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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커넥트’ 미이케 다카시 감독 “이 정도 연출 자유, 너무 행복했다”
“일본 만화와 비슷한 한국 웹툰, 심플한 표현 방식 낯설기 보단 ‘충격적’”
“1화부터 3화 ‘순한 맛’ 평가…5화부터 6화까지 보면 내 스타일 보일 것”
2022-12-09 07:01:01 2022-12-09 07:01: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계를 한정해서 말한다면, 대부분 나이가 많고 경력이 많은 연출자에게 거장이란 타이틀을 부여한다. 이 같은 사고의 회로를 거쳐서 이 연출자에게도 같은 타이틀을 부여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조금 해 봤다. 1960년생으로 환갑을 넘긴 이 연출자는 지금도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그래서 일까. ‘거장이란 칭호보단 그가 선보인 작품을 통해 비춰낸 자신만의 뚜렷한 인장 같은 색깔이 더 확고하게 다가온다. 사실상 이 감독의 이름 자체가 어쩌면 지금도 하나의 스타일이자 장르가 된 것이니 말이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자기 색깔이 뚜렷한 쿠엔틴 타란티노가 가장 존경해 마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연출자. 실제 타란티노와 이 감독의 친분은 상당히 두텁다. 일본 영화를 넘어 전 세계 최고 스크린 스타일리스트로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 이름 하나 만으로도 눈길을 돌릴 만한 마니아층이 두터운 연출자로 유명하다. 그런 감독이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오리지널 콘텐츠 연출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실 좀 놀라운 일이다. 글로벌 OTT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오리지널 시리즈이지만 이름값에서 상당히 의외의 선택이었다. 디즈니+를 통해 공개되는 커넥트의 연출자 미이케 다카시 감독을 만나 여러 궁금증을 질문했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일단 영화 감독이란 정체성이 강한 미이케 다카시이지만 일본에선 50부작이 넘는 드라마도 연출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 오리지널 시리즈 연출이 결코 낯선 도전은 아니다. 하지만 낯선이란 기준점을 들고 접근 하자면, 데뷔 이후 첫 번째 한국 콘텐츠 연출이다. 그리고 가족이란 패러다임안에서 순화된 콘텐츠의 톤 앤 매너를 중요하게 여기는 디즈니의 OTT플랫폼 디즈니+와의 첫 번째 작업이다. 본인 역시 놀랍다며 웃었다.
 
내 연출작 가운데 OTT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더욱이 내가 좀 강한 스타일의 작품을 많이 연출해 왔는데 디즈니와 함께 작업하는 것도 굉장히 의외였어요(웃음). 주변에서도 좀 놀라는 눈치였죠. 며칠 전 싱가포르에서 디즈니+ 행사에 참여했고 이번에는 한국으로 다시 와서 한국 언론과 많은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사실 이런 다양한 프로모션이 익숙한 편이 아니라서 좀 이상한 기분은 들고 있습니다.”
 
디즈니+ '커넥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미이케 다카시는 당연하게도 일본에서 태어난 일본 국적의 일본인이다. 그는 커넥트연출을 위해 한국에 왔고, 현장에선 최소한의 일본인 스태프만 참여한 채 오롯이 한국인 배우들 그리고 한국인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했다. 참고로 미이케 다카시는 한국어를 전혀 못한다. 당연히 언어의 장벽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커넥트출연 배우들은 모두 언어에 대한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언어가 문제가 될 줄 알았지만 신기할 정도로 문제가 없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의 소통이 원격으로 이뤄졌는데, 정해진 프레임안에서만 소통이 가능했죠. 그래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지만 공통의 요소인 대본이 있었기에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어요. 그리고 다들 프로잖아요(웃음). 해외에서도 몇 번 협업을 했었지만 한국에서의 작업이 가장 언어의 장벽을 느끼지 못했었어요.”
 
디즈니+ '커넥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솔직하면서도 아주 심플한 대답일 수 있지만, 사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커넥트연출을 원해서 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싫은 것을 억지로 맡은 것도 아니란 얘기다. 한국 측에서 연출 의뢰가 왔고, 이 작품이 한국의 웹툰이 원작이란 점 그리고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이란 점 여기에 한국이 제작한다는 점 등만 알고 합류했다고. 우선 일본 감독이기에 애니메이션 즉 만화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한국의 웹툰이 갖는 특정한 감성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싶었다.
 
