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귀못’ 박하나 “저 완전 공포 마니아에요”
“‘대사’ 없어도 상관 없다 했지만 오디션 매번 낙방…‘귀못’ 제안 너무 반가워”
“미혼·육아 경험 없던 나, 허진·정영주 두 대선배 조언 큰힘…두분 내공 대단”
2022-10-25 01:00:01 2022-10-25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지금은 사실 사라진 단어다. 탤런트라는 단어가 있다. 지금처럼 다채널시대가 아닌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각 지상파 방송사 공채 탤런트가 존재했다. 탤런트는 곧 배우이고 또 TV에 나오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래서 사실 요즘도 이 단어가 배우들의 존재감을 구분할 때 사용되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영화 귀못에 출연한 박하나를 두고 그래서 배우이냐 아니면 탤런트이냐란 구분을 지을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가 주연이고 주연의 이름 값에 따라 영화의 무게가 결정되는 어쩔 수 없는 상업적 논리가 다시 금 사라진 단어 탤런트를 꺼내 들게 만들었다. 사실 박하나 역시 탤런트란 단어에 거부감을 드러내기 보단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오롯이 인정하고 그런 시선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영화 귀못까지 탤런트처럼 취급된다는 것에는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우선 귀못’, 생각만큼 그리고 선입견처럼 작은 영화가 절대 아니다. 주로 TV에만 집중해 온 자신이 출연한 것 때문에 작은규모의 독립영화로 취급 받는 게 아쉽단다. 두 번째, 이 영화 단순하게 놀라게 하는 그런 공포 영화가 아니다. 박하나는 꼭 한 번 스크린으로 이 영화를 감상해 달라고 전했다. 그의 진심이 물씬 전해져 왔다.
 
배우 박하나. 사진=KBS 한국방송.
 
박하나란 이름 석자, 지상파 드라마의 여왕이란 칭호나 다름 없다. 일일 드라마 주말 드라마를 구분 없이 대부분의 지상파 드라마는 우선 박하나에게 대본이 향한다고 보면 될 정도다. 데뷔 이후 무려 20편이 넘는 시리즈 그리고 단막극 등 지상파 드라마에서 박하나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유독 빈약한 부분이 있다. 바로 영화다. ‘귀못개봉 전까지 그의 영화 출연작은 희수’ ‘폐쇄병동단 두 편이 전부다.
 
당연히 영화를 안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대부분의 배우들이 인연을 말 하잖아요. 영화 쪽하고 제가 연이 없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사실 드라마 활동을 하면서도 영화 오디션도 많이 보러 다녔어요. 그때마다 매번 듣던 말이 작은 역인데 괜찮겠냐였죠. 대사 한 마디 없어도 된다고 정말 진심으로 말씀 드려도 결과는 항상 불발이었죠. 어느 정도는 사실 영화 쪽과의 연에서 포기를 하고 있었을 때 귀못이 들어와 너무 좋았어요.”
 
우선 귀못은 공포 영화다. 마니아적인 장르인데다가 TV 드라마 이미지가 강한 박하나가 소화를 하기엔 오히려 역효과가 날 듯싶었다. 하지만 박하나는 오히려 공포가 자신의 진정한 영화 데뷔작으로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웃는다. 알고 보니 박하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공포 마니아라고. 더욱이 그렇게 영화를 하고 싶어 했기에 극장에 자신의 얼굴이 걸리는 포스터를 볼 수 있단 기대감이 너무 컸단다.
 
영화 '귀못' 스틸. 사진=KBS 한국방송.
 
제가 진짜 공포 마니아에요(웃음). MBC ‘심야 괴담회는 지금도 본 방 사수 중인 프로그램입니다. 하하하. 제가 제일 좋아했던 한국영화도 여고괴담시리즈였어요. 근데 저한테 공포 장르가 왔으니 너무 좋았죠. 그리고 극장에 내 얼굴이 담긴 포스터가 걸린다는 기대감에 너무 가슴이 떨렸어요. 물론 작업은 기대감과는 완전히 달랐어요(웃음). 드라마에 길들여져 있어서 영화의 뒤죽박죽 촬영에 한동안 정신이 없었어요. 드라마 촬영의 말투를 고치는 것도 많이 신경 썼고요.”
 
