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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우리는 5공시절로 되돌아갔나
2022-12-07 06:00:00 2022-12-07 06:00:00
화물차의 집단 운송거부로 산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시멘트 철강 정유 등 화물차 운송수요가 큰 업종에서 아우성소리가 특히 크다.
 
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지난달 24일 개시한 운송거부 사태는 벌써 2주일 가량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9일 업무개시명려을 내린 이후 즉각적인 업무복귀를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협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28일과 30일 정부와 화물연대본부는 자리를 함께 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무언가 실마리를 풀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기 위한 명분쌓기 절차였다는 인상이 짙다.
 
정부가 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대하는 태도는 상당히 고압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에 이르기까지 윽박지르고 밀어붙이기 일색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연일 기회있을 때마다 강성발언을 하면서 정부의 강경자세를 이끌어가고 있다. 화물연대의 행위에 대해 ‘범죄행위’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거칠기는 마찬가지이다. 윤상현 의원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함께 '민노총 없애고 나라를 세우자'라는 각오로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김기현 의원도 26일 페이스북에 "민노총을 해체해 세상을 살리자"면서 민노총 해체 주장을 폈다. 30일에도 "문재인 정권의 비호 아래 조직적 슈퍼 갑질을 해온 민노총은 대한민국의 암적 존재"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들의 언행을 보면 제5공화국 시절 정부와 당시 집권당인 민정당이 야당과 민주화운동 세력에 퍼붓던 언사를 돌이켜보게 한다. 당시 5공 집권세력에게는 야당과 민주운동 세력을 사실상 제거와 배척 대상으로 여기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억눌렀다. 노조의 활동 자체가 불법으로 여겨지고 극도로 억제됐다.
 
이들의 주장을 보면 우리가 5공시대로 되돌아갔나 착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이들은 아직도 그 5공시절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것은 국민들이 허용하지 않는다. 지금 시대에 그런 망상을 자꾸 표출하면, 화물연대 뿐만 아니라 노동계를 자극할 뿐이다. 원만한 문제하게 문제를 풀 가능성도 약해진다.
 
김은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지난 2일 브리핑을 통해 화물파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수석의 지적대로 산업 현장이 마비되면, 경제 혈맥인 물류가 마비되면 일용직들,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먼저 타격을 받는다. 일용직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기름이 끊어지면 취약계층과 농가는 막다른 길로 내몰린다.
 
백번 옳은 지적이다. 화물차 파업이 왜 자제돼야 하는지에 대해 김수석은 논리정연하게 짚었다. 분명히 파업은 마땅히 자제돼야 한다.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지만 화물차 운송기사들이 사고 없이 안전하게 운송해야 한다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안전운송을 가로막는 요인이 있다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 그리고 화주들이 다함께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화물연대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지는 제3자가 판단하기 어렵다. 노조 요구대로 무작정 일몰을 폐지할 것인지, 아니면 정부 주장대로 우선 3년만 더 연장해 보고 판단해야 하는지는 어려운 문제다. 정부와 운송노동자, 그리고 화주가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그런 방법을 채택하면 된다.
 
그런데 정부는 완강하다. 운송을 거부하는 화물차주에게 유가보조금 지급을 1년 제한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도 제외하겠다는 등의 강공책을 연일 내놓는다. 복귀하지 않은 화물차노동자에 대해서는 운행정지 등 행정처분과 고발까지 한다는 방침이다. 화물차 하나에 의지하며 살아온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지능적인 수법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런 압박의 결과 정부가 승리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당장 화물노동자들을 억지로 업무에 복귀시키는데 성공한다면 완전히 해결됐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 그것은 잠시동안의 승리일 뿐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비슷한 문제는 언젠가 재발된다. 
 
자꾸 과거 5공시대 방식대로 윽박지르기만 해서는 안된다. 지금처럼 이해관계가 다원화된 시대에는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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