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면면히 이어지는 기업가정신
입력 : 2022-04-01 06:00:00 수정 : 2022-04-01 06:00:00
 
오는 4월 16일에 가천대에서 벤처창업학회 학술대회가 열린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발전방안이라는 주제로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현황을 진단·분석하고 향후 다가올 디지털 경제 전환 시대를 선도하는 스타트업 미래 발전방안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학회를 준비하며 1990년대 이후 등장한 벤처·스타트업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과연 우리에게 면면히 이어지는 기업가정신이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1982년 전길남 당시 KAIST 교수가 국내 처음으로 서울대학교와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의 컴퓨터에 IP 주소를 할당받아 전용선을 연결하면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인터넷 연결에 성공한 나라가 됐다. 이후 PC통신이 급성장해 사용자 기반이 마련된 후 인터넷 서비스 전환이 이뤄졌다. 1997년에는 초고속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닷컴기업들이 등장했다. 이는 실로 '인터넷 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거대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불러 왔다. 
 
인터넷 혁명의 기반을 닦은 기업들 중에 메디슨, 삼보컴퓨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1985년에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로 사업을 시작한 메디슨은 3차원 초음파 진단기를 상용화하고 1996년 코스피에 상장했다. 2000년 초 시가총액 1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의 성공을 거두며 메디다스, 메디코아, 메디페이스, 유비케어 등 30여개 회사를 배출했고 100개 이상의 자회사를 뒀다. 고 이민화 회장은 많은 창업가를 키워내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삼보컴퓨터는 1980년대 청계천에서 창업해 우리나라 최초의 컴퓨터를 만들고 컴퓨터에서 한글을 쓸 수 있게 했다. 또한 1990년대 들어 두루넷을 설립, 전 세계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을 서비스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인터넷 기업 창업의 예로는 새롬기술이 있다. 1993년에 KAIST 전산과 석사 출신이 창업한 이 회사는 초기에 새롬 데이터맨이라는 PC통신 터미널 프로그램을 배포했고, 다이얼패드라는 무료 인터넷 전화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업이 급성장했다. 새롬기술은 1999년 코스닥에 상장, 시가총액이 무려 5조원을 넘기도 했다. 특히, 새롬기술의 실리콘밸리 지사는 독자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현지에서 1400만명의 고객을 유치하고 직원 수는 170명 규모로 성장했다. IT 버블 붕괴 이후 파산했으나,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본격적인 도전을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지금은 카카오와 합병한 다음도 1990년대 후반 평생 무료 이메일 '한메일넷'을 통해 사용자 수를 빠르게 늘려갔다. 한메일넷은 벤처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과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인터넷 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1990년대 후반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시작한 네이버는 검색엔진을 중심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확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글로벌 회사들이 검색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대부분 실패했고, 전 세계적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한국만이 독자적 검색 서비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네이버의 기업가정신은 높게 평가될 수 있다. 
 
초기 벤처, 스타트업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새로운 기술 도입을 기회로 삼아 가치를 창출해 사회를 바꾸려하는 기업가정신을 추구하고 있었다. 또한 인터넷 인프라가 기민하게 활용됐으며 외환위기로 인해 인재와 자금이 벤처로 이동한 환경적 변화가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또한 코스닥을 통한 자금조달 등은 벤처기업들의 시장기회를 확대하고 성장에 기여를 했으며 자율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가 형성되면서 대학가에 창업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IT버블 붕괴 이후 오랫동안 정체됐던 스타트업 생태계는 2010년대 이후 일어난 '모바일 혁명'으로 제2벤처붐이 일고 있다. 유니콘 기업들 또한 대거 등장하고 벤처기업의 양적, 질적 성장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혁신을 추구하고 민첩하고 유연한 경제체계를 갖기 위해서는 시장중심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산업혁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정부 부처는 규제를 획기적으로 재편할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의 디지털 역량을 확보하고 스타트업 기업의 신기술을 정책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스타트업이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디지털 혁신인재의 과감한 육성을 위해 대학 교육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 친화적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창업가를 존중하고 창업-성장-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해 기업가정신이 면면히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전성민 벤처창업학회 회장 /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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