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의 둘째 사위이자 금융계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브랜딩·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M카드 성공을 이끌었고, 이는 현대카드의 디자인 경영으로 상징된다. 모그룹인 현대·기아차의 후광을 업기도 했지만, 2% 미만의 시장점유율을 업계 선두권으로 견인하며 '정태영 신화'를 써냈다. SNS 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소통하는 CEO' 이미지도 얻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잡음도 많다. 재벌가를 배경으로 둔 덕에 장기간 대표로 군림하며 직원에 대한 폭언 등 갑질 의혹이 제기됐고, 부모의 유산을 놓고는 동생들과의 이전투구식 소송으로 세간의 입길에 올랐다. 본지가 내부 제보 등을 바탕으로 두 달여에 걸쳐 취재한 내용은 이러한 잡음 차원을 넘어선다. 현대카드가 개인신용정보를 불법으로 마케팅에 썼다거나,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서 돈을 마음대로 빼 쓰고, 선친의 회사를 넘겨받는 과정에 불·탈법이 있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정태영 신화의 이면에 관한 취재 결과를 몇 차례로 나눠 게재한다.<편집자>
현대카드가 최소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개인신용정보를 현금서비스 및 카드대출 이용 유도 등 마케팅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케팅에 활용된 신용정보에는 개인 인적사항은 물론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이용내역, 현금서비스 및 카드대출 내역, 심지어 신용등급과 타 카드사 이용현황 등까지 포함됐다는 게 내부 제보자의 주장이다.
15일 취재팀이 입수한 현대카드의 31쪽 분량 대외비 문건을 보면, 회사는 자사 금융서비스 이용내역, 타 금융사의 현금서비스 및 대출내역 등을 활용해 143만명이라는 마케팅 대상자를 선정했다. 이들을 A·B·C·D·E 등 5개 '세그먼트'로 나눴는데, 기준은 고객이 보유한 전체 카드 사용량 중 현대카드에서 현금서비스와 카드대출을 받은 비율이다. 문건에는 세그먼트별로 어떤 마케팅을 할지(Tool Box), 마케팅 실행방안은 무엇인지, 진행경과는 어떻게 됐는지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됐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현대카드의 대외비 문건을 보면, 회사는 고객을 신용정보에 따라 A~E등급으로 분류한 뒤 전화·문자 알림으로 맞춤형 마케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스토마토)
본 기사의 해당 이미지는 워터마크가 있는 상태로 첫 보도가 됐고, 워터마크에는 ○○○이라는 이름이 있었으나 ○○○은 본 기사에서 언급된 제보자가 아닙니다. 워터마크가 있는 이미지가 보도되어 ○○○씨가 제보자로 오인돼 피해를 받게 된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문건 왼쪽 상단에 적힌 A세그먼트에는 '당사금융 Main(CA SOW 60% ↑) 6.6만'이라고 설명돼 있는데, 이는 "현대카드를 주 카드로 쓰는 대상을 1차로 추린 후, 이들 가운데 전체 카드 사용량 중 현대카드에서 현금서비스(CA, Cash Advance)를 받은 비율이 60% 이상인 사람이 6만6000명"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등장하는 SOW는 'Share Of Wallet'의 약자로, 전체 카드 사용량 중 자사 카드의 사용비율을 말한다. C세그먼트의 'Secondary(CA SOW 60% ↓) 40.7만'은 "현대카드가 메인이 아닌 대상을 1차로 추린 후, 전체 카드 사용량 중 현대카드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은 비율이 60% 이하인 40만7000명"을 뜻한다.
또 D세그먼트는 '당사 CL 유실적 & CA 무실적(CA SOW 0%, 13만)'이라고 돼 있는데, 이는 "현대카드에서 카드대출(CL, Card Loan)은 있지만 현금서비스는 없는 고객이 13만명"이라는 말이다. D세그먼트만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 마케팅 실행방안엔 'NICE 등급별 우대금리 차등화(고정금리 12.5~18.5%) TG: CG Test 진행'이라고 적혔다. 이는 "D세그먼트 고객에겐 나이스신용평가에서 제공하는 신용등급별로 금리를 차등화하고, 테스트그룹(TG)과 컨트롤그룹(CG)별로 다르게 전화·알림으로 상품을 소개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제보자는 "가령, 전체 카드 사용량 중 현대카드의 사용 비율이 높은 고객을 데이터화 하는 건 인적사항과 신용등급, 타 카드사 이용현황 등을 모르고선 진행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해당 문건은 현대카드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을 어기고 불법 마케팅을 했다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신용정보법 33조에 따르면 신용정보 이용은 원칙적으로 '신용정보 주체가 신청한 금융거래 등 상거래관계의 설정 및 유지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이용해야 한다. 전화·문자로 상품·서비스를 소개·권유하는 건 신용정보법 위반에 속한다. 제보자는 "전화·문자를 할 때 고객에게 어떻게 상품·서비스를 소개·권유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안내 대본도 있었다"고 했다.
