왜소한 체구에서 뿜어지는 카리스마가 없습니다. 악역이라면 기본적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무언가를 드러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임시완이란 배우의 미스터리가 너무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그가 비상선언에서 짧지만 강한 악역의 이미지를 선보였을 때 우스갯소리로 맑은 눈의 광인이란 표현이 세상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런 모습은 이번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등장하는 임시완의 모습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극중 임시완이 연기한 캐릭터, 연기인지 아니면 실제인지 사실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소름이 끼칩니다. 이제 임시완에게 아이돌 출신이란 타이틀은 무례함이 될 듯합니다.
 
배우 임시완. 사진=넷플릭스
 
사실 임시완, 이 영화 거절 했던 작품이었답니다. 당연히 배우들 인터뷰를 보면 의례적으로 거절했던 작품이란 단어를 많이 씁니다. 하지만 임시완의 설명을 들으니 진짜 거절을 했었던 작품입니다. 그는 작품을 선택하고 고를 때 정말 많은 지점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연기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그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배우에게 악역은 축복이라고 해요. 그 만큼 내면에 있는 어떤 다채로움을 보여 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저희들의 연기가 사회적 영향력에서 자유롭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런 점을 고려하면 선한 역을 더 많이 연기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게 사실 이상적이겠죠. 그럼에도 악역에 대한 매력은 고려해 볼 가치가 분명 있어요. 그리고 당연히 마음이 무겁죠. 그래서 작지만 이번에 출연료 일부를 기부를 했어요. 그래야 마음의 짐이라도 좀 덜 수 있으니.”
 
배우 임시완. 사진=넷플릭스
 
드라마 미생에서 함께 했었던 선배 김희원의 적극적인 권유로 임시완은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읽게 됐다 합니다. 읽어 본 시나리오는 쉽게 만나기 힘든 탄탄한 짜임새가 눈에 띄었답니다. 하지만 문제는 배역이었다 네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악역입니다. 그것도 조금도 공감의 여지조차 없는 섬뜩한 악역이었답니다. 악역에 대한 매력은 분명하지만 혹시 그 맛에 들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다들 저한테 미생의 장그레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시잖아요. 그래서 비상선언때 모습에 좀 놀라시던 분들이 있으셨죠. 그리고 이번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연이어 악역을 하게 됐습니다. 뭐 두 작품 연이어 하는 게 악역에 맛을 들여서 한다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요. 선역과 악역을 번갈아 가면서 연기했는데, 코로나 시기가 겹치면서 악역을 맡았던 작품이 몰아서 공개가 됐기에 오해를 좀 하시는 것 같아요.”
 
배우 임시완. 사진=넷플릭스
 
임시완이 그렇게 만들어 낸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우준영이란 인물. 도대체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어 냈을까. 영화 속 우준영은 문자 그대로 사이코패스입니다. 우연히 줍게 된 스마트폰을 통해 상대를 괴롭힙니다. 집요할 정도로 괴롭힙니다. 진짜 무서울 정도이고 섬뜩합니다. 이 정도라면 연기가 아닌 실제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놀랍게도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답니다.
 
우준영이 악역이지만 전 악역이라고 접근하지는 않았어요. 그렇다고 우준영이 나쁜 사람이 아니란 건 아니에요. 그의 행동 자체가 뭐랄까. 그냥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라 놀이를 하는 거라 생각했어요. 그 놀이를 통해 자기만의 컬렉션을 만드는. 나중에는 저 스스로도 놀이가 아니라 무슨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했어요. 저도 좀 소름이 끼치긴 했는데. 마치 자신을 예술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로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우준영이란 인물이.”
 
배우 임시완. 사진=넷플릭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소름 끼칠 정도로 리얼하고 현실적인 면이 많게 그려졌습니다. 어떤 장면에선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들기도 했습니다. 임시완은 잘은 모르지만 일부 장면은 충분히 현실적으로 가능한 개연성을 담고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그의 설명은 이 영화가 어떤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란 말도 됐습니다.
 
감독님에게 직접 여쭤 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 생각해 봐도 일부 장면에 등장한 우준영의 수법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해요. 물론 영화를 보고 따라하시면 절대 안되죠. 그리고 우리 영화보다 더 지능적인 방식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 영화를 보시고 관객 분들이 경각심을 갖게 되신다면 제가 원했던 좋은 영향력을 주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이 영화를 통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시작이 되는 의미도 될 수 있으니 말이죠.”
 
배우 임시완. 사진=넷플릭스
 
임시완은 자타공인 아이돌 출신 배우 가운데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단언해도 충분할 정도입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가장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만들어 가고 있는 지금의 모습, 여기에 배우들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는 악역으로 주목을 받게 된 점 무엇보다 또래 배우들에겐 평생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들다는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무려 두 번이나 밟아 봤단 것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자산일 듯합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기립 박수가 나오는데 그때 기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저에 대한 정보가 단 하나도 없는 분들이 저의 연기만 보시고 박수를 보내고 저와 눈을 마주치려고 자리를 지키고 계시고. 그 마음이 너무 와 닿아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죠. 이 반응을 얻기 위해서라도 연기를 계속해야 겠다고.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다 보면 이런 경험과 영광을 또 한 번 누릴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열심히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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