귀못이란 제목 자체가 귀신이 사는 저수지()에 대한 얘기다. 극중에서도 대부분의 배우들이 저수지에 실제로 한 번씩 들어가 촬영을 했다. 문제는 영화에서도 거의 그대로 등장하지만 저수지 수질이 결코 깨끗하지 못하단 점이다. 한 눈에 봐도 그 자체로 물에 사는 귀신(수살귀)이 득실거리는 듯한 이미지가 압권이다. 더욱이 이 영화, 가장 무더웠던 올 여름 8월에 촬영을 됐다. 저수지에 한 번씩 들어갔다 나온 배우들 모두가 고생을 했단다.
 
“(웃음) 그 저수지가 진짜 더러웠어요. 하하하. 그냥 문자 그대로 더러운 물이었어요. 근데 다들 촬영해야 하니 들어갔죠. 저도 한 번 들어갔는데, 사실 거북스럽기 보단 이때 아니면 내가 언제 여길 들어가 보냐란 심정으로 그냥 했어요. 하하하. 사실 저보단 영화 거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배우 분하고 손만 나온 대역 액션 배우분이 진짜 고생 많으셨다 들었어요.”
 
배우 박하나. 사진=KBS 한국방송.
 
결코 풍족하지 않은 여건 속에서 귀못을 소화한 박하나는 베테랑 두 대 선배로 인해 쉽지 않은 감정을 부여 잡고 극중 인물이 오롯이 될 수 있었다고 전한다. ‘귀못에서 박하나는 뮤지컬계의 대모 정영주 그리고 수십년 경력의 대배우 허진과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두 사람의 내공과 배려에 그는 자칫 다른 길로 헤맬 수 있는 우려를 지워 버릴 수 있었다고 전한다.
 
제가 결혼도 안했고 당연히 아이를 키워 본 적도 없어서 극중 인물의 감정을 읽어내기가 쉽진 않았어요. 그럴 때마다 두 대 선배님의 도움이 정말 많이 컸어요. 두 분이 절 그냥 이끌어 주시고 전 그대로 따라가기만 했죠. 두 분다 굉장히 강한 이미지이지만 실제로는 너무 사랑스러우세요. 두 분다 현장에 나오시면 굉장히 소녀소녀하세요(웃음). 근데 또 카메라만 돌아가면 순식간에 바뀌세요. 그 내공은 정말 스크린으로 보는 것 이상이었어요.”
 
촬영 중 가장 긴장했던 장면은 정영주와의 격투 장면. 이 장면에서 그가 거대한 꽃병으로 정영주의 뒷머리를 내리쳐야 했다. 물론 꽃병은 설탕으로 만들어진 특수 소품이었기에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이 꽃병으로 내리치는 장면을 긴장하게 만든 건 준비된 꽃병의 숫자였다. 자칫 촬영이 잘못돼 NG라도 날 경우 이날 촬영 회차가 무의미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고.
 
영화 '귀못' 스틸. 사진=KBS 한국방송.
 
사실 전체 촬영에서 제일 긴장한 분량이 영주 선배님과 격투를 할 때였어요. 제가 의외로 근육도 많아서 액션이나 격투 장면에 되게 능숙해요(웃음). 근데 문제는 그 커다란 꽃병이 현장에 딱 두 개만 준비돼 있었어요. 정말 동선하고 합을 정확하게 짰어요. 속으로 실수하면 안된다를 진짜 수백 번은 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꽃병이 되게 무거워요. 잘못 들다가 깨질 수도 있는데 다행히 한 번에 오케이가 됐어요. 나중에 선배님에게 물어보니 뒷머리가 되게 얼얼하다고 하셔서 너무 죄송했죠.”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종영에 이어 귀못이 개봉한다. 그리고 지난 10KBS2 일일 드라마 태풍의 신부가 첫 방송을 시작하면서 박하나는 여전히 열일 중이다. 데뷔 이후 제대로 공백기를 가져 본 적이 없을 정도다. 데뷔 연차에 비해 엄청난 다작을 소화하고 있다. 스스로 다작배우라고 표현하는 그는 많은 작품 그리고 더 많은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전한다.
 
배우 박하나. 사진=KBS 한국방송.
 
보통 1년에 2편 이상은 소화하고 있어요. 역할 크기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전혀 상관 없어요. 제 호기심을 당길만한 배역이라면 단 한 장면이 나와도 저에겐 너무 소중해요. 이번에 귀못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제 이름을 보는 데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요. 뭐라 설명이 안되는 기분이었어요.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연기와 배역이 뭘까, 이걸 고민하면서 작품을 대하고 싶어요. 드라마나 영화를 본 뒤 실제 저 박하나를 보시고 그 배역이 너였어?’라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 그게 제 궁극적인 목표에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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