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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직한 후보2’ 김무열 “난 ‘라미란 액팅 스쿨’ 1기생”
“2편은 나까지 ‘대놓고 웃겨야’…‘코미디 퀸’ 라미란과 대결 느낌 너무 부담”
“나와 윤경호, 연기 전 무조건 라미란과 상의…라미란 현장에서 우리 스승”
2022-10-04 01:00:01 2022-10-04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 배우가 이렇게 웃기고 또 웃기는 줄은 아마 어느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우선 이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더욱 의아스럽다. 대부분이 강하고 세고 또 악역에 가까운 이미지의 배역들이 많다. 무엇보다 가장 두드러졌던 배역은 이 배우가 악역을 맡았을 때 이다. 악역도 그냥 악역이 아니다. ‘악랄하다는 말로는 모자라도 한 참 모자란 진짜 극렬하게 악랄한 악역을 맡았을 때 이 배우의 진가는 더욱 두드러져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악역 배우들이 그러하듯 실제로는 착하다 못해 순하다고 해도 모자랄 정도의 성격을 드러낸다. 이 배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출연작 가운데 일부는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상천외한 일탈적 필모그래피도 한 두 작품 끼워져 있었다. 그저 배우로서의 도전이라고 여겨질 법한 외도였다. 하지만 이 배우가 이 영화에 출연한 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능력 하나가 주목되기 시작했다. 이 배우의 코미디가 충무로에서 소리 소문 없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웃길 줄은 몰랐다부터 이렇게 웃길 줄 알았으면서 왜 그랬냐까지 등 반응도 다양하다. 아무튼 이 배우의 코미디 감각, 발군이란 말을 넘어서 천부적이다. ‘정직한 후보’ 1편에 이어 이번 2편에선 대놓고 웃겨 버리겠다고 작정하고 관객들에게 덤벼드는 김무열의 존재감은 당분간 충무로가 절대 놓쳐선 안될 보물 같은 재능이다.
 
배우 김무열. 사진=NEW
 
정직한 후보’ 1편은 지금도 너무 안타까운 영화로 꼽히는 작품 중 한 편이다. 개봉은 20202월이었다. ‘코로나10 펜데믹초기. 당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공포감이 상상을 초월하던 시기다. 이 시기, 극장은 대표적 기피시설 중 한 곳이었다. 이런 시기에 개봉했음에도 무려 153만 관객을 끌어 모을 정도로 반응은 엄청났다. ‘코로나 19’만 아니었다면 기록적 흥행도 가능했을 법했다. 그래서 2편 제작이 누구보다 반가웠다고.
 
제 기억에 1편 개봉하고 1년 정도 뒤에 속편 시나리오를 받은 것 같아요.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게 진행이 된 것 같아서 놀랐죠.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의 느낌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하고 만나는 것 같았어요. 전편보다 더 재미있고 독창적인 웃음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고민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많았는데 그게 결코 고통스럽지 않고 오히려 즐거웠어요.”
 
배우 김무열. 사진=NEW
 
전편에선 사실상 라미란의 원맨쇼에 김무열이 연기한 박희철이 양념처럼 웃음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었다. 때문에 김무열의 표현대로라면 라미란의 등에 엎혀 편안하게 가만 그만인 존재였었다고. 하지만 이번 2편에선 1편의 진실의 주둥이가 라미란이 연기한 주상숙과 함께 자신이 연기한 박희철에게도 왔다. 그는 이번에는 편안하게 엎혀 가는 게 아니라 바짓가랑이를 잡고 끌려 갔단다.
 
