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의원연맹 정진석 회장과 윤호중 간사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3차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 폐회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이태원 참사의 국가 애도기간이 5일자로 마무리되면서 여야는 휴전을 거두고 다시 극심한 정쟁을 이어갈 걸로 보인다. 여야가 맞붙는 지점은 역시 '책임론'이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참사의 책임을 밝히고 진상을 규명하자고 벼른다. 칼 끝은 정부책임론으로 향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경찰이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주장, 이를 계기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까지 개정하겠다는 태세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경찰청 현안질의는 여야가 제대로 부닥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며 "참사는 윤석열정부의 무능으로 인한 인재"라고 규정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이 경찰의 무능이 진짜 참사의 원인이라고 받아친 데 이어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조사보다 검수완박 개정이 먼저"라고 한 건 이런 맥락이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이 입법독재로 통과시킨 검수완박법으로 검찰은 이태원 사고를 수사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부끄러움도 없이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개정 카드를 커낸 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퇴진론 정부 책임론에 대한 여론이 커지자 자칫 참사의 책임이 대통령실로까지 번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책임론을 제기, 경찰청장을 사퇴시키는 선에서 마무리지으려고 했으나 민주당이 국정조사 카드를 꺼냈고, 국민 여론도 여기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자 위기감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이번 참사의 책임을 민주당에도 분산할 의도로 검수완박 개정을 언급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3일 국회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권의 비리를 덮을 의도로 강행한 검수완박의 입법 과정에서 경찰조직의 권한 확대에만 몰두하며 지난 정권에 밀착했던 일부 정치경찰의 행태가 결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보호라는 경찰 본연의 임무를 소홀하게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정쟁'이라고 규정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2년 제6차 안전정책조정위원회 및 제5회 중앙지방정책협의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당내에선 민주당에 내민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다소 결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필요하면 국정조사를 배제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국정조사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또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을 경찰에 맡겨 수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민주당이 만든 점이 아쉽다"면서도 "(검수완박 개정안이 이번 참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전문가들로부터 평가가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국정조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정쟁을 자제시키는 태도로 풀이된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안을 처리하겠다며 국민의힘에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정부책임론으로 번질 수 있는 국정조사가 부담스럽지만 진상규명에 대한 여론이 큰 만큼 국정조사를 막을 명분은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장 예산안 심사를 앞둬 국정조사가 부담스럽지만 이를 막을 명분은 없다"며 "여야 모두 템포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국민의힘이이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검수완박 개정으로 받아치는 것에 관해 "일단 여론을 살피기 위해 던져본 말일 것"이라며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수민 평론가 역시 "(검수완박으로)바빠진 건 수사경찰이지 치안경찰이 아니다"라며 "이태원 참사를 수사할 때 문제가 있을 순 있지만 경찰의 대처 미흡은 검찰도 수사할 수 있어 검수완박을 탓하는 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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