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아바타: 물의 길’, 전편에 이어 13년 만에 등장한 속편이다. 전편이 전 세계에 3D 영상 혁명을 일으키며 영화 산업은 물론 생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시기 실제로 생활 가전 제품에 3D열풍까지 불었을 정도다. 그리고 13년 뒤 등장한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은 전편을 능가하는 3D, 그리고 3D 효과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다양한 여러 영상 기술이 접목돼 세상에 소개가 됐다. 현재까지 등장한 모든 영상 기술의 끝판왕이 전부 집결된 영상 콘텐츠 기술력의 최종 그리고 최신 버전이 ‘아바타: 물의 길’이다. 이 기술력 메인에 두 명의 한국인 핵심 헤드급 스태프가 참여한 사실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지점이다. 전 세계 CG기술 ‘끝판왕’으로 불리는 웨타 디지털의 VFX팀 ‘웨타FX’의 한국인 스태프 최종진 CG 슈퍼바이저 그리고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 두 사람이 그 주인공이다.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아바타: 물의 길’ 속 CG작업을 총괄했고, 황정록 아티스트는 극중 주요 캐릭터인 제이크, 키리, 그리고 이번 속편의 또 다른 주인공 ‘멧케이나족’의 족장 토나와리의 얼굴을 담당했다. 참고로 두 사람이 밝힌 ‘아바타: 물의 길’에 투입된 CG인력은 단기간 그리고 고정 인력 등 모든 인력을 포함해 완성까지 무려 2000명에 가까운 인력이 투입됐다고 한다. 웨타 디지털에 근무하는 전체 인력이 2000여명임을 감안하면 ‘아바타: 물의 길’ 한 작품에 전 세계 최고 VFX기술을 보유한 회사 전체가 투입된 셈이다.
(좌)최종진 CG슈퍼바이저 (우)황종록 시니어 아티스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6일 뉴스토마토와 화상으로 만난 두 사람은 ‘아바타: 물의 길’ 전반에 걸친 작업 과정 그리고 본인들이 담당한 영화 산업의 기술적 측면에 대한 견해를 가감 없이 공개했다.
먼저 두 사람은 각자가 ‘아바타: 물의 길’에서 담당한 분야를 소개했다.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직접적인 관계자라고 해도 두 사람이 각각 담당하는 분야는 기술적인 부분이기에 분명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내가 맡은 일은 CG작업 전반에 걸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며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다”면서 “CG작업 각 파트의 팀장들과 상의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담당했다. 실질적으로 이 영화의 퀼리티를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 영화 산업 꼭지점에 서 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예산의 제약 없이 모든 작업을 해봤다”면서 “사실상 현존하는 모든 기술을 투입해 비주얼 작업을 했다. CG분야에 종사하는 관계자로서도 정말 흔치 않은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황정록 아티스트는 “내 일은 가상의 캐릭터가 잘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면서 “캐릭터에 사실감을 투여하는 작업이었다. 감정 전달을 할 때 눈이 큰 역할을 한다. 관객들의 몰입감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미세한 표정까지도 신경을 썼다. 그런 지점에 많은 공을 들이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CG기술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바로 ‘물’에 대한 표현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바타: 물의 길’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러닝타임(192분)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물에 대한 표현이 등장한다. 실제와 구분하기 힘든 퀄리티였다.
'아바타: 물의 길' 수중 모션퍼포먼스캡쳐 모습.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수중 퍼포먼스 캡처가 이번 영화를 통해 선보여진 가장 큰 기술적 혁신이 아닌가 싶다”면서 “13년 전 ‘아바타’ 1편이 수영장 정도 규모라면 이번에는 바다라고 보면 된다. 그 엄청난 규모의 물을 표현하는 것이 이번 영화의 핵심이었다”고 전했다.
