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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⑦)다시 길을 떠나려한다
2022-09-27 06:00:00 2022-10-05 09:43:58
구름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황금빛 사막을 한 마리 외로운 낙타처럼 터벅터벅 달리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그 황금빛 사막 위에 태양이 솟아오를 때면 지금껏 불가능하다고 제쳐놓았던 모든 일들이 가능하게 보이고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자신감을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에메랄드빛 바다와 순백의 해변, 그 옆에 야자수 나무 그늘 아래 해먹을 펴고 지친 몸을 올려놓고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때 몰려오는 노곤한 행복감을 느껴보았는가? 상큼한 바람이 불어오고, 청명한 하늘이 보이고 뭉게구름 사이로 즐거운 상상의 나래가 펼쳐질 것이다. 이렇게 길을 떠나면 그동안 내가 움켜쥐고 있던 가치관과 편견들의 무게가 얼마나 터무니없이 무거운 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길은 언제나 설레는 상상력을 무한히 제공한다. 시인들은 시상을 얻기 위하여 숲길을 걸었고, 수도승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고행의 길을 떠났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결단을 앞두고 산을 오르곤 한다. 나는 사랑받기 위하여 외롭고 험한 길을 떠나려한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끈끈한 인간관계이다. 돈도 권력도 명예도 결국은 사랑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이런 것들이 있으면 더 관심 받을 것 같기 때문이다. 네가 내게로 와 나를 충만하게 하고 내가 너와 더불어 삶이 온전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옛날 할머니는 나의 사랑을 얻기 위하여 옛날이야기 보따리며 알사탕을 수시로 내밀었다. 나는 후손들에게 들려줄 모험이야기를 주어 담으려 길을 떠나려한다. 알사탕보다도 단물이 오래 나올 통일된 조국을 손에 쥐어주려 길을 떠난다. 길 위에는 무수히 많은 장애물이 있지만 길 너머에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서울을 떠나 새로운 서울을 꿈꾸며 달릴 것이다. 서울은 천지개벽할 정도로 변했지만 다시 웅비해야 한다. 서울은 분명 평화의 중심지, 문화의 중심지가 될 여러 가지 조건을 갖췄다. 만 년의 고통스럽고 찬란한 역사의 발자취가 우리가 평화의 전도사, 문화의 전도사 자격증 시험을 통과한 합격증과 같은 것이다.
 
세종대왕의 금빛 동상 위에 앉아있는 고추잠자리의 날개 위로 아직 여름이 채 가시지 않은 뜨거운 햇살이 튕겨나와 내 눈을 부시게 만든다. 아련한 풋사랑의 추억과 푸르러야할 젊은 시절 뿌연 최루연기의 기억으로 가득 찬 광화문 광장에 '중년 청춘'에 다시 섰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화합을 이야기하고 평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다시 섰다.
 
대륙학교 동문들과 함께 독립문과 무악재를 넘어 구파발을 지났다. 그렇게 신의주까지 뻗어있을 1번국도를 따라 달려 올라갔지만 언제나와 같이 현실의 한계는 임진각까지였다. 그러나 좌절하고 주저앉을 수 없는 노릇이다. 희망은 언제나 마래에 대한 낙관적인 생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희망은 절망의 어깨를 짚고 일어나려는 의지,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불끈 솟아오르는 승부욕 같은 것이다.
 
2017년 김정은과 트럼프가 발사한 '말의 미사일'은 이 땅 위에 사는 사람에게는 실제 핵폭탄보다도 더 가슴을 찢어놓았다. 세상은 탈냉전과 세계화로 순탄히 나아가는 듯하더니 다시 격랑 속에서 통일과 평화로 나아가지 못하고, 해묵은 불신과 대립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존재의 이유로 삼고 있지만, 우리는 선거권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국가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 할 때 실제로 우리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일에 우리 민초는 철저하게 배제되어 왔다. 평화가 가장 절실할 때, 평화가 깨질 위험에 놓일 때, 우리 민초들이 일어나 평화를 지켜내고 그것을 굳건한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그 수많은 장애물과 맞닥뜨릴 위험에 노출되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길 위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순례길을 떠난다는 것은 경계를 넘는 것이다. 기존의 고정된 사고의 틀을 깨고 새로운 세계를 만나러 고행의 순례를 떠난다. 지금껏 갇혀있던 틀을 깨고 우리가 운명처럼 받아들였던 것을 ‘왜’라고 물으면서 낯선 길을 끝없이 걸으면 마침내 맑고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들과 어깨동무하면서 공존공영이라는 열린 마음으로 가득한 시민들의 만드는 세계의 문을 향해 걸어 나갈 것이다. 한국이라는 분단의 가시장벽을 넘어 미래를 엿보고 올 것이다.
 
내가 의미하는 평화는 반전반핵평화와 민본평화, 생태평화 그리고 평화통일이다.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과 남북 통일을 기원하고 있다. (사진=강명구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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