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고물가에 닫혀있던 지갑이 '쓱' 열렸다. 지난 주말 이마트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야구단 SSG랜더스 통합 우승 기념으로 한 턱 쏜 신세계그룹 할인행사에 소비자들이 너도 나도 찾았기 때문이다. 행사 첫날인 금요일 오전부터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맘카페 등에서는 '주차장에 들어갈 수 없다', '카트가 없다' 등 쓱세일 흥행 성공신화가 여기저기 쏟아졌다.
실제 이마트가 준비한 삼겹살과 목살은 230톤 한달치 물량이 모두 팔려 3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준비한 이판란 (30구X2, 총 60구) 또한 전량 완판됐다. 세일 기간 실적으로 전체 계란류가 1년 전보다 160.7%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1+1 행사, 2+1행사 등을 진행한 생활용품 등은 작년보다 4배에서 7배까지 매출이 올랐다.
이같은 결과는 예견된 일이다. 조금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고물가'속 시름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에서 지난주말 행사한 계란 2판은 9980원. 하지만 행사가 끝난 현재 계란 1판은 6990원이다. 소비자들은 계란 한판의 심리적 가격 마지노선을 7000원정도라고 느낀다고 한다.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발생하면서 계란값도 스멀스멀 오르고 있는 실정에서 하나라도 아끼기 위한 전쟁터에 나선 심리라고나 핧까.
이미 라면에 과자, 김치, 간장, 고추장, 맥주 등 오르지 않은것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물가가 심상치 않다. 여기에 원유가격 인상 여파로 흰 우유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밀크플레이션 우려까지 현실화 하고 있다. 우유를 사용하는 빵, 과자, 버터, 치즈,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보다 9.5% 상승하며 13년5개월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향후 가공식품 물가는 두자릿수로 올라설 공산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어있다. 한국은행의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가 86.5로 전월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인데 9월 91.4까지 올랐던 지수는 계속 하락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올해 소비시장 10대 이슈에서 소비심리 악화가 51.3%로 1위를 기록했다.
소비심리가 악화한 상황에서 소비자 지갑을 열게한 것은 결국 '할인'인 셈이다. '쓱세일'로 소비심리에 군불을 지핀 유통업계가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는 29주년 2차행사에 돌입한다. 다른 업체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할인행사를 진행중이다.
또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해외직구(직접구매) 수요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실제 이같은 프로모션은 '윈윈'이다. 할인품목을 찾아 마트에 방문해도 그 외에 다른 상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또 할인쿠폰 등을 사용하기 위해 생각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기도 한다.
올해 유독 고물가 시름속에 무거운 겨울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장바구니 물가 완화에 유통업계가 더 힘을 써주길 바란다. 풍성한 할인혜택으로 올 겨울에는 지갑이 쓱 열리면서 지인에게 작은 선물도 준비할 수 있는 따뜻한 연말이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김하늬 산업2부 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