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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막과 바다 건너', 그것은 연대의 공연
보수동쿨러·해서웨이, 협업 EP 'LOVE SAND' 발매 공연
2022-08-25 17:46:17 2022-08-25 17:46:17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컴컴한 지하 공연장이지만, 요시고 사진전 같은 심상이 떠올랐다. 상상했다. 해운대의 투명한 윤슬과 서걱대는 모래 알갱이들을...
 
20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왓챠홀에서 부산 출신의 두 밴드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의 합동 공연을 보면서다.
 
이들의 음악은 기억의 바다를 담담하게 바라보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마음의 소동 같은 것들이 자꾸 문을 두드려대지만, 결국 털고 일어나게 되는.
 
'우울에 얼어붙은 새벽의 모래를 밟아'(보수동쿨러 '모래') 가다 보면, 어떤 기억들에 자꾸만 닿았다. '낙서만 가득한 너와 나 사이의 벽'(해서웨이 '낙서') 같은 것들. 그러나 뾰족하던 기억들은 후반부를 향할수록 서서히 뭉툭해졌다. '사막과 바다를 건너'는 '다정한 우리'가 될 때.(보수동쿨러·해서웨이 '월드투어')
 
이날 두 팀의 합동 공연은 지금 부산이 왜 90년대 홍대에 준하는, 새로운 대중음악의 메카로 부상 중인지 증명한 자리였다. 한 팀씩 각자의 무대를, 또 서로의 커버곡을 연주하고, 마지막에는 최근 공동으로 발표한 EP 음반 'LOVE SAND(8월 9일 발매)' 전곡을 실연하는 순서로 꾸몄다.
 
'모래'와 '계절' 같은 대표곡들을 앞세워 첫 순서로 무대에 오른 보수동쿨러는 60~70년대 빈티지한 얼터너티브 록부터 쟁글 팝(찰랑거리는 기타가 특징인 팝록)까지, 다양한 질감의 사운드를 무대 위에서 펼쳐 보였다.
 
그레치 드럼과 빨간 프레시전베이스가 미드 템포의 잔잔한 리듬 파도 물결을 드리우면, 그 위로 할로우바디의 기타 선율이 바다 표면의 햇살처럼 찰랑거렸다. 그 위로 새벽 물안개처럼 번지는 가사들... '숨'의 단조 선율이 헝클어진 마음처럼 얽혀갈 때, '대니'의 아르페지오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일 때, 음의 파도는 관객에게로 가 닿았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해서웨이 역시 '낙서', 'Love' 같은 대표곡들을 시작으로, 인디 팝의 살랑살랑한 색감을 펼쳐보였다. 미국의 소울·R&B 뮤지션 도니 해서웨이의 이름에서 따온 팀명다운 그루브감, 세련된 선율미, 파도 타는 꿈처럼 낮고 짙게 깔리는 음성들..
 
마지막 순서로 출연자 7명 전원이 무대를 꽉 채워 'LOVE SAND' 수록곡들을 들려줬다. 콩가드럼과 탬버린까지 올려 한바탕 난장을 벌인 무대. 공연이 단순히 공연에 그치지 않고, 서로를 매개한다면. 관계가 되고, 확장이 되고, 새로운 음악적 결과물이 될 수 있다면.
 
"세상이 흉흉합니다. 사랑과 평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음반을 만드는 동안 서로 좋은 기억들을 많이 만들었거든요. 여러분들도 그 에너지가 닿기를. 러브 앤 피스!"
 
어떤 공연과 음악은 병든 세상에 목소리를 낸다. 코로나로 사랑, 연대의 기억이 희미한 오늘날에도. 부산으로부터 따뜻한 바다 '내음(內音)'이 불어온다.
 
20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왓챠홀에서 열린 부산 출신의 두 밴드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의 합동 공연.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 기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2022 인디음악 생태계 활성화 사업: 서울라이브' 공연 평가에 게재된 글입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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