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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투기판·먹튀 된 쌍용차 인수전…제2의 에디슨EV는 안돼
2022-04-13 06:00:00 2022-04-13 06:00:00
증권부 우연수 기자
광림(014200) 투자자들이 5거래일 만에 투자금 절반 이상을 잃었다. 쌍방울 그룹이 쌍용차 인수 의지를 밝히고 상한가를 기록한 건 단 이틀, 주가는 다시 인수 발표 전으로 돌아왔다. 12일 하루 새 25%가 빠지면서 주가는 고점 5430원의 반토막도 안되는 가격이 됐다. 
 
반면 쌍방울(102280) 계열사들은 주가 상승의 이익을 봤다. 지난 4일 쌍방울 그룹의 계열사인 미래산업(025560)은 또 다른 계열사 아이오케이(078860)의 주식 647만6842주를 모두 처분했다. 매각가는 1주당 1916원, 쌍용차 인수전 참여 발표 직전 종가 1235원과 비교해 55% 높은 수준이다. 
 
쌍방울 그룹에서는 최초 매수한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차익실현'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례적인 주가 급등 시기에 지분을 팔아 손실을 줄인 건 사실이다.
 
전환사채(CB)의 전환청구권을 행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쌍방울 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광림에 발행한 CB의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약 100억원대 차익이 났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광림이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제6회차 CB의 전환가액은 리픽싱을 통해 1580원까지 낮아졌는데, 전 거래일 종가인 3480원과 비교하면 주당 1900원, 약 110억원의 차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주가 부양 후 먹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쌍용차 인수 호재에 따른 주가 상승을 틈타 계열사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이를 노리고 주가를 일부러 띄웠다는 정황이 발견될 경우 주가 조작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금융당국은 쌍용차 인수전을 둘러싼 투기판과 먹튀 논란에 대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여부를 살피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특히 쌍방울 측은 쌍용차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능력에 의구심을 받고 있다. 쌍방울 그룹은 광림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방침이지만, 광림과 나노스(151910), 아이오케이, 쌍방울 등의 현금성 자산 및 단기 금융자산을 모두 포함해도 예상 인수대금 약 3000억원을 간신히 맞추는 수준이다. 
 
인수 의지의 진정성이 쌍방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고배를 마신 에디슨모터스 측이 아직 쌍용차 인수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돌아오면서 유앤아이(056090), 금호에이치티(214330) 등이 급등했으며 이 밖에도 KG그룹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제2, 제3의 에디슨EV(136510) 소액주주가 나오지 않도록 당국의 관심이 보다 필요할 것이다. 쌍용차 인수가 무산된 에디슨EV는 11일까지였던 감사의견거절 사유 해소 확인서도 제출하지 못해 상장폐지의 기로에 놓였다. 작년 3월 장중 최저가 1343원에서 11월 8만원을 넘기며 '쌍용차 인수' 효과를 톡톡히 누렸지만, 현재는 1만1000원에 머물러있다. 에디슨EV의 소액주주는 10만4000여명이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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