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김신록은 2020년 ‘방법’으로 드라마에 데뷔해 ‘괴물’ ‘지옥’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그가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화영 역할로 다시 한번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미 배우로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배우 김신록은 연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원론적인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연기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연기에 진심인 이유에 대해 김신록은 자신에게 연기가 세상을 바라보는 사유의 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여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다. 김신록은 진양철(이성민 분)의 고명딸이자 가난한 고시생 최창제(김도현 분)와 결혼한 진화영을 연기했다.
김신록은 ‘재벌집 막내아들’이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에 대해 “솔직히 몰랐다. 반응이 괜찮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진화영 캐릭터를 맡은 이유에 대해 “욕망이 큰 캐릭터라서 연기할 때 재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신록은 화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욕망이 큰 캐릭터다. 욕구는 그냥 하고자 하는 마음이라면, 욕망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더 바라는 마음이다. 이 여자는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인정 받고 싶은 욕구, 오빠들 사이에서 경쟁 심리, 남편과의 주도권 싸움, 딸로 태어나 가족 관계에서 느끼는 부족함. 이런 것들을 느끼고 더 바라면서 고군분투 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 인물이 뭔가를 원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서 딸로 태어나서 맺게 되는 형제들, 남편과의 관계가 우리가 일상에서 익히 본 남녀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익숙하면서도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김신록은 “욕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역동성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움직임, 소리, 감정의 폭도 크게 설계해서 역동성이 드러나도록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김신록의 말처럼 진화영은 진양철을 비롯해 남매지간 진영기(윤제문 분), 진동기(조한철 분), 그리고 남편 최창제까지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성을 보여준다. 김신록은 그중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 남편인 최창제와 관계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인정 받고 싶고, 오빠들 사이에서 내 자리를 확보하고 싶고 남편에게 주도권을 가지고 싶어한다. 흥미로운 건 남편과의 관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놉시스에서 보면 부부 관계를 묘사할 때 자기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쉬운 남자를 선택했다. 두 사람을 보면 부부 사이이지만 자신이 없다. 둘 다 이혼도 하지 않고 끝까지 나이 들어서도 싸우는 모습을 보는데 두 사람 사이에 일반적인 부부의 애증이 느껴졌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사랑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김신록 인터뷰.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진화영은 남을 깔보는 듯한 눈빛을 보여주기도 하고 남편에게 거침없이 애정 표현을 하는 등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진화영에 대해 김신록은 “평균값 폭이 큰 인물이다. 조심할 게 없는 사람들이 그런 것 같다. 매순간 조심하지 않으려고 했다. 남들에게 합의되지 않은 애교를 보여줬다. 화를 내도 상식 선에서 그 정도 화를 내야 하는데 그걸 벗어났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상관없이 ‘내가 난데 조심할 게 뭐 있어’처럼 순간 순간을 설계해서 화영을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김신록은 “고군분투하는 인물이 연기하기 힘들기도 하고 인간적으로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다”며 “누구나 결핍이 있다. 진화영 역시 가족 사이에서 느끼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여러 전략을 취한다. 몹시 원하는 걸 추구하다 보면, 더구나 재벌집에서 태어났으니 얼마나 안하무인이 되기 쉬었을 지 싶다. 그러다 보니 화영을 연기하면서 어떤 걸 놓치지 말아야 할지 조심할 게 없는 사람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김신록은 이러한 진화영이 처한 현실에 대해 “입지가 없다. 밖에서 보면 재벌집 고명 딸이지만 가정 안에서 가부장적인 집의 딸이고 형제 사이에서 여동생이라고 챙겨주기 보단 어떤 부분에서 배제하고 일이 흘러간다. 살아남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악도 쓰고 울고 때로는 착하게 군다. 그런 면에서 진화영은 사실 생존형 서바이벌 캐릭터”라고 평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김신록 인터뷰.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김신록은 “연극 쪽을 꾸준히 지속해서 하고 싶다. 올해도 1인극을 하기도 했다. 연기적으로 도전이긴 하지만 원동력이 된다. 연극무대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내년에도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연기적으로 도전을 위해서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고 내년 계획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연기 공부를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 때 공부했던 연기론 책을 꺼내 놨다. 다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지옥’을 찍을 때 연극에서 하는 방식을 카메라 앞에서 구사했는데 그게 나에게 편안했고 잘 이뤄졌다. 그런데 다른 작품을 하다 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원론적인 부분에서 ‘연기가 뭐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연극 쪽에서 아주 기본이 되는 스타니슬라브스키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기초에서부터 아주 멀리 멀리 가고 있었다. 다시 기초로 돌아가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다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흥미롭게 다시 읽어보고 있다”고 공부를 다시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김신록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연기라는 것 자체가 사람을 다루고 사람의 삶을 살아내는 일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사람과 삶을 궁금해 하고 이해하려고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위해서 연기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목표라기 보다는 내가 삶을 살아가거나 세계를 바라보는 사유의 틀이다. 보통 직업적으로 그렇게 된다. 의사는 의사의 시선으로, 법률가는 법률가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연기나 작품을 통해서 세계를 사유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연기를 하고 연기 공부를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작품에 대해 김신록은 “다양하게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라고 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김신록 인터뷰. (사진=저스트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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