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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지주사 이전, 이미 약속했는데…” 포스코 진땀
포스코 지주사 범대위, 8일 100여명 상경 집회
“다섯 차례 TF 회의에도 진전 없다”며 불안감
지역선 합의 파기 소문에 술렁, 포스코는 ‘황당’
최정우 회장 퇴진 운동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져
2022-08-03 16:45:12 2022-08-03 18:20:23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포스코 지주사 POSCO홀딩스(005490) 포항 이전 압박이 재차 거세지고 있다. 포스코 지주사 이전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지역 내 불안감 때문이다.
 
이미 합의서를 쓰고 태스크포스(TF)도 꾸렸음에도 지역사회가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상경 집회를 예고하자, 산업계에선 세계적 기업 경영에 대한 외부 간섭이 심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번 갈등은 법적 다툼도 얽혀있어 봉합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오는 8일 100여명이 버스 세 대를 나눠 타고 포스코 지주사 이전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상경 집회를 열겠다고 3일 밝혔다. 버스 두 대는 대치동 포스코센터, 한 대는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중앙지법이 있는 서초동으로 향한다. 이후 용산 대통령집무실 근처인 전쟁기념관 앞으로 모일 예정이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경북 포항시민, 지역경제·사회단체가 지난 2월8일 포스코 본사 앞에서 ‘수도권 집중, 지방소멸 앞장서는 포스코 반대’, ‘지주사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설치’, ‘지역상생 대책 조속히 밝혀라’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포항시)
 
이들이 서초동에 가는 이유는 최정우 회장 퇴진 운동이 법적 다툼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달 18일 범대위 소속인 ‘포항바로세우기실천운동본부’ 관계자 두 명에 대해 집회시위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본안소송에서는 1억원을 청구했다. 가처분 신청 이유는 모욕과 명예훼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첫 심문기일은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전보성) 심리로 열렸다.
 
포스코 측은 채무자들이 7월15일~8월15일 최대 300명 규모로 신고한 집회에서 포스코와 최정우 회장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시위 규모는 두 명 수준이지만 향후 인원이 늘어날 수 있다.
 
앞서 운동본부 관계자들은 최 회장 퇴출을 주장하며 ‘성폭력 축소·은폐 책임 회피’, ‘포스코 국민기업 정체성 부정’, ‘중대 산업재해-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 ‘지방소멸 촉진’, ‘포항시민과 합의서의 부도수표화’ 등 다섯 가지 사유를 팻말에 적었다.
 
채무자 측은 경찰에 신고한 집회여서 집시법 위반이 아니고 최 회장 퇴진으로 포스코 명예가 회복된다고 주장했다. 채무자 대리인은 “총수에 대한 비난이 포스코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어도 아주 경미하다”며 “포스코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대리인은 “포스코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그 때문에 퇴진하라는 것”이라며 “(포스코) 신용을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받아쳤다.
 
재판부는 12일까지 양측의 추가 의견을 받기로 했다.
 
포항시의회도 지주사 이전 관련 특별위원회 구성에 나서며 포스코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포스코와 포항시, 시의회, 범대위는 지난 2월25일 포스코홀딩스를 2023년 3월까지 포항에 옮긴다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미래기술연구원 본원도 포항에 설치하기로 했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합의 이행을 촉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강창호 범대위원장은 “홀딩스 이사회에서 지주사 이전 결정이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얼마전부터 포스코가 판교 등지에 미래기술연구원 부지를 알아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포항시 등이 모인 TF는 지난달 28일 다섯 번째 회의를 마쳤다. 범대위는 이날까지 성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29일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포항시청을 방문했을 때도 지주사 이전과 관련해 명확한 답변을 못 들었다는 주장도 폈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이날 대화 내용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TF는 이달 9일 여섯 번째 회의를 열 예정이다.
 
포스코홀딩스는 TF를 정상 운영하는 가운데 지역사회가 들고 일어나 난처한 표정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연초에 합의서에 서명하고 이후 TF가 만들어져 회의를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의 이행 단계를 밟고 있는데 달리 할 말이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산업계에서는 기업에 대한 외부의 ‘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포스코 경영의 주요 사항은 주주가 결정할 일이지 정계 등 외부 간섭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세계적 기업의 본사와 연구소는 수도권에 있어야 실익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 연구소를 지어 고급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마지노선이 판교 등지라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포항에선 포항공대 등을 예로 들어 인재 유치와 지역균형 발전에 힘써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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