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22년 7월 27일 ‘한산: 용의 출현’이 개봉한다. 그에 앞서 ‘명량’이 2014년 7월 개봉했다. 그리고 ‘명량’은 현재까지도 국내 개봉 영화 사상 최다 관객 동원작(1761만) 타이틀을 보유 중이다. 대부분의 영화 관계자들은 이 기록이 사실상 영원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국내 영화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더 그렇다. 1000만 영화는 올해도 ‘범죄도시2’가 기록했다. 하지만 1761만이란 상징적 숫자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불가능의 영역이란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더욱 더 기대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명량’에 이어 ‘한산: 용의 출현’ 그리고 앞으로 개봉을 하게 될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김한민 감독은 이른바 ‘이순신 장군 3부작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흥행 기록보단 스스로가 자신에게 내린 의무감이 더 앞섰는지도 모른다. 1761만이란 타이틀이자 숫자가 그를 옭아맨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김한민 감독은 그런 시선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사실 거기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선을 그었다. 출발이 거기에서 시작했을지언정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고. 그가 바라보는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 상징성은 하나였다. ‘자긍심’이다. 그가 오롯이 지적한 것은 아니라도 그의 속내를 미뤄 짐작해 보면 이럴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고 여겨졌다. ‘우린 우리 자신을 너무 가혹할 정도로 하찮게 생각한다’라고. 우리에게도 이렇게 위대한 역사가 있었기에 우리 스스로에게 보다 더 높은 긍지를 느끼고 영위해도 좋을 것이라고.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한산: 용의 출현’은 더욱 더 짜릿한 무엇을 느끼게 해준다.
김한민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명량’을 만들 당시에는 ‘이순신 장군 3부작 프로젝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명량’이 완성될 즈음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승리를 좀 더 접근해서 모두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기 시작한 듯했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한산: 용의 출현’ 그리고 ‘노량: 죽음의 바다’였다. 두 편이 동시에 제작이 됐다. 앞서 제작하고 연출한 ‘명량’을 통해 김한민 감독은 부족했던 부분을 알고 더 발전시켜 두 편을 동시에 진행시켰다.
“대부분의 많은 분들이 전편 흥행 성적을 말씀하시는 데 제겐 그건 의미가 없어요. 그것보단 이 3부작 기획을 어떻게든 완성하는 게 목표였어요. ‘명량’을 포함해 이 세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우리 역사 속에 저런 인물이 있었단 걸 알고, 위로와 자긍심 유대감 연대감 용기 등을 느끼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죠. 그래서 두 편의 시나리오 개발 시간도 ‘명량’보다 훨씬 더 걸렸어요.”
‘명량’ 이후 8년의 시간이 흘렸다. 그 시간 동안 김한민 감독은 기술적으로 그리고 촬영 노하우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가 됐다. 사실상 대규모 사극 해상 전투 장면에서 김한민 감독을 따라올 연출자는 현재까진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300억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된 ‘한산: 용의 출현’의 시행 착오를 줄이기 위해 국내 상업 영화에선 시도되지 않은 최초의 방식을 도입했다.
김한민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할리우드에서도 도입한 방식인지 모르겠는데 국내에선 제가 최초에요. 사전 동영상 콘티를 만들었어요. 종이로 된 콘티가 있는데 우린 그걸 동영상으로 만든 거죠. 사실상 ‘한산: 용의 출현’을 실제 촬영하기 전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을 했다고 보시면 되요. 가상의 카메라 워킹과 세팅 값을 모두 투여시켜서 장면을 만들어 버렸어요. 특히 해전 장면은 사전 시각화가 필수였는데 이 방식이 오차를 줄이는 데 상당 부분을 커버해줬죠.”
김한민 감독이 ‘한산: 용의 출현’에 도입한 동영상 콘티는 배우들과 대규모 촬영의 오차를 실제로 많이 줄였다. 이 방식은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박해일과 이순신 장군의 상대역인 왜군 장수 ‘와키자카’를 연기한 변요한 모두가 극찬한 방식이다. 무엇보다 이 방식이 필요했던 점은 전작 ‘명량’이 실제로 바다에 실물 크기의 배를 띄워 촬영을 한 것과 달리 ‘한산: 용의 출현’은 바다에서 촬영한 장면이 하나도 없다. 거대한 해상 전투가 무려 51분이나 이어지는 데 바다에서 촬영한 장면이 없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
“이게 관객 분들에게 오히려 실망을 드릴까 두려운데(웃음). 실제 바다에서 찍은 장면 없습니다. 하하하. 평창의 스케이트장에서 해상 전투 장면을 찍었는데, 한 3천 평 정도 되는 넓이의 스케이트장에 전부 크로마키를 치고 LED조명을 설치해서 촬영을 했어요. 영화 속 해상 전투 장면은 그 곳에서 전부 만들어진 겁니다. 배들도 전부 거의 실물 크기로 제작해서 활용했죠. 자부심이라면 이 정도 규모는 할리우드에서도 보기 힘든 수준이라 자부합니다.”
