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한파 풀리나②)건설업계 자금 조달 '숨통' 트일까
롯데건설, 회사채 완판…조 단위 자금 확보
건설업 유동성 위기…상반기 만기 도래 CP·단기사채 약 6조원
"시장 불확실성 지속…태세 전환 어려울 것"
2023-01-10 06:00:00 2023-01-10 06:00:00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롯데건설이 정부의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와 메리츠금융그룹의 지원으로 자금을 확보함에 따라 유동성 위기를 일부 해소한 모양새다. 특히 공모사채 완판으로 레고랜드 사태 이후 꽉 막힌 건설사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였지만, 올해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앞으로 다른 건설사들의 자금 확보도 순조로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메리츠증권 주간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채권을 매각해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매각한 채권은 롯데건설이 보증하는 PF 사업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이다.
 
앞서 롯데건설은 전환사채 2000억원과 공모사채 2500억원으로 구성된 총 4500억원의 회사채 완판도 성공했다. 공모사채 수요예측 진행 결과, 시장 주문 금액은 400억원이었으나 채안펀드 1200억원과 산업은행의 900억원 인수로 채권을 무사히 발행할 수 있었다.
 
이는 지난해 7월 부동산 디벨로퍼 SK디앤디 이후 약 6개월 만에 나온 건설업계 공모 회사채다.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지만 정부 지원에 힘입어 롯데건설이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에 향후 다른 건설사들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자금시장 경색에 따라 계열사로부터 대여한 자금을 조기 상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롯데홈쇼핑과 롯데정밀화학에서 빌린 4000억원을, 지난 6일 롯데케미칼에 5000억원을 갚았다.
 
롯데건설은 "최근 3개월 동안 만기 도래한 총 1조7000억원 규모의 PF 차환에 성공했다"며 "향후 만기가 돌아오는 PF 물량도 대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서울 시내 한 은행영업점 기업고객 창구. (사진=뉴시스)
그러나 건설업 전반에 퍼진 유동성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달 중 만기가 도래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 ABCP) 규모는 유동화사채를 포함해 17조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 중 만기가 오는 건설기업들의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총액은 6조4690억원이다.
 
건설기업들이 자금을 마련해 CP나 단기사채를 무사히 차환할 수 있을진 의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중 유동성이 제한적인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건설업종의 매력도는 크게 떨어져 있다"며 "신용등급 'AAA'나 'AA'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잇따르는 가운데 건설사에 자금을 넣을 유인이 낮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채안펀드 조성을 비롯해 자금시장을 위한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PF ABCP 등 단기증권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을 위해 장기대출 전환 보증상품을 신설해 사업자금 확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착공 단계 사업장과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도 보증을 지원한다.
 
다만 거시경제 상황이 회복되지 않는 한 건설기업들의 자금 조달과 원활한 사업 추진은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의 지원 손길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성공해도 이자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수익성 저하로 이어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근본적인 이유인 글로벌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고금리 기조에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정부의 지원과 규제 완화로 개선 여지는 생겼으나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긴 힘든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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