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빙하기②)달러 강세·고유가…해외수주로 눈길
올해 183억 달러 수주…정부 "연 500억 달러 목표"
건설사, 주택사업서 해외로 눈길…중동 발주 확대 전망
2022-09-05 07:00:00 2022-09-05 07:00:00
건설현장.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달러 강세와 고유가 등 해외건설 수주에 유리한 대외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시장에 매진해왔지만 원자재 가격과 임금 상승 등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다시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5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183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동기 162억 달러 수주와 비교하면 13% 증가했으며, 수주건수도 지난해 동기 313건에서 올해 현재 350여건으로 늘었다.
 
해외 수주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향후 전망도 밝다. 세계 경제상황이 해외건설 시장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1357.2원까지 오르며 전날 기록한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이같은 달러 강세 국면은 국내 건설사의 해외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산유국들의 건설사업 발주 확대도 예상된다.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가 발표한 '세계 건설시장 전망'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컨설팅사인 GlobalData는 지난 7월 올해 건설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3.3% 성장한 12조840억 달러로 전망했다. 중동 건설시장은 4.4% 오른 4991억 달러로 추정된다.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 연구원은 "코로나19 발생 후 석유 수요 감소에 따른 유가 하락과 보건 분야 재정 투입으로 중동 국가들은 기존에 계획했던 건설사업 발주를 줄줄이 연기한 바 있다"면서 "수요 급증과 에너지 대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발주가 미뤄졌던 사업이 재개되고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주요 사업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건설, 카타르 LNG 생산시설 확대, 쿠웨이트 세계 최대 석유화학 연구센터 건립, 탈석유시대 대비 프로젝트 등이 있다. 특히 네옴시티는 서울 44배 넓이의 저탄소 스마트 도시를 짓는 프로젝트로, 총사업비가 약 1조 달러(약 1308조원)에 달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2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에서 마나르 알모니프 사우디 NEOM CIO(부사장)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연합뉴스)
정부도 적극적인 해외건설 수주 지원으로 '제2의 해외건설 붐'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장 분석을 통한 차별화된 진출전략을 마련하고, 사우디 순방 등 고위급 외교와 대규모 금융지원,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상향하는 등 민간 인프라 금융 선순환 체제 구축을 골자로 한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수출과 해외건설 수주가 경제의 원동력이고 일자리 창출의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 '팀 코리아'로 똘똘 뭉친다면 제2의 해외건설 붐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 믿는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연 500억 달러 수주, 4대 해외건설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는 해외에서 총 306억 달러를 수주했다.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지난 2010년 716억 달러로 최고점을 찍고 하락해 2016년부터 연 300억 달러 내외에 머물러 있다.
 
당시 앞다퉈 해외사업을 수주한 건설사들은 국내와 다른 환경, 저가 수주 등으로 큰 손실을 보고 국내 시장으로 리턴해 주택사업 비중을 크게 늘렸다. 코로나19 사태는 최근 해외사업 진척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가고 해외시장 개선 조짐이 보이자 건설사들이 다시 해외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0년 전후 건설사들이 해외사업을 많이 수주했지만 조달·인력 측면의 역량 부족 등으로 피해를 많이 봤다"며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성향을 유지하면서 점차 해외사업 비중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건설사가 경쟁력을 가진 에너지 관련 플랜트는 계속 진행이 될 것"이라며 "다만 최근 동남아나 남미 쪽으로 디폴트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