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금융권의 잇따른 내부통제 부실 사건을 놓고 금융사 내부의 감사조직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감독 체계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 불거진 우리은행의 거액 횡령 사건의 경우 우리은행 자체적으로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총 605만1890회의 검사가 실시됐다. 이 중 횡령이 발생한 기업개선부를 포함해 업무 전반을 살펴보는 종합검사는 본부에서만 165차례 이뤄졌는데도 직원의 비위 행위를 밝혀내는 것에는 실패했다.
같은 기간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총 18만1079시간의 감사를 시행했다. 금감원도 11차례에 걸친 종합 및 부분검사를 진행했다. 이 기간 부동산개발금융 심사 소홀 및 금융실명거래 확인 의무 위반 등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현장 종합감사를 진행하기도 했으나 이때도 문제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특히 은행 업무에 대한 감사의 총괄 책임자인 상임감사의 책임론도 거세다. 현재 시중은행은 검사의 전문성을 이유로 금감원 출신의 상임감사를 선임한 상태다.
신한은행의 상임감사는 유찬우 전 금감원 부원장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조성열 전 금감원 일반은행 검사국장, 장병용 전 금감원 저축은행 감독국 국장이 상임감사를 맡고 있다. 국민은행 상임감사는 김영기 전 금융보안원장이지만, 김 상임감사는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를 역임했다.
매년 2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상임감사 역할이 외부 검사에 대한 '방패막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실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은행들은 별도의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고, 내부감사책임자를 선임하고 있다면 상임감사 선임이 의무되지는 않다. 국민은행의 경우 2015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상임감사직을 공석으로 두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내부통제를 책임지는 상임감사위원에 금감원 출신 등의 낙하산 인사가 임명되는 게 다수"라며 "전관급 인사가 들어와 본래 역할보다는 감독·검사에 대응하는 대관업무에 치중하다 보니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질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준법 감시지원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감원도 '금융기관 내부통제 제도 혁신 보고서'를 통해 전체 임직원 수의 1% 이상으로 늘리라고 권고한 바 있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각각 전체 임직원의 1.77%, 3.02%를 준법감시 업무에 투입시키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 가운데 전체 직원에서 준법감시 업무 담당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1%가 넘는 곳은 전무하다. 하나은행이 0.96%로 근접했으며, 국민은행 0.89%, 신한은행 0.85%, 우리은행 0.75%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논평을 통해 "시중은행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감시·감독 체계가 발동되었음에도 대형 범죄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최근 사모펀드 사태로도 은행들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불거진 만큼, 모든 은행들에 대한 강도 높은 검사와 엄격한 감독이 시행되도록 금감원의 감시·감독 체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 잇따라 발생한 내부통제 부실 사고들을 놓고 시스템적 문제가 지적되는 가운데, 이를 고치지 않으면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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