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에게 칸 영화제 감독상은 이제 지나간 의미다. 박 감독에겐 언제나 첫 번째는 ‘국내 관객의 반응’이 우선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2일 오전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박찬욱 감독, 주연 배우인 탕웨이와 박해일이 참석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왼쪽) 감독이 5월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박해일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을 처음 기획하게 된 이유를 3~4년 전 기억으로 떠올렸다. 그는 “3~4년 전쯤 스웨덴 경찰 추리 소설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읽게 됐다. 고등학교 때 이후 처음이다”면서 “소설 속 마르틴 베크처럼 속이 깊고 상대를 배려해주는 신사적 형사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거기서부터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이후 시나리오를 쓴 정서경 작가를 논의를 했고, 남자 주인공을 배우 박해일로 놓고 출발하게 됐단다.
칸 영화제 공개 전까지 가장 주목된 점은 ‘헤어질 결심’이 100% 수사물이면서도 100% 로맨스 장르로 소개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다시 말하지만 말 장난이 아니다”면서 “두 가지를 분리할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의 관점에서 보면 수사극이고, 어떤 관점에선 러브스토리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가 용의자를 만나는 관계, 탐문조사를 하는 과정, 심문하는 과정을 보면 연인들이 할 법한 일들이 이뤄진다”면서 “원망하고 변명하는 연인들이 보일 법한 모습이 심문 과정에서 이뤄지는 게 이번 영화의 특징이다”고 전했다.
‘헤어질 결심’은 지금까지의 박찬욱표 영화와는 전혀 다른 결을 보인다는 입 소문도 이미 퍼진 상태다. 이에 대해서도 박 감독은 “이전 작품들에서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표현들이 잘못됐었단 게 아니다”면서 “이전 작품에서 선보인 폭력과 정사 노출 등은 관객들에게 들이대듯 눈 앞에 가져다 대는 영화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번 영화는 감정을 숨긴 사람들의 얘기다”면서 “캐릭터들의 미묘하고 섬세한 변화를 세밀하게 잘 들여다 봐야 하기 때문에 자극적 요소를 낮춰야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가수가 노래를 하는 데 드럼이나 기타가 너무 화려하면 오히려 노래가 묻힐 수 있지 않나. 그런 효과를 노렸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이번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으론 임권택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감독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예전에는 황금종려상만 트로피를 주고 나머지 상은 상장만 줬었다”면서 “이번에 트로피를 주더라. 다행이었고 보기도 좋았다”고 웃었다. 박 감독은 “네겐 외국 영화제 수상보다도 기다려지는 게 한국 개봉이고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다. 지금 제일 궁금한 지점이다. 긴장된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만이 담고 있는 한국적 정서가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이번 영화는 내가 만든 다른 어떤 영화들보다 조금 더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점들이 많다”면서 “그래서인지 내 생각엔 탕웨이의 한국어 대사가 좀 특별했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마지막으로 ‘헤어질 결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내 영화 중에 후반 작업에서의 완성도가 높은 영화가 됐다”면서 “극장에서 보실 만 하다고 감히 말씀 드리고 싶다”고 소개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난 뒤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얘기를 그린다. 지난 달 28일 폐막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박찬욱 감독)을 수상했다. 오는 29일 개봉한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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