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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코 감사' 부적격 논란…코드인사, 결국 서류탈락
이재명 비판했던 최모 KBS PD, 코바코 감사 공모서 서류 탈락
"코바코 사장·방통위 관계자 '최씨 밀라' 신신당부…대통령실까지 가세"
최씨 "코바코서 특정인 탈락 위해 담합…법적 대응" 반발
2022-09-21 20:07:26 2022-09-22 11:28:55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판했던 KBS 현직 PD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감사 공모에 지원했다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해당 인사가 감사 공모에 지원하자 코바코와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들까지 나서 그의 임명에 힘을 실었고, 대통령실도 주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감사 업무와는 연관성이 없는 공영방송 PD라는 점에서 부적격 논란이 일었고, 결국 서류전형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정부의 코드 인사에 임원추천위원회는 공공기관 장악 우려가 노골화됐다며 그 뜻을 거부했다.
 
21일 정치권과 복수의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코바코는 지난달 26일부터 새 감사를 선임하는 공모를 진행했다. 공모에는 5명이 지원했는데, 이 가운데 한 명이 현직 KBS PD인 최모씨다. 최씨는 언론 상시 모니터링과 불공정 언론 감시활동을 하는 '공정언론연대'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최씨는 이달 초 진행된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별다른 특이점이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복잡한 내막이 있다. 이들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강하게 반대했다. 이런 인연으로 그를 코바코 감사로 선임하기 위해 대통령실까지 나섰고 코바코와 방통위 고위층도 합세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최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공정언론국민연대는 이번 대선에서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으로 활동했다"면서 "최씨가 코바코 감사에 지원하자 이백만 코바코 사장과 방통위 고위 관계자들이 코바코 임원추천위원회에 '최씨의 감사 지원은 정부 뜻이니 원만하게 처리해 달라'고 신신당부까지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씨는 대선 때 KBS '주진우 라이브',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을 비판하는 식으로 윤석열캠프가 원하는 방향대로 언론 감시 활동을 했다"며 "코바코 감사 공모 과정엔 대통령실 홍보수석실이 주도적으로 관여했고, 최씨가 감사가 될 수 있게 힘을 실었다는 말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최씨와 이재명 대표는 악연으로 얽혀 있다. 최씨는 지난 2002년 당시 이재명 변호사와 함께 경기도 성남시의 분당 파크뷰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을 취재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김병량 성남시장을 인터뷰하려 했지만 거부되자, 검사를 사칭해 통화하고 녹취했다. 김 시장은 이를 문제 삼아 이재명 변호사와 최씨를 '선거법 위반 및 검사 사칭' 혐의로 고소했다. 이른바 '이재명 검사 사칭 사건'이다.
 
그런데 이 변호사와 최씨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두 사람이 틀어졌다. 이 변호사는 "사칭 전화를 한 건 최씨고, 자신은 옆에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최씨는 "전화는 본인이 했으나 전화할 때 질문과 내용 등을 코칭한 건 이 변호사"라고 반박했다. 20대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선거공보물에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종전 주장을 담았다. 이에 최씨는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이 후보의 주장을 재차 반박했다.
 
대통령실과 현직 코바코 사장까지 나서 최씨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서류 심사를 넘지 못했다. 코바코 임원추천위원회가 윤석열정부의 방송 및 공공기관 장악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최씨를 배제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코바코 임원추천위원회는 주로 코바코 비상임 이사들과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데, 지금 비상임 이사들은 문재인정부에서 추천돼 임명된 사람들"이라며 "코바코 임원추천위회가 최씨를 윤석열정부에 편향적인 인사로 판단, 의도적으로 탈락시킨 걸로 보인다"고 했다.
 
정치적 편향성과 함께 자격 논란도 일었다. 코바코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임원추천위원회가 최씨 경력을 문제로 삼았다면 문제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코바코 관계자는 최씨가 서류에서 탈락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최씨가 감사에 지원한 것에는 제 나름대로 어떤 '심증'이 있는데, 그걸 말씀드리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
 
감사 공모에서 탈락한 최씨는 코바코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설 뜻을 밝혔다. 최씨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감사에 응모한 5명 중 방송에 관련돼 일을 한 사람은 제가 유일한데도 탈락했다"면서 "제 입장에선 코바코 임원추천위원회의 인적 구성이나 이런 걸 볼 때 특정인을 떨어트리기 위해서 담합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에 대해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선 때 윤 대통령 지지활동을 한 적도 없고, 현직 KBS PD기 때문에 누구 캠프에서도 활동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바코에 서류심사 기준과 전형 과정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1년 10월14일 이백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기관장·임원들과 논란을 일으키며 물러날 것을 종용하는 가운데, 코드 인사를 강행하려다 무산된 것으로 바라봤다. 윤석열정부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이 새정부 출범 후에도 사퇴를 거부한 채 업무를 계속하자 감사원 감사에 착수하는 등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방통위만 하더라도 최근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새정부 출범에 맞춰 방통위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려 했으나 행정안전부 등의 반대로 4개월째 인사가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씨가 코바코 감사에 지원했고 대통령실까지 나서며 힘을 싣자 공공기관 장악 우려는 더 커졌다.
 
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방통위는 한상혁 위원장 진퇴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고, 코바코는 경영악화가 누적됐는데 감사 공모에 응모한 최씨가 탈락하면서 대통령실로부터 완전히 찍히게 됐다"며 "코바코에서 감사 공모 절차를 완전히 백지화하고 다시 공모를 진행하려는 걸로 안다"고 했다. 실제 코바코 임원추천위윈회는 최씨 탈락 후 서류를 통과한 4명 중 면접을 볼 대상자가 없다고 판단, 감사 공모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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