낯설었죠. 사실 낯설었다 기 보단 충격적이었어요. 일본의 만화와 비슷하지만 표현 방법이 전혀 달랐어요. 예를 들어 아주 잔인한 장면도 일본의 직접적인 표현과 달리 굉장히 심플한 방식으로 표현하더라고요. 그런 심플함이 오히려 진행을 빠르게 하는 동력이 되는 것 같았어요. 이런 점을 염두하고 원작을 보니 굉장히 흐름이 빨랐어요. 내게는 마치 미지의 세계에 들어선 것 같은 충격이었죠.”
 
디즈니+ '커넥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앞서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란 점도 궁금했다. 분명 일본인 감독이 배우들에게 촬영에서 지시하는 구체적 디렉션 외에도 대본이란 문제가 남아 있게 된다. 물론 한국어와 일본어 버전 두 개의 대본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동양권이라도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해석의 차이는 반드시 존재한다. 이런 점을 거론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당연히 제가 한국어를 못해서 여러 차례 검수를 거친 대본 작업이 있었죠. 1차로 전문 번역하는 분에게 대본 번역을 부탁했죠. 정말 다행인 점은 조감독이 일본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일본어를 거의 네이티브처럼 구사했어요. 그래서 조감독이 2차 검수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작진 가운데 한 분이 또 일본어를 할 수 있어서 드라마 톤에 맞는 대사 변환 작업을 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진 대사를 마지막에는 배우 분들이 실제 촬영에서 배역 맞게 소화해 주셨죠. 큰 문제가 안됐어요(웃음).”
 
디즈니+ '커넥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배우 캐스팅 부분에 대한 놀라움도 커넥트를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주인공 동수역의 정해인은 국내에선 다소 유약한 이미지로 비춰지는 캐릭터를 많이 소화해 왔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에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지만 정해인과 커넥트의 만남은 의외였다. 그의 상대역 진섭역의 고경표는 더욱 더 그랬다. 잔인 무도한 캐릭터를 고경표가 연기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우선 정해인은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통해 알게 됐어요. 국민 동생 같은 사랑스런 모습이었죠. 그런데 제작사에서 ‘D.P.’를 보내왔어요. 전혀 다른 모습에 깜짝 놀랐죠. 고경표는 웃으면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이끌어 내는 악마적인 면이 있어요. 원작 속 그의 모습은 슬림한 이미지인데 살을 오히려 찌워 왔었죠. 내게 죄송하다면서도 웃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어요. 그런 모습에 이런 게 혹시 사이코패스의 전형성일까싶었죠. 그 모습을 그대로 투영시키면 좋겠다는 마음 먹게 됐죠.”
 
디즈니+ '커넥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인터뷰 당시에는 디즈니+를 통해 커넥트가 공개되기 전이었다. 그리고 총 6화 가운데 1화부터 3화까지만 언론 시사회를 통해 먼저 감상한 뒤였다. 1화부터 3화까지는 사실 미이케 다카시란 ㅇ이름과는 다소 걸맞지 않은 순한 맛이 의외였다. 물론 그럼에도 꽤 강한 수위를 자랑하지만 그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라면 더 강한 무언가를 원했을 듯싶었다. 이에 대해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무슨 말인지 안다는 듯한 옅은 웃음을 지었다.
 
아마 5화와 6화를 보시면 날 많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6화는 많이 강합니다(웃음). 그리고 내 연출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습니다. 스태프가 달라졌기에 뭔가 스타일도 좀 달라져 보일 듯하네요. 나와 한국인 스태프가 만나 일궈낸 화학 작용이 그렇게 보이게 만든 건 아닐까 싶어요. 평소 제 작품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조금 다르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내 연출의 변화는 아니고 아마도 새로운 환경과 내가 만들어 낸 새로운 화학 작용의 결과물 일 듯합니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과 첫 작업을 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TV드라마 시리즈도 연출한 경력이 있지만 글로벌 OTT플랫폼 콘텐츠 연출 역시 처음이다. ‘커넥트는 감성적으로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한 자리를 꿰차고 있어도 결코 어색하지 않을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전 세계 영화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미이케 다카시 감독에게 다시금 커넥트에 대한 표현과 연출의 제한을 풀고 감독을 맡긴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싶었다.
 
아마 커넥트‘OTT가 아닌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로 만든다면 더 좋은 결과를 뽑아낼 수 있겠느냐란 질문 같은데. 난 지금의 결과에 가장 큰 만족을 느껴요. 우선 만드는 과정에서 정말 큰 자유를 보장 받았어요. 내가 전달 받은 커넥트는 총 6화 분량으로 마무리하는 게 최선이었어요. 영화에서도 결코 느끼지 못했던 연출의 자유를 느껴 본 작업이었어요.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 또 다른 OTT연출 제안이 온다면 흔쾌히 응할 듯 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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