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올 한 해 식품업계에는 국제 정세를 비롯해 대내외적 악재가 끊이질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세계적 인플레이션 심화 등으로 촉발된 가격 인상은 연초부터 연말까지 이어졌고 화물연대 파업으로 하이트진로가 소주 출고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 SPC그룹의 노동자 사망사고, 스타벅스의 발암물질 검출 등 안전사고도 잇따랐고 연말에는 이커머스 업계 1위 쿠팡과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이 마진율을 놓고 충돌하면서 거래 중단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가격인상, 연말까지 릴레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연초부터 시작된 가격 인상 릴레이는 연말까지 이어졌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밀가루, 식용유, 설탕 등 생활필수품 33개 품목 올해 3분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0.4% 상승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라면 가격도 올랐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국내 주요 라면업체는 3분기 라면 가격 출고가를 일제히 인상했다.
우유 원재료인 원유의 가격도 조정되면서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 유업계들도 가격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식품업계 뿐만 아니라 외식업계도 가격인상에 나섰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BBQ가 먼저 가격인상 스타트를 끊었다. 당시 BBQ는 황금올리브 치킨 한 마리의 가격을 기존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올렸는데 배달비 등을 포함할 경우 치킨 한 마리에 ‘3만원 시대’를 열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외에도 한국맥도날드, 버거킹, KFC, 롯데리아, 맘스터치 등 패스트푸드 업계를 비롯해 스타벅스,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이디야 등 커피전문점들도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지난 6월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주류 도매상들이 소주 출고를 받기 위해 직접 트럭을 끌고 와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화물연대 파업’ 하이트진로 소주 출고 지연
하이트진로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올해 9월까지 몸살을 앓았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은 지난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운임료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부분적으로 파업에 나섰다. 이후 6월 화물연대 총파업에 맞춰 투쟁 강도를 끌어올렸다. 이들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비롯해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했다.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파업으로 하이트진로의 이천공장의 출고율은 한 때 3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천공장은 참이슬, 진로 등 전체 생산량의 35%를 담당하고 있다. 소주 출고에 차질을 빚자 하이트진로는 대형 화물차를 임시로 수배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고 직접 주류를 운반하기 위해 수많은 도매상들이 이천공장을 찾기도 했다.
지난 9월 하이트진로의 100% 자회사인 화물운송위탁사 수양물류 수양물류와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며 갈등은 봉합됐다. 양측은 운송료 5% 인상, 공장별 복지기금 1% 조성, 휴일 운송단가 150% 적용 등에 합의했다. 특히 수양물류와 화물연대는 운송여건 개선에 관한 사항은 3자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SPC그룹 허영인(가운데)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자들이 지난 10월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최근 발생한 계열사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숱한 논란에 연신 고개숙인 스타벅스·SPC
외식업계에서는 스타벅스와 SPC가 여러 물의를 일으켰다. 우선 스타벅스는 여름 한정판 소비자 증정품에서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되면서 송호섭 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이사가 국정감사장까지 불려갔다. 이 탓에 최근 송 전 대표는 경질됐고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에는 손정현 대표가 올랐다.
폼알데하이드는 자극적인 냄새와 독성을 가진 물질로 각종 건설 자재에서 발생해 새집 증후군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폼알데하이드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당시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벤트를 강행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다만 스타벅스는 이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이외에도 스타벅스는 각종 구설에 올랐다. 샌드위치 내용물 부실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았고 지난 4월에는 종이빨대의 휘발유 냄새 발생 등 품질 논란으로 제품을 전량 리콜하기도 했다.
‘포켓몬 빵’ 열풍으로 상반기까지 미소를 짓던 SPC는 하반기 대형 악재를 맞았다. SPC그룹 계열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 A씨가 기계에 몸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고 이후 대응 과정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까지 나서 고개를 숙였다. 당초 허 회장은 자신의 명의로 사과문을 냈으나 논란이 진화되지 않고 오히려 여론이 악화됐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경위 파악을 수차례 지시하기도 했다.
