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솔직히 이러면 반칙이다. 얼굴도 잘 생겼는데 싸움까지 잘한다. 성격까지 과묵하고 무뚝뚝하다. 이러니 극중 ‘민영’이가 환장할 만하다. 딱 까놓고 말해 민영이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여자라도 이 남자에게 반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 ‘공조’를 보면 이 남자가 왜 잘생겼고 왜 멋지고 왜 판타지 그 자체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딱 하나였다. ‘민영’은 그 모습 조차 환장했지만 말이다. 너무 무뚝뚝하다는 것.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 듯한 냉철함이 멋짐을 더 앞섰다. 그래서 5년이 지난 뒤 ‘공조2: 인터내셔날’에선 이 남자가 업그레이드 됐다. 무뚝뚝함을 버리고 다정다감에 유머까지 장착했다. 이 정도면 그냥 완벽이다. 잘생긴 얼굴은 그대로다. 두루마리 휴지 하나로 조폭들을 모두 때려 잡던 싸움 실력도 여전하다. 근데 이번엔 파리채로 조폭들을 때려 잡는다. 또한 대한민국에 ‘방탄소년단’이 있다면 북한에는 이 남자가 나온 ‘조선소년단’도 있단다. 글로벌 아이돌 ‘방탄소년단’이 긴장해야 할듯하다. ‘공조’ 1편에 이어 2편까지. 북한 형사 ‘림철령’을 연기한 현빈에 대한 얘기다.
배우 현빈. 사진=VAST엔터테인먼트
1편이 벌써 5년 전 개봉한 작품이 됐다. ‘공조’는 대한민국 형사와 북한 형사의 ‘공조 수사’란 당시로선 파격적 설정이 상업 영화 시장에서 먹혀 들었다. 누적 관객 수만 781만을 끌어 모았다. 초 대박을 터트렸다. 온전히 그리고 완벽하게 기획성 강한 상업 영화로 만들어졌기에 사실상 큰 성공을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기대 이상 성과가 나온 뒤 빠르게 속편 제작이 언급되기 시작했다고. 현빈도 당시에는 ‘긴가민가’했단다.
“1편이 너무 사랑 받아 당연히 행복하고 좋은 기억만 남아 있었죠. 그래서 2편 제작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너무 좋았어요. 사실 2편에 대한 얘기는 1편 무대인사 다닐 때 제작사 관계자 분들 그리고 배우들이 농담 삼아 실제로 했었어요. 기본적 설정도 그때 이래저래 언급하면서 서로 꿈만 꿨는데 정말로 2편이 나오게 된 거죠(웃음). 출연 제안을 받고 시나리오를 보니 거절할 이유가 없이 너무 좋게 빌드업이 됐더라고요.”
배우 현빈. 사진=VAST엔터테인먼트
우선 ‘공조’는 1편과 마찬가지로 2편도 액션과 코미디가 적절히 분배된 균형을 갖춘 상업 영화 시장에서 흔치 않은 작품이다. 1편은 코미디보단 액션에 더 강한 방점이 찍힌 듯한 구성이라면, 2편은 액션과 코미디 모두가 강하면서도 1편보다 모든 면에서 수위를 높였 단 느낌이 더 강했다. 이런 점은 연출을 맡은 감독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1편은 김성훈 감독, 2편은 이석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두 분을 제가 다 경험해 봤잖아요(웃음). 김성훈 감독님은 ‘공조’1편과 ‘창궐’ 그리고 이석훈 감독은 이번 ‘공조2’. 일단 두 분 가장 큰 차이는 말이에요. 김성훈 감독님은 가까이서 배우와 교감 하는 걸 좋아하세요. 반면 이석훈 감독님은 딱 필요한 만큼만 소통하세요(웃음). 대신 이석훈 감독님은 모니터 뒤에서 굉장히 많은 것을 계산하고 계시는 느낌이 강해요. 촬영하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뭐가 어떻게 필요한지 기가 막히게 잡아서 요구하세요. 그래서 말수가 적은 것 같기도 하고. 하하하.”
배우 현빈. 사진=VAST엔터테인먼트
1편과 2편 가장 큰 차이를 언급하자면 당연히 현빈이 연기한 ‘림철령’이다. 1편과 2편의 ‘림철령’은 분명 같은 인물이다. 배역을 연기한 배우도 1편과 2편 모두 현빈이 맡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1편과 2편 ‘림철령’이 도저히 같은 인물이라고 느끼기 힘들 정도다. 1편에선 아내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한 ‘림철령’이었다면 2편에선 전혀 다른 ‘림철령’이다. 1편과 2편 영화적 시간의 흐름도 고려대상이 됐다.
