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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컴백홈’ 이범수 “충청도 사투리, 묘한 느낌 잘 살렸다”
“결과 예측되는 흐름 있었는데 그 이상의 재미와 감동 담겨 있었다”
헤어스타일·제스처·문신·옷차림…“코미디 속 악역 약간 비어 보여야”
2022-10-07 01:00:01 2022-10-07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구분을 잘해야 한다. 이 배우가 출연하면 살벌한 액션장르인지, 아니면 배꼽 빠질 정도의 포복절도 코미디인지 말이다. 물론 중간도 있다.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 타입과 휴먼 장르에서도 이 배우의 실력은 발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배우가 출연하면 대부분은 살벌한 액션이 아니면 그 특유의 리듬감을 살리는 코미디가 대부분일 듯하다. 우선 이 배우, 엄청난 베테랑이다. 이 배우에게 앞선 단 두 개의 장르만 국한 시키는 것도 무례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두 장르에서 이 배우의 존재감은 국보급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배우를 제외하고 앞선 두 장르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다. 그래서 그럴 것이라면 이런 장르는 어떤가 싶어서 나온 것 같기는 하다. ‘살벌한 분위기가 있다. 그리고 적당한 섬뜩함이 있다. 그런데 그 안에서 때굴때굴 굴러도 웃음이 멈추지 않을 코미디가 있다. 한 마디로 이상한 장르가 탄생됐다. 그래서 이 배우도 이 영화의 그 이상함이 좀 많이끌린 듯했다. 자신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그 이상함이 매력적이었던 같았단다. 충무로 베테랑 이범수가 컴백홈에 빠진 이유다.
 
배우 이범수.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범수가 스크린으로 돌아온 건 2018출국그리고 이듬해 자전차왕 엄복동이후 3년 만이다. ‘자전차왕 엄복동으로 제작에도 영역을 넓히며 다양한 준비를 해온 이범수가 3년 만에 컴백을 결정한 작품으로는 사실 좀 의외였다. 이범수 정도의 베테랑이라면 뭔가 강렬하고 뚜렷하며 다크한 느낌의 작품을 선호할 듯했다. 정말 여러 장르를 경험해 본 이범수에게 작품 욕구에 대한 체감은 더 깊고 다크할 듯한 느낌이었다.
 
“’컴백홈결코 얕은 작품은 아니었어요. 사실 컴백홈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어느 정도 결과가 예측되는 흐름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시사회에서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제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감동이 오더라고요. 장르적으로 코미디인건 맞는데, 약간 묘한 느낌이 있잖아요. 그냥 소모적인 웃음보단 뭔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웃음이 감독님의 포인트 같았어요. 유치하고 난잡해 보일 수 있는데 컴백홈은 그걸 절묘하게 피해가더라고요.”
 
컴백홈은 충청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연출을 맡은 이연우 감독은 거북이 달린다피 끓는 청춘까지 자신의 고향 충청도를 작품 속으로 끌어왔다. 더욱이 이범수 역시 고향이 충청도다. 이 지역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사람이 의기투합했으니 영화 속 호흡과 리듬은 절묘하게 표현됐다. 하지만 이범수 입장에서 고민이 안됐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전작 짝패가 떠올랐다.
 
배우 이범수.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짝패의 장필호 역도 충청도 조폭이었고, 이번 컴백홈의 서강돈 역도 충청도 조폭이에요. 번복에 대한 우려가 있었죠. 배우로서 재탕 또는 자기 복제에 대한 경계와 긴장감은 늘 갖고 있어요. 근데 또 작품을 워낙 많이 했으니 배역 성격이 안 겹치는 것도 말이 안되요. 이미 겹치는 배역이 워낙 많이 들어와서 출연을 고사한 적이 많았거든요. 근데 자세히 보면 장필호는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조폭이라면, 서강돈은 진짜 스마트한 조폭이에요(웃음) 좀 다를 수도 있겠다 싶었죠. 하하하.”
 
