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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지병에도 하루 10시간 근무"…편의점주들의 한숨
"차마 말도 못하고…인상시 매달 30만원 적자"
주휴수당 폐지·지역별·산업별 차등적용 목소리
2022-07-05 08:00:00 2022-07-05 08:00:0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지병이 있지만 지금도 하루에 10시간씩 일하고 있어요. 최저임금이 오르면 인건비로 나가는 비용이 많이 들어 제 근무 시간을 더 늘려야 하지만 몸이 안좋아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발표가 나왔으니 아르바이트생들도 내년이면 최저임금이 오른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차마 먼저 입 밖에 꺼내기도 쉽지 않아 괴롭습니다.(대구 편의점주 A씨)
 
#.솔직히 대도시가 아니면 최저임금을 맞춰 주기도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람들은 코로나로 편의점이 수혜를 입었다고 떠들어 대지만 사실 일부 매장만 매출이 소폭 늘거나 유지되고 있을 뿐입니다. 매달 100만~200만원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30만~40만원의 인건비를 더 주면 편의점 운영이 더 어려워질 겁니다.(군포 편의점주 B씨) 
 
#.매주 60시간씩 편의점에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달 인건비만 350만원이 나갑니다. 최저임금이 올라 내년부터는 인건비로 400만원이 나가게 되는 셈인데, 힘들어도 제가 더 일해 인건비 부담을 줄일 생각입니다. 소득이 줄어 제 코도 석자인데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유지하기는 더 힘들어지게 될 겁니다.(부천 편의점주 C씨)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되면서 편의점주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편의점주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아르바이트생 대신 차라리 직접 나와 근무하는 시간을 늘리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되면서 편의점주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모임인 한국편의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편의점 1개 점포당 월평균 매출은 4357만원으로 점포가 가져가는 평균 점포이익은 915만원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점주가 주5일 10시간씩 일해도 인건비와 임대료, 가맹점 수수료 등을 지불하면 매달 최소 30만원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주 60%가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점주가 5일간 매일 14시간씩 근무해도 80만원정도 가져갈 수 있다. 
 
주중(7시간씩·5일)에 2명, 주말(8시간씩·2일) 3명을 고용했을 때 평균 인건비는 563만원으로 점포 이익에 62%에 가깝다. 이마저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인건비만 65%에 육박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휴수당 폐지 목소리가 커진다. 주휴수당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하루 유급휴일을 주는 제도다. 수년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는 만큼 주휴수당 의무화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업종별·지역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매년 반복되는 이슈다. 편의점주 관계자는  "지역마다 물가가 다른 것처럼 지불능력도 차이가 있다"며 "정부가 업종별, 지역별 차등적용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이를 반영해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지난달 30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결정에 대해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당시 협의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편의점 절반이 장시간의 노동에도 한 푼도 벌 수 없는 절박한 사정을 철저히 외면했을뿐만 아니라, 을과 을의 갈등을 유발하고 편의점 점주를 범법자로 내모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계속된 매출하락으로 최저임금 지불능력이 갈수록 떨어져 다수의 점주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상황"이라며 "편의점을 포함한 영세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대책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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