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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모 조종사노조연맹 사무처장 “항공방역, 완화 아닌 ‘현실화’ 시급”
항공업황 회복세에도 입국 전 검사 부담 여전
고용지원 3달 내 현장복귀, 일본 무비자 요원
항공행정 전문화로 안전·국제 영향력 높여야
2022-07-04 06:00:00 2022-07-04 0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코로나19 엔데믹 국면으로 항공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항공사들은 대형기 운항으로 늘어난 국제선 수요 대응에 나섰다. 궁여지책이던 무착륙 관광비행도 끝냈다. 그래도 현장에선 “아직 멀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상모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 사무처장은 1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K방역이 잘 된 정책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항공업계 입장에서는 많이 아쉽다”고 운을 뗐다. 지난달 해외 입국자 격리가 면제됐지만 입국 전 유전자증폭(PCR) 또는 신속항원검사 의무가 남았기 때문이다. 휴직으로 버텨온 직원들의 현장 복귀, 여객 매출 기반인 일본 노선 활성화도 요원하다.
 
항공업계는 엔데믹 국면에도 남은 과제가 여전히 무겁다고 본다. 박상모 대한민국 조종사 노조 연맹 사무처장은 입국 전 신속항원검사를 입국 후 검사 일원화로 항공방역을 ‘현실화’하고 일본 무비자 입국 회복을 위한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
 
현장에서 마주한 팬데믹은 가혹했다. 조종사들은 기량 유지와 경력 관리 문제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한다. 박 사무처장은 “일부 항공사 화물기는 계속 비행하지만 대형기는 시뮬레이션으로 이착륙하고 일부 젊은 기장은 다른 기종으로 순환배치했다”며 “중단거리 기종은 동남아 등 노선도 못가고 화물도 안 하니 비행은 한 달에 두 번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연차가 경력을 쌓아 대형기로 전환하는 식으로 자기 가치를 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고 반년 간 비행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신참은 기량 올릴 기회가 없어 커리어 쌓이지도 않아 미칠 노릇”이라고 했다.
 
정비 직군의 경우 정년 이후 70세까지 고용하던 촉탁직을 정리했는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동안 신입을 뽑을 수도 없어 인력이 부족하다. 박 처장은 “현장에서 운항 가능 서명을 하는 자격을 얻으려면 보통 5년 정도 걸린다”며 “신입은 안 들어오고 위에서는 나가니 중간 인력이 괴로워한다”고 말했다. 
 
무급휴직과 월급 삭감은 상대적으로 업황이 좋은 정보기술(IT) 직군의 인력 유출로 이어졌다고 한다. 일부 객실 승무원은 주 15시간 이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버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종사 연맹은 팬데믹 초기부터 정부에 고용유지 지원을 촉구했다. 올해 2월에는 3년 이상 지원 불가 예외를, 지난달에는 최대 6개월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정부는 최근 고용유지 지원 3개월 연장을 발표했다. 연맹은 기대보다 적지만 의미 있는 성과로 자평한다. 
 
다만 고용유지지원금은 정부와 회사가 나눠 내므로 사측의 손해가 이어지는 구조다. 무급 기간도 길어지다 보니 직원들은 현장 복귀가 간절하다.
 
박 처장은 여객 수요가 높은 중국 하늘길 회복과 일본 무비자 개인 여행이 세 달 안에 가능한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그는 “대부분 회사가 절반이나 40% 내외, 진에어는 30% 정도 휴직하고 있지만 영업 실적이 올라가면 비율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며 “7월~9월 안에 신속항원 검사, 중국 봉쇄, 일본 무비자 입국 문제 등이 해결돼 정상근무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외 노선 매출을 견인해온 일본 노선 회복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과제였다. 지난 2019년 일본 불매 운동으로 이미 저비용항공사(LCC)의 적자가 시작됐다. 이 때문에 이달 10일 참의원 선거 이후 무비자 입국 복원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항공업계는 정부의 외교 노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 처장은 입국 전 신속항원검사가 승객에게 주는 부담도 대폭 줄여야 무비자 입국이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세계적인 엔데믹 전환기에 한국이 보수적인 것 같다”며 “검사 완화보다는 ‘현실화’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입국 전 현지 검사가 아닌 입국 후 검사로 확진자를 관리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엔데믹 이후 장기 과제는 전문 행정을 통한 항공 안전 강화와 국제무대 영향력 확대다. 조종사 연맹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항공청 신설안을 전달했지만 새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연맹은 국토부에서 독립된 항공 전문 인력이 순환 근무 영향 없이 역량을 쌓아 항공 행정을 펴야 한다고 본다.
 
박 처장은 “국제연합(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중국과 일본은 첫 등급인 파트1(최고 중요국) 이사국인 반면 한국은 파트3(지역대표국)에 있는데 국격에 맞지 않다”며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처럼 전문 인력으로 항공 행정을 해야 국제 무대에서 국익에 도움되는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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