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포털사이트에서 그의 출연 작품을 검색해 보면 일단 드라마가 8편, 영화가 4편이다. 이 가운데 사실상 대표작을 거론하면 올해 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그리고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과 시즌2다. 이름을 얘기하면 아직도 여전히 ‘누구?’라고 되물을 대중들이 좀 있을 듯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의 ‘절비’ 그리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의 ‘장윤복’이라고 하면 ‘아!!!’하면서 무릎을 ‘탁’ 칠 만한 팬들이 정말 많을 듯하다. 쌍꺼풀이 없는 ‘외 꺼풀’ 눈매가 인상적인 그의 얼굴은 사실 너무도 평범해서 기억에 또렷하게 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반대로 그의 모습을 보면 어디에서도 그리고 누구의 기억 속에서도 반드시 존재할 무엇처럼 느껴진다. 그 얼굴에서 느껴지는 사연이 왠지 모르게 깊게 다가온다. 그건 아마도 그가 이번에 출연한 영화 때문에 더 짙어 졌다 느껴졌을 가능성이 크다. 2000년 개봉 이후 국내에선 로맨스/멜로 장르의 전설로 존재하고 있는 ‘동감’. 이 영화가 무려 22년 만에 리메이크됐다. 배우 조이현은 원작 ‘동감’에서 유지태가 연기한 바 있는 ‘현재의 학생’을 연기했다. 참고로 조이현은 1999년 12월 생이다. ‘동감’ 원작이 2000년 5월 개봉했다. 조이현이 채 첫돌도 지나지 않았을 때 였다.
배우 조이현. 사진=고고스튜디오
우선 가장 궁금했던 질문은 ‘원작을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원작에 대해선 알고 있었나’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이현은 1999년생이다. ‘동감’이 개봉했을 당시 이제 갓 태어난 갓난아기였다. 지금의 3040세대에겐 놀라울 수 있지만 조이현은 원작 영화를 언급하면서 흡사 무성 영화 시절을 얘기하듯 했다. 사실 놀랄 일도 아니다. 그에게 원작은 기억에서조차 남아 있지 않을 1살짜리 젖먹이 시절이었기 때문이니.
“(웃음)사실 너무 죄송한데, 원작 제목만 얼핏 들어봤지 본 적도 없고 그랬어요. 저한테는 진짜 너무 오래 전 영화로 다가와서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 제안을 받기 전에는 볼 기회가 없었어요. 제가 굳이 찾아서 봐야 할 필요성은 없었죠. 근데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원작을 봤어요. 김하늘 유지태 선배님의 진짜 어린 시절 모습이 담겨 있어서 되게 신기했어요. 보는 데 부모님이 특히 좋아하시더라고요.”
‘동감’은 조이현에겐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데뷔 이후 총 12작품을 소화했는데, 이 가운데 가장 큰 메인롤을 맡은 첫 번째 영화가 ‘동감’이다. 포스터에 자신의 모습이 가장 크게 담긴 첫 번째 작품이 ‘동감’이라며 수줍게 웃는다. 그는 큰 부담을 안고 ‘동감’에 임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은 20대 초반의 풋풋함이 남아 있었다. 현장에서 여전히 막내로서 대접을 받는 게 너무 기분이 좋아 부담을 느낄 시간도 없었다고 웃었다.
배우 조이현. 사진=고고스튜디오
“제가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봐요(웃음) 그냥 막내가 아직은 너무 좋아서 하하하. 제가 항상 선배님 들과 만 작품을 했었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또래들과 함께 했거든요. 물론 지금도 그 친구들과 가장 친한데, 그때 경험을 해본 뒤 막내의 자리가 너무 고팠나 봐요. ‘동감’ 현장에선 너무 편하더라고요. 사실 영화 ‘변신’에서도 주연에 해당하는 자리였지만 ‘동감’이 극 중심이 돼 이끄는 첫 번째 작품이에요.”