이범수는 코미디뿐만 아니라 액션 영화에서도 국내 상업 영화 최고 히트 메이커 가운데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베테랑이다. 특히 액션 영화에서 이범수는 악역으로 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한 발 더 나아가면 그가 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 악역 대부분이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들이었다. 이범수는 자신의 고향 충청도 사투리가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그리고 북한과 제주도까지. 전국 팔도 가운데 유일하게 다른 지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래서 이번 컴백홈역시 묘한 매력이 그 지점에서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이게 묘한 지점이 분명히 있는 게(웃음). 제가 옛날 어떤 인터뷰 자리에서 공개한 적도 있어요. 우선 전라도와 경상도는 그 사투리 안에서 감정을 드러낼 수도 있고 상대방이 그 감정을 분명히 읽을 수도 있어요. 노골적으로 화를 내면 그 화가 난 걸 상대방이 알 수 있어요. 근데 충청도는 달라요(웃음). 계속 말은 수위를 올려가면서 상대에게 화를 내고 있는데 듣는 사람이 그걸 몰라요. 그래서 상대가 되게 허술하게 느낄 수 있어요. 그게 진짜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거 같아요.”
 
배우 이범수.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런 묘한 감정이 컴백홈의 서강돈이란 인물에게 고스란히 투영돼 이상한 느낌을 만들어 준 듯하다. 극중 이범수가 만들어 내는 서강돈은 문자 그대로 이상하고 또 종잡을 수 없는 리듬으로 코미디와 섬뜩함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충청도를 기반으로 한 폭력 조직의 2인자이며 의리가 있는 듯한 모습이지만 야심이 강하고 또한 욕심도 많다. 무엇보다 그 속을 모르겠단 게 이 배역의 특징이다. 한 마디로 의뭉스럽다가 정답일 듯하다.
 
맞아요. 딱 그랬어요. 우선 표면적으로 드러난 건 욕심과 야망이 있죠. ‘이게 왜 형님 거냐, 같이 노력한 건데란 대사에 그게 압축돼 있어요. 2인자 콤플렉스를 안고 있는 모습을 인식하고 서강돈을 보면 좀 다르게 보일 거에요. 근데 사실 편집된 부분에 서강돈을 예측할 수 있는 장면이 더 많았어요. 기억 나는 게 소변 보는 장면인데, 그냥 길바닥에서 바지를 무릎 아래로 다 내리고 누가 보던 말던 소변 보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냥 사실 완전 안하무인스러운 인물이에요. 웃음 뒤에 칼을 숨긴 인물이죠.”
 
그의 설명대로 서강돈은 분명 함부로 볼만큼의 허술한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표현되는 모습은 장르적 코미디 안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여러 장치를 한 몸에 갖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헤어스타일부터 독특한 손가락 제스처 그리고 온 몸의 문신까지. 뭔가 한 없이 가득채우려고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어딘가 비어 보이는 듯한 모습이 이범수가 그리는 코미디 장르 그리고 그 안에서 숨쉬는 악역이었다.
 
배우 이범수.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헤어스타일이 우선 독특하죠(웃음). 4050세대는 잘 아는 맥가이버 스타일인데, 제가 개인적으로 언젠가는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스타일이었어요. 감독님께 상의 드리니 흔쾌히 동의하셨죠. 그리고 손가락 제스처는 서강돈의 허세를 좀 표현하고 싶었어요. 뭐가 있을까 싶다가 그걸 해봤는데 다들 웃어 주셔서 기분은 좋네요. 그 외에 옷차림도 뭔가 검정 정장이 아니라 알록달록하고, 부하들도 좀 모자라고(웃음). 코미디 장르에서 악역은 마냥 웃길 수도 없지만 또 너무 완벽해도 안되요. 하하하.”
 
조만간 웃긴 이범수가 아니라 다시 그의 전매특허인 서늘한 이범수를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인터뷰 당일 검게 그을린 피부가 눈에 띄었다. 현재 드라마 빌런즈의 촬영을 모두 마쳤고, 영화 범죄도시3’ 촬영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두 편에선 다시금 이범수를 떠올리면 그려지는 날카롭고 서늘한 느낌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한다. 기대해도 좋을 것이란다.
 
배우 이범수.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빌런즈는 얼마 전에 촬영을 다 끝냈어요. 뭐 어떤 장르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배우 분들과 함께 정말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물고 물리며 쫓고 또 쫓기는 내용이 굉장히 흥미로울 작품이에요. ‘티빙측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작품 같아요(웃음). 현장에 간식차도 자주 보내주시고 즐거웠습니다. 하하하. 그리고 범죄도시3’는 이미 성공한 시리즈이고, 이야기 자체의 힘이 워낙 강해서 이번에도 기대해 주셔도 결코 실망하시지 않을 겁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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