SPC그룹은 대국민사과 뿐만 아니라 사고와 재발방지 대책도 내놨다. SPC그룹의 재발방지 대책에는 전사적 안전진단, 안전경영위원회 설치, 안전관리 인력·역량 강화, 근무환경 개선 등이 담겼다. 이를 위해 SPC그룹은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내걸었다.
이후 10월21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약 40일간 SPC 내 총 28개 생산시설에 대해 안전진단이 실시됐다. 안전진단은 한국산업안전관리원, 대한산업안전협회, 안전보건진흥원, 한국안전기술협회 등 고용노동부가 인증한 4개의 외부 전문기관이 시행했다. 안전진단을 통해 사업장 별 평균 10여 건의 주요 개선 필요사항을 확인했고 이달 초 기준 90%에 대해 조치를 완료했다.
푸르밀 노동조합 노조원이 지난 11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매각 시도→영업중단 선언→경영 정상화…점입가경 푸르밀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 가나 쵸코우유 등으로 유명한 ‘범롯데가’ 푸르밀도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푸르밀은 지난 10월 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사업 종료 및 정리해고 공고를 보냈다. 푸르밀이 내세운 사업 종료 원인은 적자구조였다.
사업 종료 발표 전 푸르밀은 LG생활건강에 회사 매각을 시도했다. 하지만 매각 작업도 불발됐다. LG생활건강은 9월 초 공시를 통해 푸르밀 인수 철회를 공식화했다.
매각이 불발되자 사업 종료를 선언한 것인데 낙동가들과 직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동조합 연맹 푸르밀 노동조합은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에서 시위를 열고 오너일가를 규탄했다. 푸르밀 사측과 노조는 4차 교섭 끝에 30% 감원 구조조정, 경영 정상화를 합의했다.
한편 이달 초 신동환 푸르밀 대표는 서울 영등포 문래동 푸르밀 본사에서 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조회를 열고 “매출 규모는 이전의 50% 수준으로 낮아질지 몰라도 이익이 나는 품목의 선별적 운영 및 적극적 OEM 유치를 통해 이익이 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경영정상화 의지를 다졌다.
쿠팡과 CJ제일제당 간 상품 거래가 중단된 가운데 쿠팡에서 햇반을 검색한 화면. 이번 사태로 로켓배송으로 햇반을 구매하기 어려워졌다. (사진=쿠팡 홈페이지 캡처)
쿠팡 vs CJ제일제당 거래 관계 중단…마진율 협상 불발 파장
푸르밀 사태 일단락으로 조용할 줄 알았던 식품업계는 또 다시 시끄러워졌다. 이커머스 업계 1위인 쿠팡이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과 상품 거래 관계를 끊었기 때문이다. 거래 관계가 끊긴 이유를 두고 CJ제일제당과 쿠팡의 주장은 엇갈렸다. CJ제일제당은 쿠팡과의 거래 중단이 내년도 상품 마진율 협상 결렬 때문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식품업체, 제조업체 등을 통해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쿠팡은 거래하는 업체들과 매년 상품 마진율 협상을 진행한다.
쿠팡은 10월 말부터 CJ제일제당과 내년도 상품 마진율 협상을 벌였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이 제시한 마진율 인상률이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쿠팡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상품 발주 중단을 적용한 시점 때문이다.
반면 쿠팡은 이번 사태의 원인은 마진율 협상이 아닌 CJ제일제당의 갑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CJ제일제당이 연초부터 수차례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한편 발주 약속물량을 터무니없이 공급하지 않았다는 게 쿠팡의 주장이다. 약속된 발주 물량을 공급하지 않아 상품 거래를 끊은 것이기 때문에 발주 중단을 당장 적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한편 두 업체 간 마진율 협상은 현재까지 여전히 이견이 존재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내 타결이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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