워낙 강력한 레전드 로맨스/멜로 장르가 원작이기에 극중 조이현이 연기한 ‘무늬’ 그리고 여진구가 연기한 ‘용’의 러브라인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 극중 무늬의 사랑 방식을 이해하는 조이현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리고 20대 초반인 조이현의 실제 연애관과 극중 ‘무늬’의 연애관의 차이점과 같은 점도 있을 듯했다. 이 지점에서 조이현은 스포일러를 감안해서 자세한 언급을 하는 것보단 명확하게 명쾌하게 선을 그으며 대답을 했다.
배우 조이현. 사진=고고스튜디오
“영화를 안 보신 분들도 많으실 테니 자세하게 언급하는 것 보단 우선 이렇게 말씀 드릴께요. 일단 전 남사친과는 절대 연애 불가에요(웃음). 남사친에게 실제로 고백을 받은 적도 없지만 만약 고백을 받으면 너무 서운할 거 같아요. 나와의 우정을 깨버리겠다는 의지잖아요. 만약 내가 그 고백을 안받으면 나랑 어떻게 보려고 그래요. 전 남사친과의 연애는 절대 불가에요. 그래서 무늬의 사랑 방식이 저와 공통점이 많은 거 같아요. 현실 문제에 치여서 섣불리 고백을 하지 않는 다는 게 너무 닮았어요. 사실 저나 극중 무늬나 그냥 모든 면에서 겁이 많아요. 완전히 겁쟁이에요(웃음).”
‘동감’에서 조이현은 원작 속 유지태가 연기한 현재 시점의 학생을 연기한다. 그럼 원작 속 과거 시점의 학생이었던 김하늘의 배역은 누구였을까. 배우 여진구였다. 그는 여진구와 같은 공간에서 연기를 한 장면이 없지만 촬영 기간 내내 감정적으로 많은 것을 교류하며 작품 속 모든 것을 맞춰 나갔다. 참고로 여진구는 워낙 어린 나이에 데뷔해 대부분의 모두가 여전히 어린 학생으로만 기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진구가 조이현보다 실제 나이로는 2살 위다.
배우 조이현. 사진=고고스튜디오
“여진구 선배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전 진짜 정말 ‘대선배’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나이도 한~~~참 오빠라 생각했어요. 촬영 초반 번호를 교환하고 저장하는 데 갑자기 저한테 ‘혹시 선배님이라고 저장하는 건 아니지?’라고 하셔서 흠칫 했었죠. 하하하. 실제로 ‘선배님’이라고 저장 중이었어요. 그때부터 그냥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셔서(웃음). 그리고 촬영에선 실제로 만난 횟수가 10번이 안되요. 마지막 장면 외에는 같이 붙는 장면도 없어요. 그저 목소리로만 서로 연기를 하는 경험이 너무 신기했고 신선했죠. 오빠가 진짜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리고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연이어 히트작을 통해 얼굴을 알리며 스타덤에 오를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 다음 작품이 예상 밖으로 로맨스/멜로 장르였다. 조이현의 표현대로라면 ‘동감’을 선택한 이유가 ‘피’ 그리고 ‘땀’ 그리고 ‘눈물’이 없는 작품을 20대에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컸 단다. 그런 점을 고민하고 바랐던 시기에 이 작품의 시나리오가 다가온 것이다.
배우 조이현. 사진=고고스튜디오
“‘지금 우리 학교는’도 당연히 제겐 너무 감사한 작품이에요. 그런데 감성적으로 너무 강한 작품이잖아요. 뭔가 풍파가 없고 멀쩡하 인물로 존재해 보고 싶은 생각이 강했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에선 인간이 아니잖아요(웃음). 이런 시기에 ‘동감’이 왔으니 안할 이유가 없었죠. 잔잔한 청춘 멜로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보시는 분들도 편할 듯했어요. 제겐 정말 선물 같은 작품이 ‘동감’이에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을 듯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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