이 정도 규모의 ‘물’을 CG로 표현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데이터 역시 상상을 초월했다.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이번 2편 전체 데이터 분량이 18.5페타바이트였다. 정확하게 인지가 안될 텐데 1페타바이트가 1024테라바이트 규모다. 1테라바이트가 1024기가 정도다”면서 “전편 대비 데이터 분량이 20배 이상 늘어났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실제에 가까운 물 표현을 위해 많은 노력이 투여 됐다. 영화 속에 등장한 물의 99%는 우리가 CG로 만든 것이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물 표현뿐만이 아니다. 극중 등장하는 ‘나비족’과 ‘멧케이나족’의 표정 변화도 더 실감나게 진화했다. 황정록 아티스트는 “주인공 제이크 설리가 화를 낼 때는 호랑이의 표정을 모델로 연구를 하기도 했다”면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요청한 지점이다. 카메론 감독의 상상력과 이 영화 속 인물들의 창작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에서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실제 70대이지만 극중 14세 캐릭터를 연기한 시고니 위버의 ‘키리’를 창조하기 위한 과정도 전했다. 황정록 아티스트는 “실제 시고니 위버의 젊은 시절 모습을 많이 참고했다”면서 “젊은 시절 웃는 모습에서 얼굴에 생기는 주름까지 극중 캐릭터 ‘키리’에 투여시켰다”고 전했다.
이런 세밀한 작업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꼼꼼함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카메론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디테일의 신’으로 불릴 정도로 세밀함을 추구한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카메론 감독은 그 누구보다 CG에 이해도가 높은 감독이었다. 나보다 CG를 많이 아는 감독이라 느낄 정도였다”면서 “정말 정확하고 꼼꼼하게 체크를 했지만 반대로 아티스트들이 작업에 큰 걸림돌 없이 수월하게 한 점도 있다. 그 이유는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정말 큰 그림을 보는 느낌이 강했다. CG완성도 역시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건 스토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정록 아티스트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같이 작업한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면서 “카메론 감독은 아티스트들과 수평적 관계에서 얘기를 나누며 맞춰갔다. 그런 부분이 ‘아바타2’ 결과를 만든 비결 같다”고 전했다.
‘아바타: 물의 길’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화 산업 기술의 끝판왕이자 최종 버전에 해당한다. 현존하는 모든 최신 기술이 집약된 결정체다. 일부 장면에선 ‘실사’를 넘어서는 사실감이 드러날 정도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은 영화 산업 기술의 발전이 ‘사실감’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당연히 영화의 CG는 사실성을 기준으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사실성보단 영상미에 더 주목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면서 “현재는 기술이 너무 발전해 사실적으로만 만든다는 게 의미가 없어진 것도 있다. ‘웨타’란 회사가 가장 잘하는 게 사실적인 부분를 기반으로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제는 대부분의 이미지를 사실감에 가깝게 CG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예술적인 부분이 더 앞선 표현의 방식이 될 듯하다”고 전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아바타: 물의 길' 속 주인공 '제이크 설리'를 연기한 배우 샘 워싱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황정록 아티스트 또한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아바타2’의 영상미는 실제보다 더 아름다운, 110%의 결과물이다”며 “과거에는 표정 움직임을 직선의 조합으로 만들었고 입체감 표현 요구를 아티스트들이 직접 수정 해야했다”면서 “이번에 웨타 FX가 새롭게 개발한 프로그램은 얼굴 근육을 기반으로 표정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눈을 깜박이는 것과 같은 곡선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카메론 감독은 현재 ‘아바타’의 또 다른 후속편도 기획 제작 중이다. 추후 공개될 ‘아바타’ 세계관은 영화 산업을 넘어서 최첨단 기술의 장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이 영화 한편이 영화 산업은 물론 최첨단 IT기술 산업의 발전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여겨진다. 두 사람이 바라보는 후속편에서 등장하게 될 기술력 발전의 미래를 물어봤다.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면서 “기술 개발과 혁신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은 ‘0’에서 ‘90’까지의 퀄리티를 내는 것보다, ‘90’에서 ‘100’에 가까워지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한다”면서 “웨타 또한 그에 걸맞게 기술적 발전을 해 나갈 것이다. 후속편에는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황종록 아티스트 역시 “다음 편에서는 더 자연스럽고 더 사실적인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관객들 뿐만 아니라 이 업계에 종사하는 우리들조차 놀랄 기술이 선보여 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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