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양재사옥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SPL 평택 제빵공장 사망 사고 6일 만에 결국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당초 허 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냈으나 논란이 진화되지 않고 오히려 불매운동 등으로 여론이 악화된 데에다가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경위 파악을 수차례 지시하자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양재사옥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 열고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허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선 건 SPL 평택 제빵공장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6일 만이다.
앞서 지난 15일 SPC그룹 계열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 A씨가 기계에 몸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허 회장은 지난 17일 자신의 이름으로 된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사고 이후 대응 과정이 미흡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허 회장이 대국민 사과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낸 건 불매운동 등으로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SPC 계열사 목록이 ‘SPC 불매’ 등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되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 등까지 불매운동을 촉구하고 있어 SPC를 향한 여론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최근 대통령실에서 SPC의 사고 경위를 조사하라는 등 강도 높은 멘트가 연일 나오는 것이 허 회장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허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는 사고 이후 대응과정이 부실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허 회장은 이날 “사고 다음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잘못된 일이었다”면서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며, 평소 직원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반성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20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SPL 평택 제빵공장 사망 사고와 관련해 언급한 부분과 맥을 같이한다.
당시 윤 대통령은 “(사고 발생 기계에) 천을 둘러놓고 사고 원인의 정확한 조사가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계를 가동해 이를 안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면서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면서 사고 이후 대응 과정을 지적했다. 또 지난 16일에도 윤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SPC그룹은 지난 17일 오전 허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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