김한민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전작 ‘명량’에선 이순신 장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거북선이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마지막 한 장면이 등장한다. 당시 그 장면이 ‘한산: 용의 출현’에 해당하는 한산도 앞바다 장면이었다. 김한민 감독은 앞서 언급한 영화 속 등장 배들을 거의 대부분 실물 크기로 제작해 활용했다. 조선 수군의 판옥선 그리고 왜군의 세키부네와 안택선 등. 하지만 가장 관심의 대상은 거북선이다.
“실제 실물 크기로 제작을 해 촬영에 투입시켰죠. 촬영 전 배우들 모두가 거북선을 보면 다들 숙연해 진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실제로 그랬고요. 거북선에 대한 실제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진 않아요. 어떻게 운용이 됐고 어떤 식으로 투입이 됐는지. 하지만 난중일기와 남아 있는 기록들을 참조해서 만약 실제 전투에 투입된다면 어떤 형태일지에 대해 가장 개연성이 높은 이미지로 저희가 추측을 해서 제작을 했죠. 조심해야 할 부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거북선 이미지에서 벗어난 이질적인 모습은 배제하고 싶었어요. 이런 점을 고려해서 봐주시면 감사할 듯합니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국내 상업 영화에선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특이한 방식을 도입했다. 같은 배역을 각기 다른 배우로 캐스팅한 점이다. 앞서 ‘명량’에선 최민식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했다. ‘명량’보다 시기적으로 먼저였던 ‘한산: 용의 출현’에선 박해일이 이순신 장군,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최후가 그려질 ‘노량: 죽음의 바다’에선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다.
김한민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붓과 칼이 모두 어울리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길 바랐었죠. 그리고 실제로 한산대첩 당시의 이순신 장군님과 박해일의 실제 나이가 거의 같아요. 그것도 고려 대상이었고(웃음). 박해일을 보면 외유내강의 이미지가 보여요. 앞서 ‘극락도살인사건’과 ‘최종병기 활’을 함께 했었지만 유해 보이는 모습 속에 강인함이 있어요. 박해일이 ‘제가 장군감은 아니잖아요’라고 처음에 그러길래 ‘그래서 더 해야한다’라고 말했죠. 하하하. 그리고 이순신 장군님은 실존하셨던 분이니 배우가 바뀌어도 관객들이 받아 들이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거라 판단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당연히 변함이 없습니다.
‘명량’을 기획할 당시부터 이미 촬영을 마친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이어진다면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에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그 시간 동안 누구보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조사와 정보를 습득하면서 이 얘기의 확신과 믿음을 굳건히 쌓아갔다. ‘노량: 죽음의 바다’ 촬영까지 마무리한 김한민 감독은 놀랍게도 아직 ‘이순신 장군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생각이 없단 뜻을 전했다. 드라마화를 기획 중이고 상당 부분 진행이 됐다고.
김한민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순신 장군님의 생애를 조사하고 그 당시 상황을 알게 될수록 창작자로서 너무 매력적인 소재들이 많단 걸 알게 됐죠. 우선 영화 3부작은 다 마무리가 됐어요. 영화 3부작은 사실상 이순신 장군님이 만든 위대한 승리의 역사에만 집중한 것이고. 그 상황에서 여러 주변 사건들이 많았거든요. 그건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 포맷이 맞을 듯해요. 임진왜란 7년 전쟁을 그리고 싶은 거죠. 그 당시의 정치와 외교에 대한 부분까지 건드리면 정말 재미있는 얘기가 많이 있어요. 상당 부분 진척이 됐는데 조만간 어떤 플랫폼을 통해 공개가 될지도 결정이 될듯합니다. 드라마도 기대해 주셔도 좋을 완성도로 보답하겠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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