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파크포레온, 어젠 ‘울상’ 오늘은 ‘느긋’
‘계약포기’ 기울었다 규제완화에 반색
철산자이·장위자이 ‘줍줍’ 신세 면할까…중도금 대출로 시선이동
2023-01-09 02:00:00 2023-01-09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연말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주요 분양 당첨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시세 하락과 고분양가, 낮은 경쟁률 등에 부담을 느껴 계약을 망설이던 당첨자들은 강도 높은 정부의 규제 완화 방안이 나오자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다. 일단 분위기는 많이 좋아졌다. 
 
지난 3일 정부는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과 경기도 주요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또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의 전매제한기간과 실거주 의무도 대폭 완화했다. 
 
하루아침에 비규제지역에 든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당첨자들은 이같은 규제 완화에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들을 얽맸던 ‘전매제한 8년, 실거주 2년’이란 족쇄가 실질적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전매제한 기간을 규제지역의 경우 3년, 비규제지역은 1년으로 대폭 단축했다. 덕분에 올림픽파크포레온 당첨자들도 원한다면 내년부터 분양권 매도가 가능하다. 이에 실수요자 외에 시세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들도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를 재건축 분양한 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현장과 모델하우스의 모습. (사진=뉴시스)
 
종잣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2년 실거주 의무조항이 없어진 것에 반색했다. 입주 직후 실거주를 하기 위해선 분양가 전액을 내거나 대출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어느 쪽이든 부담이기 때문이다.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가 입주에 맞춰 은행 잔금대출로 전환하더라도 대출금리가 연 7~8%에 달하는 시기인 탓에 상당한 이자 부담을 각오해야 했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가 없어지면 입주에 맞춰 세입자를 들여 대출을 피한 후 종잣돈을 모을 시간을 벌 수 있다.
 
13억원을 웃도는 분양가가 책정돼 전용면적 84㎡형 청약자들을 주저하게 만든 ‘12억원’ 중도금 대출 규제도 벗어던졌다. 계약의 사전 절차인 서류접수에 당첨자의 80%가 응했다는 소식에 당첨자들과 분양 관계자들이 고무된 모습이다. 둔촌주공 조합은 “경기 좋을 때 계약률이 평균 70%인데 그보다 낮을 것”이란 내용의 문자를 발송해 조합원들을 분위기를 단속했다. 
 
결과적으론 올림픽파크포레온 당첨자들이 바라는 부분을 콕 찍어 풀어준 맞춤형 대책이어서 ‘올림픽파크포레온 구하기’란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만, 규제 완화의 온기는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다른 아파트 단지들도 함께 누리고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하루 뒤에 1330세대를 분양한 장위자이레디언트는 평균경쟁률 4.69대 1을 기록했지만 웃을 수 없었다. 성북구 장위뉴타운 6호선 돌곶이역 역세권, 총 2840세대 등 좋은 체격을 갖추고도 시기상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그늘에 있었던 탓이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62-1번지 일대를 재개발해 분양한 장위자이레디언트 아파트 조감도 (사진=장위자이레디언트 분양 홈페이지)
 
장위자이레디언트는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중도금대출 안심 금리보장제’를 도입하는 등 방어에 나섰다. 중도금 대출이자 후불제에 더해 대출금리 상한선을 연 6%로 제한한 것. 이를 초과하는 이자는 사업주체 즉 조합과 건설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27~29일 진행한 정당계약 결과가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수치가 공개된 바 없으나 청약자들 사이에서는 최초 계약률이 50%를 하회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다만 이들도 정부 발표를 전후로 분위기가 급변한 만큼 6~7일 진행된 예비당첨자 모집에 기대하는 눈치다. 예비당첨자 추가 모집에서도 미계약분이 남을 경우 무순위 청약 절차, 이른바 ‘줍줍’에 돌입한다. 그나마 해당지역 무주택자로 제한했던 청약자격을 전국 단위, 주택 보유자에게까지 열어두어 완판 가능성을 높였다.
 
이에 비하면 지난주 4일 당첨자 발표 후 이제 막 서류접수를 시작한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더헤리티지 쪽은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철산자이더헤지티지는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 1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0.96대 1로 미달을 기록했다. 2순위 기타지역 모집 단계까지 가서야 간신히 2.36대 1 기록을 남길 수 있었지만, 실제론 미달이 확정된 것과 다름없다. 2순위 중복청약 때문이다. 
 
철산자이더헤리티지 분양에서는 특히 전용면적 59㎡ 평형이 골칫거리였다. 총 3804세대 중 1631세대를 일반 분양했는데 그중 1400세대가 59㎡형이었다. 모델하우스 직원들은 상담고객들에게 59㎡형 청약을 강조했지만 미달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저조한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분양 관계자들은 한결 느긋해진 표정이었다. 적절할 때 나온 정부 대책 덕분이다. 이들은 상담 온 당첨자들에게 바뀐 제도와 좋은 입지를 강조하며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애썼다. 미계약분이 나오겠지만 예비당첨자 선에서 다 팔릴 거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 연말 분양을 진행한 주요 단지들과 청약자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처럼 실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의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몇 달 부동산 커뮤니티 게시판은 하락을 주장하는 ‘폭락이’가 지배했으나 최근엔 ‘폭등이’ 비중이 높아져 현재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규제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고민거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제 당첨자들의 관심은 대출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정부로부터 규제 완화 선물을 받았지만 중도금 대출 부담은 여전하다. 규제지역일 때 50%가 적용됐던 담보인정비율(LTV)이 70%로 상향되고 분양가 12억원 이상도 대출이 가능해졌지만 대출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상환 능력이 있는 당첨자들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발목을 잡는다. 대출 한도가 70%까지 늘어나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연간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 5억원 대출을 받으려면 연소득은 1억원을 넘어야 한다. 
 
단, 1분기 중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경우 5000만원 연봉자도 5억원 대출이 가능하고 금리도 조금 낮게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2금융권을 이용한다면 DSR을 50%까지 올릴 수도 있다. 
 
철산자이더헤리지티 상담직원은 대출 부담을 호소하는 고객에게 “중도금 여섯 번 중에 다섯 번밖에 대출이 안 되다가 여섯 번 전부 가능해진 게 어디냐”고 강조하며 “1년 후면 금리도 떨어질 거라는데 딱 1년만 고생하라”고 권유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발표 후 일주일간 청약시장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을 뿐 전체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도는 것은 아니다. 세 곳 정비사업장의 분양 성적도 계약이 끝까지 마무리된 후에나 결과 확인이 가능한 상황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오는 17일까지 정당계약을 진행한다. 철산자이더헤리티지는 6일부터 13일까지 당첨자 자격확인 서류를 접수한 뒤, 15~18일 나흘간 계약을 받을 예정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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