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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문화재청은 현대산업개발처럼 해보라
2022-05-18 06:00:00 2022-05-18 06:00:00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라고 일컬어지는 경기도 김포 검단신도시 아파트에 대해 문화재청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1일자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최근 국무총리실 소속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행정조정 신청을 냈다. 검단신도시에 들어설 아파트 건설사들이 최근 준공을 위한 사용검사 신청을 준비하자 준공과 입주를 유보하려는 것이다.
 
대상이 되는 단지는 대방건설 에듀포레힐, 금성백조 예미지트리플에듀, 대광로제비앙아파트 등 3곳이라고 한다.
 
이들 아파트는 김포 장릉 경관을 훼손하는 아파트를 허가 없이 건설해 현행 문화재법을 어겼다는 지적이 지난해 제기됐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상 지정 문화재로부터 500m 범위 내 건설공사에 대해 받아야 할 현상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공사를 진행해왔다는 것이다.
 
그러자 문화재청은 지난해 7월 검단신도시에 들어서는 아파트 44개 동 가운데 19개 동에 대한 공사주지 명령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도 19개 동 중 12개 동의 공사 중지를 인정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림에 따라 공사가 중단됐다. 그렇지만 건설사들이 낸 항고가 받아들여져 공사가 재개됐고, 이제 입주를 눈앞에 두게 됐다.
 
문화재청 주장대로 문제의 단지가 문화재법을 어겼다는 사실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이제 와서 공사를 막고 준공을 막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이다. 애초에 분양과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막았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제까지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막고 나선 것은 횡포에 가깝다. 아파트 분양을 받고 입주만을 기다리는 시민들을 거리로 내쫓는 것이나 다름없다. 애초에 공사 착수를 막지 못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과오를 가리기 위해 입주예정자들을 희생시키는 무책임의 극치이다.
 
만약 정말로 이들 아파트의 준공과 입주를 막으려면 특단의 대책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입주예정자들이 하루아침에 살 곳을 잃게 되니, 그들에게 또 다른 생활근거지를 마련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짓는 아파트를 정부가 매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어쨌든 입주예정자들이 또 다른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마땅하다.
 
문화재청은 현대산업개발의 조치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월 외벽 붕괴 사고를 낸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를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기로 했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사고가 일어난 201동을 포함해 모두 8개 동 847가구를 전면 철거하고 재시공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의 입주는 6년 가까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월 입주 예정이었으나 오는 2027∼2028년 이후에나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따라서 분양받은 입주예정자들은 그때까지 살아야 할 거처를 마련해야 한다.
 
입주예정자들은 보상이 주어진다. 분양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고, 유지할 수도 있다. 분양계약 유지를 원할 경우에는 입주 지연 기간만큼 지체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계약을 해지하려는 입주예정자들에게는 위약금과 함께 이미 납부한 분양대금에 대해 이자를 받을 수도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전면 재시공과 입주민 보상금 등을 더해 3700억원 이상을 투입할 처지이다.  현대산업개발이 비록 대기업이기는 하지만, 결코 가벼운 부담은 아니다. 그렇지만 당장의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결정이다.
 
인천 검단신도시의 준공과 입주를 막으려는 문화재청에도 바로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 공사를 못 하게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입주자에 대한 보상대책도 없이 무조건 아파트 준공과 입주를 막아서는 안 된다. 
 
문화재가 소중한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렇다고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을 무작정 내쫓는 것은 정당화되지 않는다. 만약 정부가 합당하게 보상할 뜻이 없다면 아파트 준공과 입주를 막아서도 안된다. 오히려 그동안의 과오를 인정하고 추가훼손을 막을 대책이나 준비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리고 조선시대 왕릉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려준 유네스코에 잘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다시는 그런 과오를 범하지 않겠다고 유네스코와 한국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한다. 문화재관리 체제에 허점이 없는지 재삼 스스로 돌아봐야 하겠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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