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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륙부터 배송까지 '단 3분'…드론배송 직접해보니
세븐일레븐 가평수목원 2호점, 드론배송 실시…관제센터·헬기장 갖춰
이륙·착륙·비행 모두 자동…내년엔 도서지역 서비스 예정
2022-08-12 18:00:15 2022-08-16 08:01:46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위잉위잉 부웅”
 
12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편의점 건물 옥상에서 드론의 프로펠러가 빠르게 돌면서 ‘위잉’ 소리를 냈다. 드론에는 인근 펜션에서 한 소비자가 주문한 숙취해소제와 라면 등이 담긴 해장세트가 실렸다. 건물 옥상 비행장에서 수직 이륙한 드론은 하늘 높이 올라갔다.
 
12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세븐일레븐 가평수목원 2호점 건물 옥상에서 드론이 숙취해소제와 라면 등을 싣고 이륙하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편의점을 출발한 드론은 약 1km 거리를 날아 한 펜션에 마련된 미니 비행장으로 착륙했다. 이후 한 소비자가 QR코드를 찍고 비행장에 들어가 드론에 달린 상자를 열고 주문한 물건을 꺼냈다. 이륙부터 배송까지 약 3분이 걸렸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최근 세븐일레븐 가평수목원 2호점에서 드론 배송서비스에 나섰다. 이를 위해 드론 스타트업 파블로항공과 손을 잡았다. 파블로항공은 롯데벤처스의 스타트업 펀드투자 우수기업이다. 국내외에서 드론 등을 활용한 무인 모빌리티 기술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에는 총 303대의 드론 동시 불꽃쇼로 세계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바 있으며 현재 미국 뉴욕항공진흥청과 업무 협약을 맺고 미국 내 드론 실증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국내 최초 편의점 드론배송 스테이션을 갖춘 세븐일레븐 가평수목원 2호점 전경. (사진=유승호 기자)
 
이날 방문한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세븐일레븐 가평수목원 2호점 입구에는 ‘국내 최초 편의점 드론배송 스테이션 오픈’이라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었다. 관제 타워와 드론의 수직 이착륙에 최적화된 헬리패드(비행장) 등 드론 스테이션을 갖춘 편의점은 이곳이 유통업계에서 유일하다. 배달 주문부터 드론 배송 비행까지 한 건물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세븐일레븐의 설명이다.
 
주문은 파블로항공이 운영하는 전용앱 ‘올리버리’를 통해 하면 된다. 주문이 가능한 상품은 즉석 치킨, 삼겹살, 음료 등 주요 일반 상품 70여개와 여행지에서 많이 찾는 ‘특별 세트’ 3종(해장, 분식, 비빔냉삼)이다.
 
소비자가 파블로항공의 전용앱 ‘올리버리’를 통해 주문을 하면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주문 상품을 바구니에 챙겨 전동 도르래를 이용해 드론 헬기장이 있는 옥상으로 올린다. (사진=파블로항공)
 
소비자가 앱을 통해 주문을 완료하면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주문 제품을 바구니에 챙겨 전동 도르래를 이용해 옥상으로 올린다. 이어 옥상에 있는 파블로항공 직원이 주문 제품을 드론에 싣는다. 관제 타워의 명령이 떨어지면 드론은 하늘로 수직 상승해 1km 거리에 위치한 아도니스 펜션으로 날아간다. 드론 배송 서비스 운영 시간은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일몰 전)까지다. 시범 운영 기간 동안 단 한 개의 상품도 무료 배송한다.
 
드론의 크기는 990x990x510mm이다. 최대 탑재 무게는 5kg이다. 안전 비행을 위해 주행 속도는 시속 36km로 설정됐다. 파블로항공의 드론은 약 40분 동안 충전 없이 비행할 수 있으며 3중 통신망(RF, LTE, 위성)의 상호 보완 기술을 적용하고 낙하산을 부착했다. 현재 배송이 완료되면 소비자가 직접 드론에 부착된 상자를 열어 주문 상품을 꺼내야하지만 향후에는 자동으로 상품도 내려놓는 방식으로 개선할 것이라는 게 파블로항공의 설명이다.
 
12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세븐일레븐 가평수목원 2호점 건물 옥상에서 상품을 싣고 출발한 드론이 인근 아도니스 펜션에 마련된 헬기장으로 착륙하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특히 파블로항공의 드론 배송은 이륙부터 착륙까지 모두 자동으로 움직인다. 관제 타워에서는 편의점 주문 현황, 날씨 모니터링, 실시간 비행 경로 추적, 이륙 명령, 운행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권역을 GCS(Ground Control System) 기반 하에 모든 것을 자동 관제해 배송하는 비가시권 비행을 하는 만큼 경로 설정부터 착륙지까지 통신이 끊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12일 경기도 가평군 세븐일레븐 가평수목원 2호점 건물에 마련된 관제 타워에서 파블로항공 소속 관제사가 날씨 모니터링, 실시간 비행 경로 추적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정덕우 파블로항공 운영이사는 “이륙을 하면 관제 센터에 있는 관제사가 드론 비행의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면서 “착륙 후 물건을 빠진 것을 확인한 관제사는 다시 시동을 걸어서 편의점 쪽으로 돌려오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운영이사는 “실제 저희가 드론을 탑승하거나 현장에서 조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장 우측 하단에 있는 화면에 현재 드론에 대한 데이터가 다 종합돼 있다”며 “실질적으로는 안전 관리 인원들이 배치가 된 거고 여기에 앉아 있는 한 명이 전부 다 자동으로 드론을 관제하고 운항할 수 있다. 이게 다른 일반 드론 업체와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12일 한 소비자가 경기도 가평군 아도니스 펜션에서 인근 세븐일레븐 가평수목원 2호점에서 구매한 상품을 드론에서 꺼내고 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편의점주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펜션 인근에 치킨집이 없는 탓에 최근 드론 배달로 치킨을 시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 게 세븐일레븐 가평수목원 2호점주의 설명이다.
 
가평수목원 2호점주는 “음료를 비롯해 식품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 특히 이 지역 인근에는 치킨 배달을 하는 매장이 없다보니 즉석 치킨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면서 “펜션에 있으면 물건을 사러 따로 나가는 게 번거롭거나 음주 후 운전할 수 없기 때문에 드론 배달을 찾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븐일레븐은 내달 가평수목원 2호점의 드론 배송 대상 펜션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중장기적으로 도서지역에도 드론 배송 서비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배송 소외 지역을 없애겠다는 게 세븐일레븐의 목표다.
 
이윤호 세븐일레븐 DT혁신팀장은 “이번 드론 배송의 테스트 결과를 가지고 내년에는 도서 지역으로도 시험을 할 예정”이라면서 “편의점이 없는 섬들을 대상으로 해안가에 있는 점포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쇼핑, 배달 등에서 제외된 고객들에게 (차별화 된)쇼핑 경험을 제공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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