취재팀이 두 달여에 걸쳐 만난 복수의 전·현직 현대카드 및 현대캐피탈 관계자들도 회사가 최소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마케팅에 활용해서는 안 되는 신용정보를 조회, 전화·문자 등으로 상품·서비스를 소개·권유하는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어떤 정보를 활용해 이를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대외비 문건들이 작성돼 경영진에 보고됐고, 회사는 이 일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게 내부 단속을 했으며, 금융당국이 감사를 나오면 관련 자료를 삭제토록 지시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제보자는 "정 부회장이 경영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은 각각 별개 회사지만 직원들은 한 건물, 한 부서, 한 사무실에서 뒤섞여 일했다"며 "각사 고객의 신용정보가 스스럼없이 무단 공유됐다"고 주장했다. 또 "직원들이 멋대로 신용정보를 이용할 수도 없거니와 위에서 '오더'를 내렸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회사도 불법인 걸 알았기 때문에 '유출되지 않도록 조심해라', '수시로 자료를 삭제하라'며 직원들을 단속했고, 법망을 피하려고 데이터사이언스팀도 꼼수로 운용했다"고 말했다.
전·현직 관계자들은 정태영 부회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2003년부터 현대카드를 경영했다"며 "회사가 신용정보를 무단 활용하는 걸 CEO가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또 "당시 이 일을 주도한 임원 두 사람은 정 부회장의 측근이었다"며 "정 부회장의 경영 성과는 현대차·기아차 고객에게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이용토록 하는 등 그룹의 후광과 신용정보를 불법으로 활용하며 이룬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현대카드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현대카드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현대카드는 "당사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신용정보를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마케팅에 활용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현대카드는 어떠한 경우에도 비동의 고객의 신용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뉴스토마토>에서 확보했다는 문서는 동의 고객 대상 일반적인 마케팅 관련 문서로 신용정보법 위반과는 아무 상관없다"며 "동의한 고객의 신용정보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마케팅에 활용하는 건 기업의 적법한 활동"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용정보는 상거래관계의 설정 및 유지를 위해서만 써야 하는데, 가명정보(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정보)를 통계·연구에 이용하거나 내부 경영목적으로 쓰는 건 일부 허용되는 측면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타 금융사 정보와 신용등급 등을 이용해 전화·문자 알림으로 상품·서비스를 소개·권유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도 "신용정보원이 관리·제공하는 정보는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권유할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고, 상거래관계 설정 및 유지에만 써야 한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2021년 4월 모 카드사가 고객 신용정보를 영리 목적의 광고에 부당 활용했다가 3억2760만원의 과태료를 받은 바 있다"고 했다.
현대카드 내부 관계자는 마케팅 활용 동의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낮은 동의율 탓에 내부에서도 문제가 제기된 적 있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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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2022년 11월 15일 본지 신문 및 인터넷 홈페이지에 「현대카드, 신용정보 무단수집 ‘불법마케팅’ 의혹」, 「“감사시즌이면 파일 지우느라 난리였다”」라는 제목으로 ‘현대카드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고객의 신용정보를 무단 수집하여 불법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였다. 관계사인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에 고객의 신용정보를 무단 공유하였다. 이를 감추기 위해 금융당국 감사 시즌에 관련 파일을 지우게 하는 등 직원들을 단속하였다’라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고객들로부터 적법하게 신용정보 이용 및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아, 동의 받은 목적 범위 내에서 이를 마케팅에 이용하거나 관계사에게 제공하여 왔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금융당국 감사 시즌에 개인정보 활용과 관련한 파일을 지우게 하는 등 직원들을 단속한 사실도 확인된 바 없습니다.
이 보도는 법원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특별취재팀 newsal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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