“(웃음)정말로 누나 바짓가랑이 붙잡고 전 질질 끌려 간 거에요. 누나의 코미디는 대한민국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잖아요. 그 감각을 제가 따라갈 수도 없고 흉내조차 낼 수도 없는 거라 정말 끌려갔죠. 특히 거짓말 못하는 장면 촬영에선 진짜 많이 물어봤어요. 이건 어떠냐 이러면 어떻겠냐 등등. 누나가 4편에서 5편 정도까지는 함께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는데, 전 그때까지 누나 바짓가랑이 잡고 갈 자신 있습니다(웃음)”
 
배우 김무열. 사진=NEW
 
1편과 2편의 차이는 뚜렷하다. 우선 내용적으론 2편은 1편 이후의 주상숙 삶에 맞춰져 있다. 1편이 소동극에 가깝다면 2편은 연이어 벌어지는 상황이 이른바 더블로 터지면서 발생하는 웃음이다. 1편이 주상숙이 사고를 치고 박희철이 수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벌어지는 얘기였다면 2편은 주상숙과 박희철이 더블로 사고를 치면서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는 과정을 담아냈다. 웃음이 두 배란 얘기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맞습니다(웃음). 1편과 달리 2편에선 저도 대놓고 코미디를 해야 하는 상황인 거에요. 사실 전편에서 사용한 설정을 다시 한 번 사용해서 관객들을 웃긴다는 게 너무 부담이 되긴 했어요. 관객 분들 웃음이 터지면 대박이지만 안 터지면 난리 나는 거죠. 문제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수상자인 라미란과 제가 같은 설정을 해야 하는 거에요(웃음). 이 부담은 진짜 느껴보지 못한 분은 몰라요 하하하. 그나마 다행인건 현장이 너무 편해서 제가 5번을 틀려도 5번을 부담없이 다시 할 수 있게 미란 누나와 다른 선배님들 그리고 감독님이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 게 감사했죠.”

배우 김무열. 사진=NEW

정직한 후보2’의 웃음 치트키는 단연코 김무열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무조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존재감이다. 하지만 정직한 후보는 라미란이란 충무로 코미디 퀸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린 작품이다. 여기에 극중 라미란의 남편 윤경호의 존재감까지 발굴해 냈다. 세 사람의 호흡은 충무로에서 다시 없을 찰떡궁합처럼 순간순간을 장식하고 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저하고 경호형은 대놓고 우린 라미란 액팅 스쿨 1기생이라고 해요(웃음). 경호 형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주어진 분량과 상황을 다채롭고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 애드리브도 해보고 그러는 데 궁금한 게 있으면 누나한테 물어보죠. 그럴 때마다 누나는 하나를 물어보면 열 가지를 가르쳐 줘요. 이렇게 우리 둘을 챙기면서도 누나는 본인 연기에선 너무도 혹독하세요. 항상 후회하고 고민하고. 1편에서 누나가 그렇게 고민하고 괴로워했는지 이제야 좀 알겠더라고요.”
 
배우 김무열. 사진=NEW
 
정직한 후보는 충무로 상업 영화 시장 안에서도 상당히 이질적인 장르 영화로 꼽혀도 무방할 정도다. 너무도 웃긴 코미디 상업 영화다. 하지만 그 코미디 안에서 결단코 그냥 웃기자고만 만든 요소만 있는 것도 아니다. 현실을 적절히 풍자하고 그 현실 안에서 잘못된 점을 꼬집으며 더 나은 결과가 무엇인지 제시하는 것도 있지 않는다. 그래서 그저 웃고 보자고 만든 영화 보러 왔다가 의미 있는 웃음을 안고 가는 보너스까지 얻게 되는 게 정직한 후보시리즈다.
 
예전에는 그랬어요. 현실이 영화를 넘어서는 상황이 너무 많아서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진짜 난감한 상황도 많았죠. 일단 1편은 웃고 즐기라는 영화였는데, 그걸 위해 정치인이 등장하고 선거가 나왔고 결과적으로 풍자와 해학이 들어가게 된 것 같아요. 2편은 뭐랄까요. 우선 도지사가 이런 일을 하는 구나 아시게 될 거고. 그 외에 어떤 비리와 결탁에 대한 것도 아시게 될 거고. 근데 뭐 이런 거 다 필요 없고, 그냥 보시면 시원하게 웃으실 수 있으실 거에요. 그냥 부담 없이 웃고 싶으시면 정직한 후보2’ 선택하시면 됩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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