“말씀하신 대로 1편과 2편 영화적 시간 흐름이 많이 고려가 됐어요. 1편에선 아내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마음이 컸지만 이젠 철령이도 많이 편안해 졌을 것이라 여겼죠. 그런 변화의 포인트를 어느 부분부터 집어 넣어야 할지가 고민이긴 했어요. 전체적으로 연륜도 쌓이고 여러 경험을 통해 오픈이 많이 된 느낌을 담고 싶었어요. ‘조선소년단’ 대사는 시나리오에도 있었고, 들으시면 되게 재미있으실 거에요(웃음)”
배우 현빈. 사진=VAST엔터테인먼트
이처럼 현빈이 연기한 ‘림철령’은 1편의 진지하고 멋들어진 모습에서 다소 편안해지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변화가 됐다. 하지만 1편과 마찬가지로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 1편에선 아내를 죽인 범인(고 김주혁)에 대한 복수심이라면 2편에선 더 지능적이고 악랄한 범인(진선규)의 악행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영화 하이라이트에서 벌이는 고층 빌딩 액션 장면은 손발을 꼭 쥐게 만들 정도로 긴장의 텐션이 강력하다.
“그 장면 촬영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위험 요소도 너무 많았고. 그리고 장소가 다 달랐어요. 한 장면에서 세트 촬영과 야외 촬영이 번갈아 가면서 이뤄졌기에 액션 합을 맞추는 것도 곤욕스러웠어요. 무술팀이 진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액션에서 약간의 차이를 줬는데, 1편에서 철령의 액션 스타일이 날렵함 이었거든요. 그런데 2편의 빌런 장명준(진선규)의 액션이 날렵해요. 그래서 전 무술팀과의 상의를 통해 묵직한 타격 스타일로 바꿨죠.”
배우 현빈. 사진=VAST엔터테인먼트
2편은 현빈으로선 많은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설정도 담겨 있다. 1편에서 자신을 향한 연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민영’역의 임윤아와의 재회도 웃음 포인트다. 또한 이번 2편에선 새로운 빌런 진선규와의 호흡도 눈길을 끈다. 특히 새로운 조력자로 합류한 다니엘 헤니와는 무려 17년 만의 호흡이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첫 만남 이란다. 현빈으로선 사실 신경 쓸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듣고 보니깐 진짜 신경 써야 했던 게 많았네요(웃음). 우선 윤아씨가 연기한 ‘민영’의 역할이 이번에 진짜 커요. 많은 분들이 2편을 보시면 배우 임윤아를 더 좋아하시게 될 겁니다. 선규형은 기자분들은 아실 테지만 정말 너무 착해요. 근데 그런 분이 빌런을 하신 거라 더 놀라웠죠. 카메라가 돌 때와 아닐 때 느낌이 너무 달라요. 옆에서 볼 때 진짜 흥미로웠죠. 다니엘 헤니와는 2005년 ‘김삼순’ 촬영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서로 얘기도 많이 했어요.”
배우 현빈. 사진=VAST엔터테인먼트
많은 예비 관객들이 벌써부터 3편에 대한 기대감까지 보이고 있다. 한국 영화에서 3편까지 이어진 시리즈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1편의 기대 이상 성공이 뒷받침돼 2편도 제작이 완료됐다. 3편 제작 여부는 온전히 관객들의 몫이라며 웃는 현빈이다. 물론 3편이 제작이 된다면 출연 여부는 조건이 있다고. 시리즈 주요 배역과 배우들이 전부 그대로 출연하면 이란다.
“이번 2편도 해진이 형과 윤아씨 장영남 선배님 전국환 선배님 등 1편 주요 배역들이 다시 그대로 출연을 한다는 걸 알고 저도 결정한 거에요. 만약 3편이 제작 된다면 똑 같은 출연진일 경우 저도 거절할 이유가 없겠죠. 솔직히 그렇게 됐으면 좋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관객 분들의 선택으로 결정이 될 것이니 많이 봐 주셔야 합니다(웃음). 올 추석에는 극장에서 ‘공조2’ 입니다. 꼭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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