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를 제외한 주요 은행권 금융지주사들이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손태승 회장의 거취가 결정돼야 내년 경영 전략 수립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연임 중단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비금융 계열사 인수 등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KB, 신한, 하나, NH농협 등 주요 금융지주가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2024년 3월까지로 여유가 있지만,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지주 회장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계열사 CEO들의 인사도 미뤄지는 모양새다.
최근 손 회장이 내년도 금융그룹 경영계획 수립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비은행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사업 재편은 손 회장의 거취가 결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금융이 완전 민영화 전환 이후 비금융 계열사 인수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만큼 최근에 ABL생명과 다올인베스트, 유안타증권 인수설이 급부상했다. 하지만 손 회장의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태에서 경영진을 비롯한 지주 전체가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에 속도가 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까지 우리금융이 구체적으로 비은행 계열사 M&A 추진에 나서고 있지는 않고, 시장의 관측과 예상이 전부인 상황이다. 다만 우리금융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증권사 등의 M&A를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세 확장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우리금융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1순위로 증권사 인수를 꼽은 만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M&A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기 앞서 조직안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손 회장은 대법원에서 파생결합상품(DLF) 징계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전례를 바탕으로, 라임펀드 사태 문책경고 역시 소송으로 다툴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라임펀드와 DLF 중징계 모두 내부통제기준에 대한 해석을 두고 법적 쟁점과 논쟁이 있는 만큼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다.
일단 내년 초까지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한 손 회장은 라임펀드 관련 징계 취소소송과 연임 여부를 함께 고려해 지주의 새로운 사업계획 수립에 차질이 없는 방향으로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내부 분위기는 손 회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우리금융 지분 9.48%를 보유한 최대주주 우리사주조합은 손 회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에도 금융시장 여건이 녹록치 않아 금융지주사의 경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금융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장기화 될수록 그룹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빠르게 변하는 금융시장에 대응해 내실 있는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해야 하는 과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손 회장의 거취가 하루빨리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 본사 전경(사진=연합뉴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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